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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오늘이 쌓여진 시간의 먼지들일 뿐

[에세이-詩를 말하다]김인석 / 시인. 완도 약산 넙고리 출신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8.04.09 14:19
  • 수정 2018.04.09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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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오르기 전에 공연한 자신감으로 들뜨지 않고
오르막길에서 가파른 숨 몰아쉬다 주저앉지 않고
내리막길에서 자만의 잰걸음으로 달려가지 않고
평탄한 길에서 게으르지 않게 하소서

잠시 무거운 다리를 그루터기에 걸치고 쉴 때마다 계획하고
고갯마루에 올라서서는 걸어온 길 뒤돌아보며
두 갈래 길 중 어느 곳으로 가야 할지 모를 때도 당황하지 않고
나뭇가지 하나도 세심히 살펴 길 찾아가게 하소서

늘 같은 보폭으로 걷고 언제나 여유 잃지 않으며
등에 진 짐 무거우나 땀 흘리는 일 기쁨으로 받아들여
정상에 오르는 일에만 매여 있지 않고
오르는 길 굽이굽이 아름다운 것들 보고 느끼어
우리가 오른 봉우리도 많은 봉우리 중의 하나임을 알게 하소서

가장 높이 올라설수록 가장 외로운 바람과 만나게 되며
올라온 곳에서는 반드시 내려와야 함을 겸손하게 받아들여
산 내려와서도 산을 하찮게 여기지 않게 하소서

                                                   - 도종환, <산을 오르며> 전문
 

김인석 / 시인. 약산 넙고리 출신

4월이면 많은 사람들이 산을 찾는다. 산행을 통해서 일상의 삶을 잠시나마 털어버리고 휴식을 얻기 위함일 게다. 그리고 보편적으로 산행을 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정상을 밟는 것이다. 정상을 통해서 얻은 평범함의 희열이 값지기 때문이다. 정상에서 사방을 둘러보면서 지나온 삶에 대해 뒤돌아보기도 하고 남은 생을 위해 어떻게 하면 아름답고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고민도 하게 된다. 때로는 드넓은 창공에다 내 몸을 맡겨 날아갈 수 있다면 하는 헛된 상상도 하고, 저 나무처럼 초록만을 간직한 채 살아갈 수 없을까,하는 해결될 수 없는 푸념도 하게 된다. 또한 많은 것을 고민하며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도 하는 것이 산행이다.

며칠 전 산행을 하다가 새의 노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한참을 조용히 앉아 들어도 도무지 새의 이름을 알 수가 없었다.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너무 아름다운 노래 소리였기에 이름을 알고 싶어, 산행하는 옆에 분께 몇 번의 망설임 끝에 물어보았다. 본인도 저 소리에 취해 앉아있노라고 하면서 너무 아름답지요. 그리고 우리는 서로 조용히 말이 없다. 나만이 저 새의 노래 소리에 행복을 느끼는 게 아니라 저 분도 저 새의 노래 소리를 통해서 즐거움과 행복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에 감동 같은 전율이 느껴졌다.  

인간은 산을 통해서 겸손을 배우고 된다. 산에는 많은 나무들과 숲들이 존재한다. 상록수는 상록수대로 낙엽수는 낙엽수대로 삶에 영향을 끼친다. 특히 낙엽수에는 인생의 희로애락이 담겨져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산행을 하면서 올라갈 때와 내려올 때를 통해서 인생의 진리를 발견하게 된다.

“산을 오르기 전에 공연한 자신감으로 들뜨지 않고
오르막길에서 가파른 숨 몰아쉬다 주저앉지 않고
내리막길에서 자만의 잰걸음으로 달려가지 않고
평탄한 길에서 게으르지 않게 하소서”

우리들의 좌우명 같은 생각이 든다. 인생이란 거대한 것도 그렇다고 하찮은 것도 아니다. 지나온 과거의 삶을 반면교사 삼아 내일은 더 나은 삶을 살아야겠다고 사람들은 말하곤 한다. 하지만 어제와 내일은 없다는 것이다. 어제는 오늘이 쌓여진 시간의 먼지들일 뿐이고 내일은 경험해보지 않았으므로 알 수 없는 것이다. 우리들에게는 오늘만 존재할 뿐이다. 오늘이 있기에 웃을 수 있고 슬퍼할 수 있고 누군가를 그리워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가. 많은 사람들이 산행을 통해서 인생의 맛을 누리며 살아간다. 산행은 참으로 아름다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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