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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혼의 알약같은 섬마을 장터[특집]봄
완도신문 | 승인 2018.05.07 16:13


아기자기한 노화라는 섬엔 정겨움이 넘친다. 좀처럼 볼 수 없는 옹기종기 모인 집들의 높지 않은 지붕들이 정겹고, 안개 자욱한 해무를 보고 있자면 자연의 운치에 흠뻑 빠져들곤 한다.

사실 노화에 온 후 한동안은 매일매일을 외로움과 두려움에 사무쳐 지냈다.

어느 날 새벽에는 무서운 악몽에서 깬 후 아들에게 전화를 걸어 무섭다고 했더니 대뜸아들이 하는 말, “엄마가 더 무서워...” 엄마의 서러운 마음을 이해하기는커녕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아들이 미운 밤이었다.

늘 나를 지켜주시던 부모님의 그늘, 늘 나와 함께 해온 남편의 그늘, 늘 나를 지탱해주던 아들의 그늘... 한 때 노화는 내게 이 모든 그늘을 거둬가 버린 공간이었다.
하지만 지금 난, 노화에서 새로운 그늘을 만나게 되었다.

그 첫 번째 그늘은 나의 베스트오브베스트. 물론 내 눈엔 베스트오브베스트이지만, 누군가는 그랬다.
"아! 이거는 완전!!! 만화영화, 톰과 제리편을 보고 있는 것 같은데요!"
"영지 씨랑 읍장님을 보고 있노라면 천하의 쾌남 한희석 읍장님을 유일하게 옴싹달싹 못하는 사람이 영지 씨인 것 같아요! 하하하..."

여기에 따스한 내면의 깊은 멋으로 늘 같은 곳을 바라보는 계장님! 그리고 나를 아예 막내 동생쯤으로 취급하는 동생들까지!
이들과 함께하는 매일매일은 주민을 위한 공의를 이뤄가는 행복한 시간들로 채워지고 있다. 마치 눈에 안약을 넣은 듯 온 세상이 달라진 듯 한 상쾌한 기분을 느낀다.
그리고 정겨움과 새로움 속에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 섬마을 장터라는 새로운 세상과 마주했다.

처음 생각은 그랬다.
'이 작은 섬에서 누가 이런 장터에 참여하겠어?' 대형마트에 익숙했던 내게 섬마을 장터는 그리 낙관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하나 둘 섬마을 사람들이 물건을 들고 장터를 채우기 시작했고, 그 물건들을 구매하기 위해 또 다른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섬마을 장터 개장 1주년이 되던 날!
읍사무소 직원들과 함께 장터를 찾은 읍장님은 기분이 좋으신지 직원들의 허기진 배를 채워주셨다. 나름 가득했던 지갑이 홀쭉해졌지만 즐거움에 가득 찬 호탕한 웃음은 노화의 정겨움이란 바로 이런 것이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했다. 섬마을 나눔장터는 노화, 보길도에 거주하는 젊은 아기 엄마들이 각자의 소질을 살린 재능기부 형식의 어울림 한마당 형식으로 꾸며졌다고.

처음 섬마을 장터는 노화에 거주하는 새댁들의 적적함과 마음의 궁핍함과 또 외로움을 달래고자 처음 개장했다고 하는데, 노화에 처음 왔을 때 나 역시 누구보다 외로움을 느꼈기에 새댁들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낯선 환경과 섬이라는 환경에서 주저앉기보다는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있는 그들의 모습이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노화에서 보내는 시간들을 통해 나는 정겨움의 가치를 깨닫고 있다.

함께 소통하며 서로에게 시원한 그늘이 되어주는 노화 주민들을 보며 나 역시 그들과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에 행복을 느낀다.

그들의 사랑스러운 삶은 내 삶의 새로움으로써, 이 봄날 생애 가장 눈부신 형용사로 날아와 내 영혼을 흔들고 가는 전설의 바람결처럼, 내 아픈 영혼의 알약을 조제하는 영혼의 약국이자 내 메마른 영혼의 풍요로운 양분을 뿌려주는 영혼의 서점처럼 나를 구원해주고 있다.

과연 내일은 또 얼마나 행복한 일이 벌어질까?

이제 나의 무의식은 악몽에서 벗어나 행복한 내일에 대한 기대감으로 매일을 채워지고 있으니.
 

김영지 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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