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 타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낡은 성터에
흰눈이 내릴 때쯤
고승(高僧)은
허허로이 다시 떠날 것을 말하였으나
모래밭
등 굽은 천형(天刑)의 그림자
사진(沙塵)을 이기고 묵묵히 걸어온 날들
새로운 강을 건너고
새로운 새벽을 맞았을 뿐
세월의 지층이
켜켜이 쌓여진 등판
낮춘 만큼 올려보는 별들은
멀다
서역정토를 향해
멀고먼 은핫길을 따라
그 사막엔 하얀 무서리가 내리고
여윈 바람의 추억들이 쌓여가고 있을 뿐
2015. 1. 2
전라도에서
시인 정재학(완도여중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