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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수의 효가 되는 완도신문이길

[창간 특집 - 보도 후] 배철지(들사람목업방 대표)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8.10.12 15:58
  • 수정 2018.10.12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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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신문으로부터의 느닷없이 날라든 후기를 쓰라는 메시지 하나가 이제는 어떤 기대조차 하지 않아서 그저 고요하게 침잠해 가는 마음을 뒤흔들었다.

가리포진에서 만들어 임진왜란 중에 사용되었고, 그 때 일본 사람들이 조선 사람들은 서까래를 뽑아서 화살로 쏜다고 했던 대장군전을 작년 말에 원형에 충실하게 복원 했었다. 그런데 그 사실이 완도신문에 보도 되어서 몇몇 사람은 관심을 가지고 보러 오는 경우도 있었고, 완도군에서도 문화재 계장이 무슨 생각으로 찾아 온지는 모르겠지만 한번 보고, 사진 두어 장 찍고 말았다. 그 후로는 잊히고 말아서 내 사무실에 나무로 좌대를 만들어 세워 두고 오가는 사람들의 호기심만 잠시 자극하고 마는 신세가 되었다.

본디 대장군전의 신세가 그러한지 그 실물은 머나먼 저 일본 땅에서 420여년의 시간 동안을 지하 수장고에 숨어 있더니 겨우 복원해둔 복원품도 생각해보면 일본 땅에 있는 실물과 신세가 같아서 내 아이들에게 대물림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하지만 그런들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복원을 시작하면서 스스로 가리포 사람들의 후예라서 시작한다고 했으니 저렇게 총통도 없이 서있다고 해도 썩 나쁘지는 않아 보인다.

그렇지만 한 편으로는 수천수의 효(爻)를 얻었으면 하고 바라는 마음도 있기는 하다.

수천수(水天需)는 주역의 육십사괘(卦) 중 다섯 번째 효(爻)이다. 위는 물[水]이고, 아래는 하늘[天]이다. 수(需)는 ‘기다리다’. ‘기대하다’라는 뜻을 가졌다. 그런데 통상 물은 땅에 있고 위로는 하늘이 있어야 하지만 이는 그 반대이니 구름이 하늘을 덮고 있어서 물러서서 기다려야 할 때를 의미한다. 그러니 모래밭이든, 진창이든, 들에서든 그저 순한 마음으로 기다리면 수천수의 효를 충족시키게 될까?

그렇지만 붉가시나무를 깍고, 말리고 이리 저리 찾아 다니며 전촉(탄두)과 철우(날개)의 가공을 의뢰하고 거기에 칠 할 흑칠을 만들어 이 모두를 조립하고, 칠하는 내내 힘든 작업이었지만 무척 행복했었던 기억만은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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