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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진학을 앞둔 후배들에게

[완도 시론]정병호 /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원장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7.11.06 10:57
  • 수정 2017.11.06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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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호 /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원장

수능시험이 채 3주도 안 남았다. 입시를 앞둔 청년들에게 대학이란 과연 어떤 의미일까. 필자는 대학에서 20년 가까이 교편을 잡고 있지만, 지금까지 심각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완도고등학교에 특강을 가게 되니, 진지하게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대학 안팎에서는 대학의 역할을 놓고 논쟁중이다. 학문연구냐 직업교육이냐. 최근 들어 대학이 직업교육에 더 중점을 두어야 한다는 요구가 대학 밖에서 많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교육당국은 대학에 대한 재정적 지원을 직업교육 강화와 연계시키고 있다. 이는 대학 내의 갈등 요인이 되기도 한다.

대학교수들은 대체로 학문연구가 더 중요하다고 보는 경향이 있는 반면, 대학 밖에서는 점점 더 직업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필자는 학문연구나 직업교육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서는 대학이 그 역할을 다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교수 입장에서야 학생들이 학문연마에 힘쓰기를 바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하지만 비싼 등록금 내고 대학을 다닌 학생과 그 학부모의 입장에서는 취업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대학이 학생들의 취업을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다.

결국 둘 다 포기할 수 없는 목표다. 우리 대학의 모델이 된 서양의 대학은 11세기 이탈리아 볼로냐, 프랑스 파리에서 태동했는데, 그 때도 사실 법학, 의학 등 직업과 관련 있는 분야를 중심으로 발전했다. 문제는 이 둘을 조화시키는 균형점을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이다.

어려운 문제이긴 하나, 필자는 지나치게 직업교육을 강조하는 풍조는 지양돼야 한다고 본다. 빅데이터, 인공지능, 사물인터넷으로 대표되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정말 모든 게 빨리 변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이미 전대미문의 속도로 기술이 발전함을 체험하고 있다. 당장 현재 수익을 더 내기 위해, 현장에서 바로 써먹을 수 있는 기술교육에만 치중하면 안 된다. 그렇게 교육받게 되면 완전히 새로운 기술이 지배하는 미래사회에 적응하지 못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대학이 지나치게 현장을 강조하는 산업계 요구를 경계하는 이유다. 지금까지 대학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어떻게 고도성장이 가능했을까 반문하고 싶다.

우리 학생들은 어떤 생각일까. 그들에게 대학은 학문을 연마하는 곳인가 아니면 좋은 직장을 얻기 위해 학점을 따는 곳인가. 취업이 워낙 어려운 현실이다 보니, 대학을 직장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한다고 해도 그들을 나무랄 수는 없다고 본다. 그들에게 취업은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학진학을 앞둔 청년들에게 꼭 당부하고 싶은 게 있다.

인생을 조금 길게 보고 전공을 선택하길 바란다. 전공 선택에 있어서는 인구구조 변화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출산율이 세계 최저 수준으로 떨어져 곧 인구가 감소할 것이다. 하지만 전세계적으로 보면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식량부족이 심화될 것이라고 한다. 농수산업이 새삼 주목을 받는 이유다. 또 우리나라는 이미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노인 의료 및 복지 관련 산업에서도 새로운 일자리가 많이 생길 것이다. 미래를 준비하는 청년들이 인구구조 변화와 관련된 서적을 꼭 한번 읽어 보길 권한다.

또 요즘 100세 시대라고 하는데, 우리 학생들은 120세 시대를 맞이할 지도 모른다. 어쩌면 평생 직업을 몇 번 바꿀 수도 있고, 그 때마다 필요한 지식을 얻기 위해 새로 공부해야 할지도 모른다. 예측하기 어려운 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한 길은 역시 기초를 튼튼히 하는 것이다. 대학에서 학문연마로 기초를 튼튼히 해두면, 오히려 새로운 기술에 적응하기 쉬울 수도 있다. 공자는 15세에 학문에 뜻을 세웠다(立地)고 한다. 비슷한 나이의 고향 후배들도 인생의 좌표를 잘 세웠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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