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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등처럼 들길에서꽃향유들 사이에서는완도의 자생식물(70)
신복남 기자 | 승인 2018.11.02 13:36

서리가 많이 와 온 산과 나뭇잎들이 빠른 속도로 변해가면서 떨어지고 있다. 낙엽 위에 서리꽃이 운치 있게 피었다. 벼랑 위에 향유꽃이 11월에도 먼바다를 관조하고 있다.
삶의 형식 없이 꼭 내용만 고스란히 담은 꽃향유는 서리꽃 낙엽 소리에서 향기롭게 피어있다. 사랑하고도 사랑하는 것이 더 쓸쓸해 외딴집 가로등 하나 밝히고 있는 것처럼 어느 날 갑자기 들길에 앉아 향기만 가득한 채 가엽게 서 있다.
가을의 끝에서 첫사랑처럼 피어 그리움이 많아 먼 산등성을 바라본 꽃향유는 누가 꽃이라고 이름을 달아주었을까?
살 끝으로 날카롭게 지나가는 가을 외로움이 이 꽃들에게 머물게 하였을까?
낮은 짧아져 날이 빨리 저물고 새들은 일찍 집으로 돌아간다.
기다림이 길어 아직 저물지 못하고 아득히 저물어 간 등불만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다.
아마 첫눈을 기다리는 열정이 남아 있는 듯 찬 서리에도 향기 그윽하게 피어 그리운 이를 더욱 그리움으로 깊어지게 한다.

가을의 꽃들은 소소한 면이 매력이 있다. 그러나 이 야생화는 꽃잎이 빽빽하게 차 있다. 마치 봄 언덕에 와 있는 기분이다. 높이가 60cm로 산야에서 자라는 꿀풀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다른 이름으로 붉은 향유라고도 한다.
향유는 향기를 의미하는 향(香)과 식물이름을 의미하는 유가 합쳐진 것으로 꽃향유는 향유에 비해 꽃 이삭이 크고 화려하다는 뜻으로 붙여진 이름이다.
잎 양면에 털이 드문드문 있고 뒷면에 선점(腺點)이 있어 강한 향기를 낸다.
꽃은 붉은 자주색 또는 보라색으로 10∼11월에 피고 줄기와 가지 끝에 빽빽하게 이삭으로 달리며 바로 밑에 잎이 있다.

꽃에는 꿀을 많이 함유하여 벌들이 즐겨 찾는 밀원식물이며 예로부터 민간에서 유용한 약재로 활용했는데 주로 소변을 잘 나오게 할 때나 감기의 오한에 이용했다.
꽃향유는 늦가을에 연약한 풀꽃처럼 피었다. 가까이 다가가면 여름에 핀 치자꽃만큼이나 진한 향기가 난다.
그는 치열하게 살아왔다. 연약하게 눈물도 많이 흘렀다. 자기밖에 모르는 슬픔과 아픔을 지녔다.
거친 절벽에 뿌리를 내리는 삶은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고도 하늘의 도움을 받아야 생명으로 이어질 수 있는데 그런 운명 속에서 아무 말 없이 꽃이 된다는 것 자체가 경이로운 일이다.
꽃향유들 사이에 푸른 별이 들어와 눕는다.

한때는 억센 소리가 있었다. 미운 얼굴도 있었다.
이제는 꽃의 고요만 있을 뿐이다.
이것 또한 지난 날 상처가 아무는 흔적이다. .                                   

신복남 기자  sbbn20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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