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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파블로 '우편배달부' 7 당신에게서 불어 온 바람소리

문학의 향기

  • 김형진 94332564@hanmail.net
  • 입력 2016.11.25 13:47
  • 수정 2016.11.25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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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이 흐른다. 작은 섬의 주점에 한 방문객이 나타난다.
몇 년이 지나서야 아내와 함께 다시 마리오를 만난 그곳으로 나타난 네루다. 주점으로 들어선 그들은 마리오의 결혼식 사진을 보면서 추억에 잠기는데, 이때 마리오를 빼닮은 한 아이가 공놀이를 하며 나타난다. 곧 아이의 엄마가 뒤따라 나오고 그녀는 아이를 파블리토라고 부른다. 베아트리체는 네루다 부부와 눈이 마주친다.

울먹이는 그녀는 네루다에게 그동안의 일을 설명한다. "그 이는 아들을 보지 못했어요. 아이가 태어나기 며칠 전에 죽었죠"
사회주의 시위가 발발했을 때 때, 마리오는 네루다가 기뻐할 거라며 참가했다. 연단에 서서 마리오가 시를 낭송하게 되어 있었지만 진압군의 폭력진압으로 유혈사태가 벌어졌고 우왕좌왕하는 군중에게 마리오는 그만 깔려죽고 말았다. 베아트리체는 마리오가 녹음한 테이프를 가져와 말했다.

"이 테이프는 당신에게 보내줬어야 했지만 내가 가지고 싶었어요!  그이가 이 안에 살아 있는 것 같아서요"
네루다는 가만히 앉아 녹음기를 틀었다. "파블로 선생님께, 전 마리오입니다. 절 기억하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전에 선생님 친구분들께 우리 섬의 아름다움에 대해 말해보라고 한 적이 있었죠. 전 그때 아무말도 하지 못했어요. 지금은 알 것 같아 이 테이프를 보냅니다."
"우리섬의 절벽의 바람소리와 나뭇가지에 부는 바람소리가 이래요"

시적으로 표현해보면 이랬을까?
지금, 내 뺨에 부딪히는 이건 바람결인가요? 아님 당신의 숨결인가요?
내 뺨을 타고서 내 코로 들어와 나의 뇌를 모조리 잠식해 버린 이 소리는...
숨을 쉴 수가 없어요
아, 멀미가 나!
더 이상 들어오면 안되는데...
딱 그 만큼의 거리에 있어요.
거친 폭풍과 눈보라, 차가운 하늘 아래 결코 의연함을 잃지 않는 저 겨울의 숲속처럼 그리 서계실 수 없겠는지요?
하지만 나의 귀는 여전히 우리가 행복했던 그날의 속삭임을 다시 듣길 바라고 우리가 황홀했던 그 순간의 사랑 냄새를 다시 맡길 바라며, 우리가 함께했던 그날 밤 별빛 위를 또다시 걷길 원하죠. 당신이 들려주는 소리는 우리가 수없이 헤어지고 수없이 만났던 그 곳에 저 하늘의 별들이 던지는 모든 질문에 단 하나의 사랑의 열쇠로만이 풀리는 단 하나의 오솔길.
고통과 절망으로 점철 된 우리의 자리마다 바람의 오솔길을 따라 아픔은 스스로를 흔들어 빈자리를 공명시켜 거룩한 울림으로 내 안을 가득 휘돕니다.
가 닿기 힘든 아득함과 가 닿고 싶은 열망 사이도 당신의 한 줌은 훑고 지나가지요. 차갑고 냉정하되 불같은 열정과 따스함을 지니리라고 내 마음자리 이미 오래 전 기다림과 열망의 임계점에서 난, 당신으로 푸르르고 푸르러지고 있는 것을요(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