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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알 할머니 모신 약산 당목 당제

김하용(완도 향토문화연구가)

  • 김하용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5.05.07 01:01
  • 수정 2015.11.04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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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용(완도 향토문화연구가)

당목마을은 약산면 북동쪽에 위치한 마을이다. 18세기 중반 이전에 형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마을은 ‘당목개’ 혹은 ‘堂項里’로도 불린다. 예전부터 고흥과 금일 등지를 연결하는 포구이기도 하여 ‘포천’이라고 불린 적도 있었다. 김해 김씨와 안동 권씨, 평산 신씨가 주로 거주한다. 미역, 톳, 다시마 양식과 멸치잡이가 주민들의 주업이었으나 몇년 전부터 광어와 전복 양식으로 호황을 이루는 부촌으로 뜨고 있으며 근래는 양식어업으로 소득이 높아 객지에 사는 젊은이들이 조금씩 귀향하면서 활기를 띠기 시작한 마을이다.

마을 입구를 들어서면 고목나무로 에워싸인 숲이 있다. ‘당숲’에는 마을 수호신 ‘당할머니’를 모시는 당집이 있는데 이 당을 모시게 된 전설 같은 이야기와 마을 형성 배경을 깊이 들어가 본다.

500여년 전 권씨, 박씨, 신씨 3성이 처음 입주하여 마을을 형성하는 도중 상처를 입은 둥근 돌 2개를 발견했다. 상처가 난 돌에서 붉은 피가 나와 이상하게 여긴 주민들은 돌을 방풍림에 돌담 초가로 신당을 지어 정중하게 모셔놓고 매년 음력 정월 초엿새에 당제를 모셨다. 그 당시 신씨 할아버지의 꿈에 늙은 당할머니가 나타나 “나를 잘 모셔주어 고맙다. 나는 제주도로 간다”고 선몽 했다고 전한다. 신당을 모시기 전에는 마을에 화를 입는 일이 자주 생겼으나 당할머니가 제주도로 간 후로는 마을에 아무런 영험이 생기지 않았다고 한다.

다양한 수종이 숲을 이루었으나 태풍과 오랜 세월의 노화로 지금은 많이 고사된 상태이다. 당집도 본래 초가에 죽담이었으나 1979년 한 재일교포의 지원으로 와가로 개축되었고 1993년에는 완도군 보조로 1칸 개축하고 주변에 벽돌담장을 쌓으며 철문을 만들었다. 당집 내부에는 두 개의 당알, 당신 체와 촛대, 향로, 그릇, 상, 자리 등의 제기가 보관돼 있으며 천정에는 접힌 창호지와 쌀 주머니가 무수히 매달려 있다. 당알은 직경 19cm와 22cm 계란 모양의 두개 돌이다.

당알은 생명의 근원이고, 쌀 주머니 쌀은 식물의 알로 인식되어 풍요를 보장하는 주술적 힘에 대한 상징으로 나타나고 있었다. 마을에는 매년 두 가지 공동체 의례가 행해진다. 음력 정월 6일 10시경 당집에서 거행되는 당제와 정월 14일 초저녁에 선창에서 모셔지는 갯제다.

제주로 선정되면 집에 금줄을 치고 목욕재계와 부정한 곳의 출입을 삼간다. 물론 깨끗하지 못한 마을 주민 역시 제주의 집에 출입할 수 없었다. 제주는 당숲과 당집을 청소하고 왼새끼로 금줄을 치고 황토를 뿌려 외부인의 출입을 금한다. 제주는 일주일 전부터 외지출입을 삼가고 정성을 다해 모신다고 한다.

제물은 마을 주민 중 깨끗한 사람이 모여 고춧가루나 식초는 사용하지 않고 장만한다. 통돼지 한 마리가 도살돼 머리는 제물로 사용되고 다른 부위 고기는 마을 주민들에게 분배된다. 제에 쓰일 쌀은 거출함으로써 가가호호의 정성이 신에게 미치도록 한다.

한편 제 전에 치러지는 또 다른 중요한 의례로 당알을 목욕시켜 다시 안치한 다음 소지가 올려지고 ‘거레’(헌식)와 음복을 끝으로 당굿이 쳐지면 당제는 끝이 난다. 거레는 잡귀신을 먹이는 것으로 진설했던 제물을 조금씩 떼어 나무 밑에 묻거나 당집 사방에 뿌리는 행위이다.

당집에서 제가 끝나면 당계회의가 열린다. 제물을 음복하면서 당제에 쓰여진 예산을 결산하는 회의이다. 모든 행사가 끝나면 약산면에서 가장 성한 농악으로 쳐주는 당목농악의 마당 밟기가 이어지면서 마을은 축제의 장으로 휩싸인다. 주민들도 대부분 당제를 모셔서 손해 볼일 없고 제를 모시는 날에 마을에 축제일 같아 화합을 이루는데 좋다는 의견이다. 과거에는 성대하게 당제를 모셨으나 지금은 간소하게 치러지고 있다. 선조들의 값진 유산을 보전하기 위해 명맥을 이어가고 있으나 어수선해진 당 주변 정리와 왜곡돼 있는 당 설명 간판 등을 정비하여 오고가는 사람들의 정신적 육체적 쉼터로 거듭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