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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잔, 더위를 이겨내는 명약

[무릉다원, 은선동의 차 문화 산책 - 26] 김덕찬 / 원불교 청해진다원 교무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8.07.27 09:30
  • 수정 2018.07.27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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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찬 / 원불교 청해진다원 교무

무더운 삼복의 계절이다. 세상의 모든 것을 태울 것만 같다. 너무 덥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등줄기에 땀이 흐른다. 이럴땐 그저 시원한 숲속 개울가 나무그늘에 앉아 고요히 쉬거나, 넓은 창을 가진 바닷가 카페에 앉아 차 한 잔 마시며 오랜 추억 속을 거닐어 보는 것도, 여유롭게 더위와 놀며 더위를 넘어서는 지혜가 아닐까?

그런데 이곳 완도차밭에서는 이러한 불볕더위도 아랑곳 하지 않는 정열을 불태우며 땀을 쏟고 있다. 온 세상을 뒤덮을 기세로 뻗어있는 칡과 온갖 잡초를 제거하고자 하는 예초작업이 그것이다. 친환경 유기농인증 지역이라 화학 비료 등 인공적인 영양제와 제초제를 일체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며 친환경 농법을 실천하고자 하는 필사의 노력이라 할 수 있다. 즉 더위와 정면으로 맞짱뜨는 피서인 셈이다. 덕분에 땅기운이 살아 있고, 이 땅을 의지하고 사는 차나무를 비롯한 모든 식물들의 그야말로 천국이다. 그 성정이 강할 뿐만 아니라 맛과 향도 매우 선명하고 풍미롭다. 또한 오염원 자체가 없어 그 어느 것을 바라보아도 싱싱하고 깨끗하여 공간 기운마저 맑고 청아할 뿐이다. 그래서 신선이 산다는 은선동(隱仙洞)으로 불렸을까? 이러한 자연의 은혜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은 매우 큰 축복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세상을 향한 감사의 마음이 절실해 진다. 그래서 행복한 것일 게다.

지치고 더우면 잠깐 쉬고, 하늘 한 번 차밭 한 번 바라본다. 시원한 바람 한 줄기 벗 삼아 더위와 나란히 걷는다. 차밭 둘레로 만들어진 명상로의 맑은 기운은 몸과 정신 기운까지 상쾌하게 해 준다. 찻 자리에 앉아 차 한 잔 마실 때, 저만치 산허리를 돌아 차밭으로 들어오는 낯익은 차가 보이면 반가운 마음으로 단숨에 내달아 맞이하는 기쁨, 뉘라서 알까? 그래서 공자가 “유붕이자원방래면 불역낙호아(有朋而自遠方來不亦樂乎)”라고 했을까! 즉, 나와 뜻을 함께하는 벗이 먼 길 마다 않고 찾아오면 이 역시 얼마나 기쁘지 않겠는가? 하고, 굳이 논어의 한 구절을 떠올리지 않아도 그 심경을 헤아릴 수 있다. 그렇다. 요즘 찾아오는 수많은 공부인들과의 지중한 인연에 감사와 즐거움과 기쁨을 동시에 느낀다. 마음속 깊은 마음을 차 한 잔 나누며 나누는 즐거움과 기쁨은 그 무엇으로도 표현하기 어렵다. 더불어 함께하는 즐거움! 마주앉아 나누는 차 한 잔의 의미는 더욱더 소중하고 귀하다! 공자의 마음이 되었다.

밖의 기운이 너무 더워 체내의 온도를 일시적으로 내리는 몸의 메커니즘, 일시적이지만 낮아지는 체온을 보양식을 통해 극복하고자 한 것이 삼복 때만 먹게 되는 음식들이다. 우리 선조들의 건강과 섭생에 대한 지혜이다. 기호음료인 차도 그렇다. 차뿐 아니라 대용차 등 모든 재료들의 특성을 구분하면 결국 음양으로 나누어진다. 따스한 성정과 시원하고 서늘한 성정이 그것이다. 즉 겨우살이차, 구지뽕잎차, 쑥차, 발효차 등을 시음하게 되면 이내 몸이 따스해 지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녹차의 강한 에너지는 세상의 그 어떤 차보다도 탁월하다. 이 차 한 잔이 무더운 삼복을 이겨내는 명약 중에 명약임을 세상은 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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