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씨름필살기 전수받은 광윤, 칠기도 어장권 획득하다

[금일 특집 1] 금일읍의 설화 : 칠기도 이야기(도장마을)

  • 김형진 기자 94332564@hanmail.net
  • 입력 2018.10.26 08:56
  • 수정 2018.10.28 21:14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광윤은 밤새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이제 한 달 후면, 도장마을의 명예를 걸고 씨름판에 나가야 할 판. 마을 대표로 나가 우승을 해야만이 마을 사람들이 일곱개의 섬, 칠기도에서 김이며 미역이랑 각종 해산물을 딸 수가 있었다. 그래야 옆마을의 꽃분이와 혼례도 치룰 수 있었는데, 그러나 택도 없는 씨름 실력에 날짜는 점점 다가오고 급기야는 밥맛과 잠맛까지 모두 잃고 말았다.

 '아! 어떻게 하면 좋을까? 어떻게해야!' 제 아무리 머리를 짜내도 묘안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우연히 신작로에서 마주친 우철 아재. 누렇게 뜬 얼굴에 단박에 무언가 있음을 알아 챈 우철 아재는 "와따? 광윤이! 먼 일 있냥? 얼굴이 누렇게 뜨고 반쪽이 된게 아예 못쓰게 돼 버렸는디! 꼭, 5급 승진 인사 기다릴 때 같다양"
"우워매, 아재요! 어찌 아셨소? 지금으로부터 20년 후 결혼이야기 청탁이 들어올까 싶은데, 그때 광철이 한테 쓰라고 하면 그것도 안된다고 하겠고! 지금 심사가 무지 난감해부요!"
"근데, 그것도 고민이지만, 그 보단 이번 칠기도 어장권이 걸려 있는 씨름 때문에 통 잠을 못자겠소!"
"그래? 그랬구망! 그럼 내가 어디 씨름의 비밀을 가르쳐 주끄나?"
"워메, 아재가 어뜨케라! 어디에 그런 단기간 속성 씨름 필살기가 있으까요!"
"니 옛날 생각 안나냐? 내가 밤만 되면 어디론가 사라져 새벽녘 첫닭이 울면 그때야 집으로 돌아왔던 거! 그때 마을 사람들이 찾고 난리났던거 말이여!"
"맞소! 그때, 그랬지라!"
"니만 알어라! 나, 그때 도깨비랑 밤새 씨름하고 다녔다야!"
"우우메? 세상에 그런 일이 다 있었쓰까라?"
"그랬다! 이 말은 죽을 때까지 비밀로 해! 글고 니도 이제부터 도깨비한테 씨름을 배워 우승도 하고,  장가도 가야지. 냉중에 결혼이야기를 쓸려믄!"
"이제부터 내 말을 잘 들어! 오늘 밤부터 자시에, 당산 나무 아래로 가면 뿔 하나 달린 도깨비가 있을터, 내가 보냈다고 하고 그 도깨비에게 씨름 필살기를 배워라!"

그리하여, 그 길로 밤만 되면 밤이슬을 밟으며 어디론가 사라지 는 광윤. 우철 아재처럼, 광윤 또한 밤만되면 사라지는 비밀을 그 누구도 아는 이 없었다.
다만, 날이 새면 빗자루 옆에 누워 잠든 채로 발견되는 광윤.
혹자는 저거 도깨비에 홀렸다! 아님, 어디 과수댁이랑 놀아났다는 둥 숱한 소문과 억측이 난무했지만 비밀은 밝혀지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광윤은 뿔달린 도깨비로부터 무지막지 얻어터져 가며 배지기와 등지기, 딴족거리 3국을 비롯해 각종 손기술과 발기술, 혼합기술 등 씨름 기술 필살기 54수를 모두 전수받고 마침내 결전의 날.
머, 게임은 해보나 마나였지.
도깨비에게 기술을 배웠는데, 누가 이겨? 천하의 이만기나 강호동이 와도 택도 없지.
그로써 칠기도의 어업권은 도장마을로 확정되었고, 광윤도 꽃분이랑 혼례를 치루게 되는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금일 칠기도 어장권을 둘러싼 설화.
 

금일읍 도장항.

금일 칠기도는 무인도 일곱 개를 통틀어 부르는 이름이다.
예로부터 이 섬엔 안 나는 해조류가 없을만큼 보배로운 섬으로 약 300년 전.
이웃 마을 간에 서로 자기네 것이라는 싸움이 자주 일어났다.
당시 금일은 장흥부의 관할 지역이었고, 주민들은 이 일을 해결하기 위해 장흥부사를 찾아 마을 간에 재판이 벌어지게 되었다. 하지만 무슨 일만 있으면 섬사람들의 등을 쳐먹기를 일삼던 장흥 관원들은 이리 핑계, 저리 핑계를 대면서 좀처럼 판결을 내려 주지 않았다.

재판 비용에 뒷돈까지 써가며 판결을 기다리던 사람들은 지칠대로 지쳤는데 어느 해 봄, 네 개 마을 이장들은 재판을 받기 위하여 장흥부에 나가게 되었다.
짚신 감발에 괴나리봇짐을 지고 가자니 다리는 아프고 죽을 지경이었다. 같은 길을 가면서도 적과 내편으로 나눠져 서로 말도 하지 않고 흘겨보면서 구슬땀을 흘렸다.

자을재라는 고갯길에 올라서서 누가 언제 말하는 것도 아닌데 앞섰던 사람부터 차근차근 땅바닥에 주저 앉아 쉬다가 한 사람이 일어나 "우리 이 급살 맞을 놈의 재판 때문에 모두가 죽게 되었으니 재판은 그만 하고 씨름을 해서 이긴 쪽이 칠기도를 갖도록 하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하였다. 모두들 이 말을 기다렸다는 듯이 그렇게 하자고 결정되었다.

그래서 씨름판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결국은 도장리의 장사가 이겨 이때부터 칠기도는 도장리가 관리하게 되었다. 이곳 마을에는 "씨름이 10년 재판보다 낫다"는 말이 전해 내려오고 있다.”고.        

저작권자 © 완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