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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이 건강하려면 어른이 있어야
손순옥 기자 | 승인 2018.10.05 12:46

역사학자 토인비가 86세에 세상을 뜨기 전 “장차 한국 문화가 세계 인류 문명에 기여 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경로사상일 것”이라고 했다.
헌데, 100세 시대로 가는 지금 토인비가 그때 했던 말이 공허한 울림이 되고 있다.
흔히들 소외계층이라 함은 장애우, 저소득층, 외국인 근로자 등으로 특징짓는다.
하지만 조금 더 깊이 있게 들여다보면 연로하신 어르신들 또한 그편이 아닌가 싶다.
 ‘배고픔과 추위는 참아도 외로움은 견디기 힘들다’는 우리의 옛말이 있다.
어려웠던 옛 시절을 힘들게 겪어내고 많은 자식들 건사 하고 이제야 주어진 인생의 막바지 어디쯤에 계신 우리지역 어르신들을 만나 그 심경을 들어봤다. 현 완도읍 노인회 회장을 맡고 있는 서옥현(83세) 옹.


“지금의 원동다리가 생기기전에 우리는 배타고 목포로 학교를 갔어, 먼 뱃길 따라 몇 시간씩 뱃멀미 해가며 타고 다녔는데, 방학해서 고향에 올 때면 부모보다 ‘주도’가 더 먼저 우리를 반겨주었어. 해거름에 도착할 때면 주도 뒤로 드문드문 보이는 비석거리의 아스라한 불빛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평생을 두고도 그때의 전경은 아련히 내 가슴속에 살아있어…, 내 고향이어서 인지 몰라도 우리 완도 읍내는 그렇게 이쁠 수 가 없었어.”
이제는 그 시절 읍내의 모습을 거의 찾아 볼 수 없어 나이 들어 가장 마음이 아프다고 한다. “어쩌다 이렇게 변해 버렸는지, 밖에 나가봐야 복숭아꽃~ 살구꽃~노래하며 뛰놀던 장소들이 죄다 사라져 버렸으니 더 이상 추억할 곳도 없어, 또 함께했던 친구들이 하나 둘씩 세상을 뜨고 이제 몇 안 남았네.”
나이 어릴 때 친구들이야말로 허물없고 한없이 편하고 까르르 맘 놓고 웃을 수 있다며,“자식들이라야 어차피 품안의 자식이니 영원히 품고 살 수 없는 일, 세상 모든 것이 별 의미 없어지고 마음의 허전함만이 더해진다”고.

# 그리운 추억의 한편
“우리 때 운동회는 읍내 잔치였어, 아직도 또렷이 기억하는데 그때 학생이 2100명 정도 였어, 집집마다 자식이 한둘이 아니었으니 그럴 만도 하제. 거기다 식구들까지 전부 모였으니 얼마나 많았겠는가?”
“사람은 많고 장소는 좁지, 그래서 자리 잡느라 전날부터 운동장에 줄 쳐놓고 지키고 그랬어(웃음).”
어르신을 통해 그 시절이 새삼 선연해진다.
점심시간이면 한곳에 모여 엄마가 싸온 도시락을 함께 먹어야 하는데 가족들 찾다 결국 만나지도 못하고 다른 가족들 사이에 끼여 얻어먹는 모습도 심심찮은 스토리였다.
그나마 학교 근처에 친인척집이라도 있으면 못 만날 일은 없었지만, 그저 말로만 운동장 어디 끄트머리, 무슨 나무 밑, 전봇대, 몇 반 교실‥등 참 두루뭉수리 정했다. 어쩌다 깜빡 하면 모처럼 대접받고 잘 먹을 수 있는 날에 그 설움은 말로 형언 할 수 없었다.
참 그리운 추억의 한 편이다.

# 주도를 ‘조리섬’이라고 해
“지역이 건강해 지려면 어른이 있어야 해! "
"그때는 군수라도 새벽에 운동한답시고 츄리닝 바람으로 다닐 수 없었어, 어른을 중시하지 않고 무서워하지 않는 사회는 발전이 없어….”
마지막으로, 몇몇 어르신들 사이에서 심심히 오가는 말 한마디 전했다.
“주도를 조리( 쌀 일 때 쓰는 도구)섬 이라고 빗대서 얘기를 하곤 해”
지역을 끌어가던 사람들의 맥을 잇지 못하고 다 빠져 나가 당대를 못 넘겨서 한 말이란다. 완도인으로써 천연기념물 주도가 이유 없이 팔아 넘겨진 꼴이 되어버린 형세가 많은 걸 생각하게 한다.

손순옥 기자  ssok4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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