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새정부의 개혁과제와 지역발전

[완도 시론]정병호 /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원장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7.05.27 19:42
  • 수정 2017.05.27 19:48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병호 /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원장

 문재인 대통령이 며칠 동안 보여준 긍정적인 행보로 인해 새 정부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상당히 크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새 정부는 적지 않은 부담을 안고 출발했다. 문대통령은 적폐청산을 슬로건으로 하여 당선되었다. 적폐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검찰개혁과 재벌개혁이다. 새 정권이 초기에 두 가지 개혁을 완수하지 못하면, 어려움에 처하게 될 수도 있다.

둘 다 정의에 관한 문제다. 검찰개혁은 사법정의, 재벌개혁은 경제정의를 세우는 일이다. 특히 재벌개혁은 새 정부의 공약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도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둘 다 어려운 과제이나, 그중에서도 재벌개혁이 더 어렵다고 본다. 재벌의 적격수로 평가되는 분이 공정위의 수장이 된다고 하니 상당히 기대가 된다. 두 과제 모두 주도면밀하게 접근하지 않으면 실패 가능성이 크다. 수십 년간 유지되어온 유전무죄, 약육강식의 사회구조를 송두리째 바꾸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기득권 세력의 강력한 저항이 예상된다.

특히 여당의 국회 의석수가 과반에 미달한 점이 개혁에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대다수 개혁과제는 입법을 필요로 한다. 그런데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여야 합의 없이 법안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전체 의석의 3/5인 180석이 필요하다. 여당인 민주당 의석이 120석 밖에 안되고, 국민의 당과 정의당뿐만 아니라 바른정당의 지원까지 받지 못하면 법안을 통과시키기 어렵다.

야당들은 정권교체 초기의 여론을 의식하여 여당에 협조할 것은 협조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으나, 이를 곧이곧대로 믿기 어렵다. 야당이 여당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하면 존재감을 상실하게 된다. 그래서 야당은 주요현안에 대해서는 정부·여당과 각을 세우는 경향이 있다. 야당들은 국민 여론을 감안하여 여당에 어느 정도 협조하는 모양새를 갖출 것이나, 구체적인 정책현안에 대해서는 다른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큰 이유다.

과반이 안 되는 표를 얻은 대통령이 개혁과제를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는 여건도 아니다. 야당도 이 점을 문제 삼을 여지가 없지 않다. 프랑스 등 선진국의 대통령 결선투표제가 아쉬운 까닭이다. 만약 문대통령이 결선투표를 통해 과반 이상을 얻었다면, 바로 이 과반 이상의 민의를 바탕으로 자신의 개혁과제를 실천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처럼 여건이 녹록하지 않기 때문에 새 정부는 기득권 세력의 저항을 무력화하면서 개혁작업을 착실히 진행하기 위해서는 야당과 국민들을 상대로 끊임없이 각종 개혁과제의 정당성에 대해 동의를 얻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상당한 인내력을 필요로 할 수도 있다. 그렇지 않으면 과거와 같은 여야의 대립으로 인해 정치불신의 주된 책임을 정부·여당이 떠안을 수도 있다. 여당으로서는 내년 지방선거까지 개혁의 명분을 축적해야 할 것이다.

새 정부는 검찰개혁, 재벌개혁 못지않게 중요한 개혁과제로 지방자치의 확대를 공약했다. 이는 참여정부의 지역균형발전과 일맥상통한다. 지방자치의 전제는 지역경제 발전이다. 지역에 제대로 된 기업이 들어와야 일자리가 창출되고 인구도 늘어날 것이다. 지금까지 재벌에게 준 특혜의 일부만이라도 지방에 투자하는 기업에 줬으면 좋겠다. 재벌이 중소기업의 희생 아래 고도성장했듯이, 수도권도 지방의 희생 아래 비대해졌다. 수도권은 지방의 모든 자원을 빨아들이는 블랙홀과 같다. 지방 가운데 특히 호남과 경북의 피해가 컸다.

두 지역 모두 최근까지 일당 독재한 탓이 크다. 더구나 호남은 이번에 지역출신의 대선후보도 내지 못했다. 과거처럼 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지 않고, 유력 후보 둘에게 표를 6:3으로 나누어 준 것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본다. 민주당의 호남 득표가 의미 있는 이유는 민주당이 지난 총선에서 실패한 후 국민의당과 치열한 경쟁을 통해 얻은 결과이기 때문이다. 검찰개혁도 결국 경찰과 권력을 나누고 서로 감시하고 경쟁하라는 취지다. 재벌개혁도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정당하게 경쟁하라는 뜻이다. 호남에서도 치열한 경쟁을 통해 성장한 정치지도자가 대선후보가 되고 또 당선되는 날을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완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