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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 톺아보기)불목분교 폐교 이후를 생각할 때

박남수(편집국장)

  • 박남수 기자 wandopia@daum.net
  • 입력 2015.09.10 06:38
  • 수정 2015.11.04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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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3월 군외초등학교 불목분교(옛 군외동초등학교)는 현재 2년째 휴교 중이다. 교실과 급식실, 과학실 등은 잠겼고 교문은 쇠사슬로 막혔다. 폐교는 불가피해 보인다.

1949년에 첫 졸업생을 배출한 것을 보면, 군외동초등학교는 해방 전후에 개교했고 1회 졸업생은 이제 나이 여든이 넘었을 것이다. 60여년 동안 군외면 동부의 명실상부한 구심이었던 학교가 어느새 분교가 되더니 가장 먼저 인터넷에서 사라졌다. 본교인 군외초등학교 홈페이지 역사관에서도 흔적을 찾을 수 없다. 연혁도, 사진도 없다.

가을이 되면 불목분교는 눈이 부시게 변한다. 교문을 지나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들이 누구라도 반긴다. 은행나무 숲을 지나 교실 앞 정원에는 세종대왕, 이순신 장군, 유관순 열사, 이승복 등 학교의 상징들이 다 있다. 지금은 말라버린 작은 연못에 오줌싸는 소년과 이를 지켜보는 소녀가 웃고 있다. 조각상 이면에는 기증한 해와 기증자 이름이 있다. 몸이 가난했던 시절, 마음만은 큰 부자였던 부모들의 미래에 대한 투자각서였다.

키 큰 완도호랑가시나무 너머엔 꽤 오래 전 폐쇄된 건물이 있다. 천경도서관이다. “모교의 발전과 후배들의 향학열을 북돋아 주기 위해 천경해운 김윤석 회장님의 배려로 세워졌다.” 선배의 큰 뜻에 길이 감사하고 열심히 배우고 익혀 훌륭한 인재가 되겠다는 약속을 돌에 새긴 것이 1988년의 일이다. 그 약속 아직도 유효한가?

동네 주민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땅을 구입하고 나라에 기증했다. 땀 흘려 벽과 기둥을 세웠다. 가장 좋은 나무를 골라 학교에 심었다. 사업으로 부자가 된 선배가 후배들을 위해 도서관도 세웠다. 그렇게 모두가 공들여 만든 학교가 이제 폐교될 처지다. 불과 3년 전 어느 가을날, 아이들이 언니, 오빠 손을 잡고 노오란 은행 잎을 밟으며 등교했다. 이제 추억이 되었다.

불목분교가 폐교 되면 먼저 군외초등학교에 십수억 예산이 지급된다고 들었다. 거기에 각종 혜택도 따를 것이다. 주민들과 이장들, 학교 관계자들이 몇 차례 논의 끝에 폐교 쪽으로 뜻을 모아가고 있다. 생각이 가난한 국가에게는 어쩌면 매각이 쉬운 선택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군외동초등학교 동문들이여. 오래 전 부모들이 그러했듯이 모두가 십시일반 뜻을 모아 학교를 사들여 동문들을 위한 기념관을 세우고 다시 한번 미래에 투자해 볼 생각은 없는가? 오래 전 당신들이 꿈을 키웠던 학교가 헐값에 팔려도 아무렇지 않은가? 이제 불목분교 폐교 이후를 함께 고민하고 이야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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