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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법 시행령과 국회법 개정에 대한 논란

이창환(변호사, 법무법인 공존 대표)

  • 이창환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5.06.11 10:08
  • 수정 2015.11.04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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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는 지난 5월 29일 국회법을 개정하였다. 이를 두고 청와대는 “삼권분립 위배”, “행정부 마비”라며 반대의사를 표명하였다. 대통령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거부권 행사를 시사하기까지 하였다. 여당 내에서도 동일한 취지로 개정 국회법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개정된 국회법의 내용이 대체 어떠하길래 여야 합의로 통과된 개정 국회법이 이러한 비판을 듣고 있는 것일까?

개정된 국회법은 대통령령이 법률의 취지 또는 내용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는 경우 국회가 정부에 대하여 그 수정·변경을 요구하고, 정부는 요구받은 사항을 처리하고 그 결과를 국회에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개정되기 전에 국회는 정부에 그 내용을 통보할 수 있고, 정부는 통보받은 내용에 대한 처리계획과 그 결과를 보고하도록 한 것을 위와 같이 변경한 것이다.

개정 전후의 국회법 내용이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이제 와서 위와 같은 반대논리가 제기되는 것부터 쉽게 이해되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우선 든다.

우리 헌법은 국회가 법률을 만들고 정부가 이를 집행하도록 하고 있다. 예를 들면, 세월호법에서는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와 그 산하에 진상규명소위원회 등의 조직을 둘 수 있다고만 규정하고, 대통령령으로 그 구성방법을 구체적으로 정하는 식이다.

그런데 정부가 법률의 내용이나 취지에 반해서 대통령령을 제정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세월호법의 경우에도 정부로부터 독립된 위원회로 하여금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도록 하기 위하여 제정되었는데 세월호법 시행령은 진상조사의 핵심요직인 조사1과장에 검찰수사서기관을 임명하도록 하였다. 정부가 조사에 관여할 수 있는 소지를 남긴 것이다. 이는 누가 보더라도 세월호법의 목적과 취지에 반하는 것임이 명백하다.

물론 대통령령이 헌법과 법률에 위반되는 경우 대법원이나 헌법재판소가 이를 심사하거나 심판할 수는 있다. 그러나 세월호법 시행령은 재판에서 문제되거나 국민의 기본권을 직접 침해하는 경우가 아니라서 대법원이나 헌법재판소가 이를 심사하거나 심판할 수는 없다. 개정 국회법은 이러한 경우 국회가 나서서 대통령령에 대한 수정·변경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개정 국회법은 대통령에게 행정입법권을 부여하고, 대법원, 헌법재판소로 하여금 사법적으로 행정입법을 통제하도록 하고 있는 현행 헌법에 위반된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그러나 우리 헌법상 입법권은 국회에 있고, 대통령은 국회가 만든 법률에서 위임받는 사항과 법률을 집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에 한하여 대통령령을 만들 수 있을 뿐이다. 또한 국회는 특정한 국정사안에 대하여 조사할 수 있다. 여기에는 대통령령과 같은 행정입법이 위임의 범위를 벗어났는지 여부를 조사하는 것도 당연히 포함된다고 보아야 한다. 현행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국회는 국정조사권을 발동하여 대통령령의 내용이나 운용실태를 조사할 수 있다. 조사 결과 대통령령이 법률의 위임범위를 벗어났다고 판단하는 경우 국회는 정부에 대하여 시정을 요구할 수 있고, 정부는 이를 처리하고 그 결과를 보고하여야 한다. 국회가 금번 국회법 개정에 포함된 정도의 권한을 행사하는 것이 헌법에 위반된다면 위와 같은 국정조사권 행사도 헌법위반이라고 보아야 한다. 이해할 수 없는 주장이다.

물론, 국회가 대통령령의 수정·변경 요구를 하면 정부는 반드시 이를 따라야 한다는 것이라면 판단이 달라질 수는 있다. 1998년에는 현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 정부가 국회의 의견을 따라야 한다는 국회법 개정안에 서명한 사실이 있다. 그러나 금번 개정 국회법의 내용을 아무리 뜯어보아도 그러한 취지로 읽히지는 않는다. 정부는 국회로부터 수정·변경 요구받은 사항을 처리하고 그 결과를 소관 상임위원회에 보고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정 국회법에 대하여 “삼권분립 위배”, “행정부 마비”라는 반응이 나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