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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 백남기

추모 시(詩)

  • 시인 배철지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6.09.30 11:50
  • 수정 2016.09.30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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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철지 시인

장흥땅에서 일어난
동학도의 기세는 차라리 노도였다.
그 파도가 무서웠던 정권이
보성으로 뚝 떼어 보성군 웅치면이 되었던
그 땅에서 태를 묻더니
유신잔당 장례식을 치르던 뚝심으로
이름이나 팔아먹는 보성차밭을 곁에 두고도
바짓단 걷고 무논에 들어가 논을 매거나,
종자조차도 없어져 가던 우리 밀만 붙잡고
살아 온 농민 백남기.

2015년 민중 총 궐기대회에서
이미 썩어버린 사대강에나 뿌려야할
물대포에 직격당해
꽃처럼 드러누웠다.

무너져 내렸다.
꽃부터 꽃대까지
피어올랐던 자취도 없이 시커멓게
말라가는 상사화처럼,
자식 먼저 보낸 어미 가슴마냥
말라버린 그대로 우리도 주저앉았다.

민주주의도 가라앉았다.

그러나 꽃이 시들고,
꽃대가 말랐어도
뿌리까지는 마르지 않는 법이니
가슴에 묻은 자식은 꾹꾹 누르고
남아있는 자식 위해서 들에 나가는
포기를 모르는 어미들처럼
우리는 다시 일어서야 한다.
저 동학도들의 노도 같은 물결처럼
다시 나아가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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