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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명처럼 들려왔다 "네가 가진 시간을"

[리더스칼럼]배민서 / 완도 출신. 미국 거주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7.02.24 12:08
  • 수정 2017.02.24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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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서 완도출신/미국 거주

나에게 이렇게 아름다운 날들이 찾아 올 거라곤 상상조차도 하지 못했었다. 부모님을 먼 하늘나라로 떠나 보낸 후 보게 되었던 초라하기 짝이 없었던 스무살 때의 내 모습. 나는 어느 누구에게도 환대받지 못했고 아무런 꿈도 없던 느려터진 곰탱이였었다.

그런 그녀가 꿈을 꾸기 시작했다. 불가능하게 보이던 꿈 ... 주머니엔 버스토큰 밖에 없었지만, 꿈을 간직한 마음에는 서서히 희망이 피어나고 있었다. 장사를 하시던 큰언니집에서 집안살림을 하며 조카들을 챙기고 학교공부와 학비를 벌어야 했던 나는 늘 바빴다. 그 와중에도 하고싶은 것들은 많아서 소원을 말하듯 기도를 시작했었다.

"하나님! 나에게도 시간을 주세요!"
깊은 심연 속 간절한 갈망이었다. 길을 걸으면서, 설걷이와 빨래를 하면서 부르짖었던 내 기도의 응답이 어느날엔가 공명처럼 가슴에 울려 퍼졌다. "네가 가진 짜투리 시간들을 들여다 보렴~"
그때에 처음으로 나는 보석같은 시간들이 곳곳에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 그리고 그 짜투리 시간들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청년시절 나의 롤 모델은 신사임당이었다. 결혼을 하게 된다면 신사임당처럼 지혜롭게 자신의 재능을 개발하면서 아이들을 양육하고 남편을 끝까지 써포트해 줄 거라고 속으로 다짐하곤 했었다. 대학생이던 남편을 만나 대학원을 보내고 그의 유학길에 두 아이들을 데리고 미국까지 건너와 도넛가게, 뷰티 써플라이, 세탁소에서 일을 하면서 짬짬이 시간을 내어 공부를 했고 미국 Registered Nurse가 되었다.

그런데 박사과정에 있던 남편이 갑자기 자신의 길이 아니라며 공부를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한 동안 매 년 가게를 하나씩 오픈 할 만큼 번창하던 사업이 내리막길을 경험하고 빚을 지고 파산하게 되었을 때에도 나는 그의 곁에서 침묵하며 눈치를 살폈다.

"이 위기의 순간을 어떻게 기회로 붙잡을 수 있을까!" 좌절감에 빠져 골방에 틀어박힌 그를 위해 나는 대학진학에 대한 정보들을 모으며 과외학생들을 끌어 모으기 시작했다. 마침내... 남편이 아이들을 가르치기 위해 공부를 시작했으며 그의 눈은 활기를 찾기 시작했다. 학생들 SAT 과외를 계기로 남편은 자신의 꿈을 펼치는 공부도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나이가 쉰이 넘어 학교에서 직장을 잡은 남편이 이제는 메디칼필드 박사과정에 도전하고 있다. 그리고 나에게 늘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어쩌면 이 과정들을 지켜보는 그 자체 만으로도 나에게는 큰 기쁨이었고 감사의 제목들이었다.

꿈을 지닌 사람들의 눈은 별처럼 반짝인다. 지난 주 동안 틈틈이 읽었던 책 속에 기록된 아름다운 여인들은 끊임없이 자신을 개발하고 꿈을 꾸는 사람들이었다. 지금, 나에게는 오로지 나 자신을 개발하고 그것을 즐기는 일 만이 남아있다. 시간이 갈수록, 나이가 들어갈수록 하고싶은 일들은 늘어나고 나의 꿈은 점 점 더 커져만 간다.

그러나, 가장 지혜로운 사람은 무작정 꿈만 꾸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현재 하고 있는 일들을 사랑하고 그 속에서 창의적으로 자신의 최선을 발견할 줄 아는 사람. 그로인해 많은 사람들을 이롭게 할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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