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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 공주, 장군, 닥터, 다음은 무엇일까요?

뉴스 후

  • 한정화 기자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6.11.25 15:24
  • 수정 2016.11.25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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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본지 제1059호 <세상을 만드는 손>에 소개된 다섯둥이 정경숙 씨의 집안 풍경이 궁금했다. 궁금증에는 그 많은 아이들을 대체 어떻게 돌보는지 그 일상이 과연 가능하기는 한 건지 경이로움과 존경의 마음이 포함돼 있었다. 22일 화요일 늦은 오후 그녀의 집을 찾아갔다.

현관문을 여는 순간 깜짝 놀랐다. 한 눈에 봐도 온 집안이 책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거실 양쪽 벽면은 물론이고 방방마다 주방에도 베란다까지도 벽이란 벽은 어김없이 책장이 차지하고 빽빽하게 책이 꽂혀 있었다.

경숙 씨를 대단하다고 여기게 만든 존재들, 대단한 다섯 아이를 소개한다.
먼저 여덟 살, 똑똑박사 도형 박사(아이들에게는 제각각 별명이 있었다). 책 읽기를 좋아한다. 사교육이라고는 태권도밖에 하는 게 없다. 또래 엄마들이 정말이냐고 혹시 따로 과외라도 시키는 건 없는지 궁금해 하지만 정말로 진심으로 도형이는 태권도 학원만 다닌단다. 작년부터 곤충에 관심이 많아져 생물학자가 꿈이라는 도형이는 엄마 아빠랑 협상할 게 많아보였다. 우선 TV는 1주일에 딱 한 번 수요일 저녁 8시 ‘신비아파트 고스트볼의 비밀’을 보고 있는데, TV 시청횟수를 늘리고 싶다. 또 휴대전화기를 갖고 싶다. 같은 반 20여 명의 친구들 중 7~8명은 가지고 있다는 휴대전화기를 도형이도 갖고 싶다. 마지막으로 게임도 하루에 30분씩 하고 싶단다. “엄마, 아빠! 이 중 한 가지라도 잘 타협이 되겠지요?”

여섯 살, 다이아몬드 딸 솔리 공주. 현재 유일한 딸. 원래는 ‘금딸’ 솔리 공주였는데, 넷째가 아들이란 걸 알고부터 다이아몬드 딸로 격상됐다. 혹시 뱃속의 다섯째도 아들일 경우 어떤 딸로 격상이 될지. 솔리는 “오빠가 말좀 잘 들었으면 좋겠어요”라고 당찬 꿈을 말한다. 아무래도 엄마 말이 아니라 제 말좀 잘 들어달라는 것 같다.

네 살, 귀여운 도휘 장군. 해경인 아빠가 청산도 앞바다로 출동 나갔을 때 그 바다를 보며 지었다는 이름 도휘. 무엇이든 혼자 척척이란다. 노는 것도 척척. 옷 입는 것도 척척. 인정이 많아 엄마를 잘 도와준다. 작년부터 도휘는 어른들이 장래희망을 물을 때마다 흔들림 없이 해병대, 특전사 같은 걸 말해왔다는데 그날은 소방대원과 경찰이라고 했다.

둘째 솔리(왼쪽)와 셋째 도휘

두 살, 꽃보다 도윤 닥터. 두 돌이 막 지난 도윤이는 책을 하도 읽어줘 제목만 말하면 책을 찾아온다. 누나 형들 틈에서 잘 놀던 도윤이가 낮잠이 부족한 탓인지 떼가 났다. 우유를 줘도 울고 안아줘도 울더니 특효약이 따로 있었다. “책 읽어줄게” 엄마의 말이 떨어지자 약효가 나타났다. 책꽂이를 향해 걸어가더니 망설임 없이 두 권의 책을 뽑아오는데 정확히 가장 좋아한다는 '호랑이와 곶감' 그리고 '아기돼지 삼형제'다. 신기하게도 엄마 품에 안겨 엄마의 책 읽는 소리를 들으면서 떼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첫째 도형이(오른쪽)와 넷째 도윤이

그리고 마지막으로 뱃속의 다섯째 아이 별아.
아무쪼록 건강하게 잘 있다가 만나기만 바라는 경숙 씨의 마지막 아이 별아!

경숙 씨는 아이들과 주로 하는 일이 함께 책을 읽고 산책하는 일이라고 한다. 큰아이가 책을 좋아하니 줄줄이 동생들이 영향을 받은 것 같단다.
크리스마스 트리 전구가 벽에 걸려 있어올 크리스마스를 일찍 준비했나보다 했더니 일년 열 두 달 떼지 않고 달아둔다고 한다. 이유가 있었다. 경숙 씨와 아이들이 가끔 한번씩 가지는 광란(?)의 시간을 위해!

어떻게 평온하기만 하겠는가. 경숙 씨가 가끔 울적하거나 아이들이 심심하거나 혹은 아이들을 돌보느라 경숙 씨가 지칠 때, 아이들이 지칠 때,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함께 춤을 춘다. 그럴 때 트리 전구는 아주 쓸모있는 조명이 된다.

아이가 다섯이나 되다니 놀랍다는 반응이 물론 우세했으나 반대의 반응도 있었다. 경숙 씨가 정기적으로 만나는 또래 엄마들 중에도 다섯 아이의 엄마가 있었고 물론 네 아이의 엄마도 있었다. 한 엄마는 “완도는 세 아이는 필수, 네 아이부터가 선택!”이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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