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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가을은 외로움을 입고 우리 곁에 와 있는지도 모르겠다

[에세이-詩를 말하다] 김인석 / 시인. 약산 넙고리 출신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8.09.24 15:54
  • 수정 2018.09.24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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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은 그리움이
나를 흔든다

망망하게
허둥대던
세월이 다가선다

적막에 길들으니
안보이던
내가 보이고

마음까지도 가릴 수 있는
무상이 나부낀다

                      -김초혜, <가을의 시> 전문

가을은 언제나 우리들에게 사색할 수 있는 공간을 넓혀주고 왠지 모를 설렘과 외로움도 갖게 한다. 그래서인지 시인들은 가을을 소재로 한 시편들을 이 땅에 많이 내려놓았다. 가끔 산행을 하다보면 외로워 보이는 등산객들을 보게 된다. 그럴 때마다 그들의 내면에서 발생하는 불가시적인 외로움은 무엇일까 생각하게 된다. 그 쓸쓸함이나 외로움은 등산객에서만 느껴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들의 기저에도 함께하고 있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가을이면 연인과 여행을 떠나는 것도 그 이유일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다는 것은 외로움을 잠시라도 떨쳐버리고 행복을 소유하고 싶어서일 게다.

학창시절 우리의 추억은 대부분 가을과 함께였다. 낙엽에 시를 적어 사랑하는 친구에게 그럴듯하게 시를 보내고, 오랫동안 책갈피에 끼워놓았던 낙엽을 친한 친구에게 건네주었던 일이며, 가끔 “망망하게/허둥대던 세월이/다가”서면 옛 추억에 잠기곤 했다. 지금도 ‘가을’의 정서에서 밀려오는 외로움은 그 어떤 계절보다도 크게 느껴진다.

필자의 작품 중에 “국화가 뿌려놓은 가을/어디론가/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이야 계절을 앞서지만/떠날 수 없는 호수 같은 인생/나는 서럽게 울어야 하는가 봅니다/늘 고독을 가슴에 안은 채 살아가야 하는/누군가에게서 햇살이 다가와 주기를 바라는/언제나 슬픔은 응축되어/가느다란 초록이 있는, 그리고/눈발 휘날리는 하얀 계절에 언제나 우울해지는 것은 왜 일까?/누군가에게로 편지를 띄울 수 있다는 작은 행복도/이대로일 수밖에 없는 가슴 아픔에 눈을 감습니다.”라고 가을을 노래했다.

어느 철학자는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외로움을 지닌 채 태어난다고 했으며, 정호승 시인은 어느 강연에서 외로우니까 사람이다,라고 했다.

그리고 문정희 시인은 “그대 떠나간 후/나의 가을은/조금만 건들어도/우수수 옷을 벗었다/슬프고 앙상한 뼈만 남았다”고 했다. 결국 외로움은 인간의 본질인 것이다. 그래서 인간에게는 시장기 같은 그리움이 항상 내재되어 있다. 슈바이처도 “우리는 모두 한데 모여 북적대며 살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너무나 고독해서 죽어 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왜 외로움은 가을이 되면 배가 되는 것일까. “적막에 길들으니/안보이던/내가 보이고//마음까지도 가릴 수 있는/무상이 나부”끼기 때문인 것일까? 이미 가을은 詩情을 입고 외로움을 입고 우리 곁에 훨씬 이전부터 와 있는지도 모르겠다.

김인석 / 시인. 약산 넙고리 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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