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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해를 일가하며 누비는 영험한 흰 거인 코끼리 2

[완도 풍수] 4. 상왕봉

  • 김형진 기자 94332564@hanmail.net
  • 입력 2017.08.25 21:11
  • 수정 2017.08.25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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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산은 상황산이여야 한다"고 밝힌 향우 S 씨.
그는 "13세기 중반 고려 원묘국사 요세가 탐진강 입구의 만덕산 백련사에서 결사를 행한다. 이후 불교는 귀족 종교의 틀을 벗어나 기층민들에게 급속히 보급되어 많은 민초들이 불가에 의지하게 된다. 현세의 고난함을 내세에 의지하고자 하는 민중의 피폐한 삶이 반영되어 완도의 민초들도 불가에 심취하게 되는 시기였다."고 했다.
"1245년 몽장 차라대가 이끈 몽고군이 호남을 유린하고 목포까지 침입하자 위기감을 느낀 만덕산 백련결사 주도자들은 물 건너 완도 법화사로 몸을 피한다. 중세 완도체도에 불가의 영향력이 한층 고양되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계송(염불)이 완도체도에 가득하던 시기다. 코끼리를 상징적으로 명칭에 반영한 상황봉의 명칭은 아마도 이 무렵에 생성되지 않았을까 추정한다."고.
"고려는 스스로 황제국을 칭했다. 심지어 진도로 천도한 삼별초정권도 스스로 황제를 옹립했다. 짧은 기간이나마 서남해의 백성들은 진도에 머무른 황제의 백성들이었다. 그러므로 서남해 민초들은 으뜸인 ‘황’의 이미지를 익히 알고 있었다."고.
그러며 "민초들은 식견이 부족할지라도 으뜸과 버금은 구분할 줄 안다. 내 눈에 보이는 내 지역의 봉우리에 버금을 취하지 않고 으뜸의 상징을 투영하려는 욕구는 자연스럽다. 이러한 관점에서는 ‘상황’이 더 어울리는 명칭이다. 코끼리 가운데 으뜸 코끼리는 ‘상왕’이 아니라 ‘상황’이기 때문에." "그러나 표기는 문자 향유계층의 사유체계에 따른 표기에 구속된다. 고려와 달리 조선은 성리학을 바탕으로 세상의 중심에 대한 모화사상이 반영되어 건국된 나라다. ‘왕’은 ‘황’의 깃발 아래에서만 존재한다. 그러므로 세상의 으뜸 군주를 상징하는 ‘황’자는 함부로 사용하지 말아야 하는 금기어다."라고 전했다.
즉 "권위와 존엄의 상징체계로 본다면 ‘황’은 으뜸이요, ‘왕’은 버금이다."고. 
"이를 토대로 조선시대를 관통했던 모화사상에 근거하면, 조선 강역 내 으뜸의 상징은 ‘왕’으로 제한된다. 조선시대 문자향유층에 의한 상왕봉 표기에는 이 같은 모화사상이 반영되어 있는 것이다. 설마하니, 완도체도 주봉의 명칭이 조선시대에 처음으로 생성된 것으로 생각하는 우를 범하지는 말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러며 "모화사상에 뿌리한 사유체계도 대한제국으로 명칭이 바뀌며 황제국이 된다. 이로서 ‘황’은 더 이상 금기어가 아니게 됐고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20세기 들어서 상왕봉이 상황봉으로 바뀌어도 시비를 걸 이유가 없는 것이다."고 했는데...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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