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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맨날 싸워! 맨날 무승부여!

이선태 씨의 세상을 만드는 손

  • 한정화 기자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6.10.14 15:07
  • 수정 2016.10.15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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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만드는 튀김은 다르다. 우선 빠삭빠삭하다. 안 빠삭거리는 튀김도 있냐고? 있다. 빠삭거리는 정도가 다르다. 깨끗하다. 담백하다. 담백한 튀김이라니! 깨끗한 기름을 사용하지 않으면 절대로 낼 수 없는 맛이다. 튀김옷을 잘 걸친 오징어, 새우, 계란, 고구마, 순대, 속을 꽉 채운 고추들이 팔팔 끓는 기름 속으로 퐁당퐁당 뛰어든다…….

비오는 날의 오후, 발걸음이 어느 새 그집 앞을 향하고 있었다.

해남 총각 이선태 씨(사진). 다니던 교회 청년회에서 완도 처녀를 만나 사랑에 빠졌다. 서울에서 유통업을 하며 여느 부부와 다름없이 신혼을 보내고 자식을 낳고 알콩달콩 살았다. 그러나 언제까지 그렇게만 내버려두는 게 삶이던가. 1998년 IMF의 폭풍을 선태 씨도 피하지 못하고 결국 아내의 고향 완도로 내려오게 되었다.

어언 십 수년. 동갑내기 선태 씨 부부는 작은 분식집을 꾸려 종일 함께 떡볶이를 만들고 어묵을 끓이고 튀김을 튀겨내며 살아가고 있다. 비오는 날, 빠삭한 튀김을 찐한 떡볶이 국물에 버물려 먹고 싶은 사람들이 많았나. 주문해놓고 기다리는 사람, 가게에 앉아서 먹는 사람, 사람들이 많았다.

맛의 비결이 뭐냐고 묻자 그의 아내에게서 자동적으로 나오는 대답은 “정성”이었다. 정성과 더불어 또 하나의 비결은 '그날 그날의 법칙'? 재료의 신선함은 기본이고 깨끗한 기름은 필수고 매일 아침마다 그날 쓸 반죽을 하고 하루를 넘기지 않는다고.

동갑이면 아무래도 더 많이 싸우셨겠다, 주로 누가 이기나 장난스레 묻자 “지금도 싸워. 맨날 싸워. 맨날 무승부여. 승부가 나버리면 안 돼.” 아주 부드럽게 그러나 단호하게 대답하는 선태 씨. 그렇구나! 부부싸움은 무승부여야 하는구나! 칼로 물 베기라는 말보다 새삼 신선하다.

그의 손을 거쳐 떡볶이와 튀김을 받아들기까지 고여오는 침을 몇 번이나 꿀꺽꿀꺽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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