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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좌리 주민들, 당제에서 국태민안과 통일 기원

열두군고패, 천년 전 청해진 군사들의 배굿 재현

  • 박남수 기자 wandopia@daum.net
  • 입력 2016.02.24 23:01
  • 수정 2016.02.29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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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가 당집에서 당제를 준비하는 동안에 청해진 군고패들은 당집에 가까이 오지 않는다. 당제 준비가 끝나고 집사의 신호에 따라 당집에 집결한다.
당제를 마친 군고패들이 당집을 세 바퀴 돌고 있다.
당제를 모신 뒤 군고패들이 당집과 당숲을 각각 세 바퀴 돈 뒤에 언덕을 따라 굿을 치면서 바닷가로 내려간다.
내려가는 도중 넓은 터에서 마지막을 한 판 신명나게 논다. 멀리 해남과 장흥이 보이고 고금도가 손에 잡힐 듯 가깝다.
세 척의 배에 나누어 탄 군고패들이 힘차게 배굿을 펼친다. 배굿은 청해진 군사들이 해적들과 해상전을 벌이는 장면을 형상화한 12개의 장단 중 하나로 보통 풍물 장단과 다르다.
장군샘을 세 바퀴 돌고 나서 쇠로 샘물을 떠서 마신다. 샘굿을 하는 동안 마을 주민들이 전부 나와 흥겹게 같이 논다.
샘굿을 마친 군고패들이 금줄을 친 사장나무(당목)를 돌며 굿을 한다.

완도읍 장좌리 마을 주민들이 지난 22일 전라남도 무형문화재 제28호로 지정돼(1995년) 있는 장좌리 당제 및 당굿 행사를 펼쳐 정월 대보름과 전통문화 계승의 의미를 되새겼다.

금년 당제·당굿의 제주인 장좌리 황종성 이장과 30여 열두군고 회원들은 새벽 어둠을 열고 군고를 치면서 장도 당집으로 올라 당제를 모셨다. 장좌리 당제는 장보고 대사와 송징 장군, 정년 장군, 혜일 대사 등 네 분의 위패를 모신다. 이날 당제의 집사인 곽정남(73) 씨는 국태민안과 민족통일, 완도군의 발전과 번영 그리고 마을 주민들의 건강을 기원했다.

당제를 마친 참석자들은 차린 음식을 들며 새해 인사와 덕담을 나누기도 했다. 당제에는 신우철 군수와 김동삼 의장, 김의일 문화원장 등이 참석했다.

당제를 마친 군고패는 강양대 상쇠의 주도 하에 장도에서 내려와 배에 올라 배굿을 치며 마을로 향했으며, 바닷가 우물과 당목에서 굿을 펼치기도 했다.

황종성 이장 집에서 성주굿을 한 군고패와 주민들은 당제 결산 보고를 한 뒤 휴식을 취했고 최근 이사했거나 신축한 4명의 집을 들러 지신을 밟으면서 악귀와 잡신을 물리치고 복을 기원하기도 했다.

저녁 무렵 바닷가로 나와 갯제를 지낸 뒤 마을회관으로 돌아와 파장굿을 끝으로 대보름 당제·당굿을 마쳤다. 이날 당제에는 2명의 중학생들이 군고패에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장좌리 황 이장은 “군고패들이 갈수록 고령화되는 가운데 아직까지는 30명을 유지하고 있다”며 “군고패 수를 더 늘리고 젊은 층에게 전수할 수 있도록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장좌리 당제·당굿 외에도 군외면 달도, 약산면 당목, 노화읍 미라리 등지에서도 대보름 당제와 갯제 등이 열려 주민들의 화합, 마을의 발전과 풍어, 주민들의 건강을 기원했다. /박남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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