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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스런 바보’를 자랑합니다

고금한글학교 이홍길 선생님

  • 손장춘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5.01.08 05:27
  • 수정 2015.11.04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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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금한글학교 손장춘 강사


우리 사전에 바보란 “못나고 어리석은 사람 또는 사람들이 얕잡아 보고 놀리는 말”이라고 정의하고 있는데 제가 소개하고자 하는 분은 못나고 얕잡아 볼 분이 아니라 존경스럽고 이 사회가 요구하는 분이지만 세상눈으로 보면 어리석게 보이기에 바보라 부릅니다.

선생님은 초등학교 교육 현장에서 40년 넘게 후학을 양성하시다가 교장으로 퇴직하시고 3년 전부터 다문화 여성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다가 지금은 고금도에 한글학교를 개설하여 한글을 익히지 못한 어르신들을 지도하고 계십니다.

이 선생님을 바보로 부르는 사연을 소개하겠습니다. 고금도 한글학교는 서른 명 정도 되는 할머니들이 주 2회 오전에 수업을 합니다. 그러던 차에 모범적으로 한글학교를 운용하고 있다는 노화읍과 보길면을 방문하는 과정에서 선생님을 옆에서 지켜보게 되었습니다.

현장 방문을 마치고 오후 4시경 운전석 옆에서 피곤에 지쳐있는 선생님의 휴대폰이 울렸는데 다급하고 고통스런 목소리가 옆에 있는 저에게도 들렸습니다. 조용히 듣고 있던 선생님은 “여보, 미안해. 옆에 있어주지 못해서. 많이 힘들면 간호사에게 부탁해서 단위가 높은 진통제를 놔주라고 해”라고 하셨다. 그날 새벽에 집에서 나올 때 부인이 ‘오늘은 안 가면 안 되냐고 하는 것을․․․’ 하시며 흐느끼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봉사가 무엇이기에 생사가 경각에 달린 중환자인 아내를 두고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가 생각했다.

부인께서는 오래 항암치료를 받으며 순간순간마다 위중한 상태였는데 그날은 매우 힘들어 남편을 찾았던 것입니다. 수업이 있는 화요일과 금요일은 수업에 늦지 않으려고 화순에서 첫 버스를 타고 광주 터미널로, 다시 고금도로 오셨다가 수업 끝내고 다시 화순으로 돌아가는 그런 기간이 3년입니다. 아침 식사도 우유와 빵으로 때우시고 교통비도 자비로 충당하시며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봉사하시는 것을 보면서 말릴 때, “40년 동안 대과 없이 교육에 몸담아 왔던 것에 감사하며 육신이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 봉사하는 것이 세상에 대한 보답이야”라고 말씀하시며 일을 계속하셨다. 그 부인께서는 지난해 8월17일 안타깝게도 선생님의 손을 꼭 잡은 채 소천하셨습니다.

이 세상에는 빛도 없이, 이름도 없이 묵묵히 봉사하시는 분들이 더러 있지만 이 분처럼 자신의 육신과 자신의 가족을 돌보는 일까지도 이웃 다음으로 하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늘지고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일하겠다는 위정자들과 사랑과 구원을 외치는 성직자들도 이 분처럼 봉사하기란 어렵다고 생각되며 우리 고장에 이런 선생님이 계신다는 사실이 자랑스럽고 감사하며, 이 분과 함께 미력하나마 봉사할 수 있는 것이 저는 얼마나 행복한지 모릅니다.

이홍길 교장 선생님이자 고금중앙교회 은퇴 장로님이십니다. 장로님, 당신은 이 시대가 요구하는 진정한 아름다운 바보이십니다.

손장춘(고금한글학교 강사, 고금면 덕암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