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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푸드 완도에 바랍니다

김종덕(경남대 교수, 국제슬로푸드 한국협회 회장)

  • 김종덕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4.10.22 13:58
  • 수정 2015.11.04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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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슬로푸드 한국협회 김종덕 회장

완도에 슬로푸드운동이 시작되었습니다. 지난 10월 17일 완도 청산도에서 슬로푸드 완도가 창립되어 활동을 개시했습니다. 슬로푸드 완도는 국가협회인 슬로푸드 코리아의 33번째 지부입니다. 슬로푸드 지부는 슬로푸드 철학과 규정을 준수하면서 각 지역에 맞게 독자적이고 자율적인 활동을 펼칩니다. 앞으로 슬로푸드 완도도 그러한 활동을 펼치리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슬로푸드 지부 활동의 핵심은 다양성과 지속가능성을 지키는 것입니다. 오늘날 효율성과 그에 따른 속도를 추구하기 때문에 곳곳에서 다양성이 사라지고 있고, 이로 인해 지속가능한 삶과 사회가 위협받고 있습니다. 현 추세대로 가면 에너지 문제, 물 문제, 식량 문제 등으로 인류는 22세기를 맞지 못 할 수도 있습니다. 이 절박한 비상 상황에 직면해 1986년에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슬로푸드 운동은 전 세계 160개 국가에서 다양성과 지속가능성을 지키는 일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슬로푸드 운동이 주도적으로 하고 있는 일 중의 하나는 많은 지역에서 사라지고 있는 토종 작물과 지역음식을 지키는 것입니다. 슬로푸드 국제협회는 <슬로푸드 생물다양성 재단>을 출범시켜 사라지는 종자와 음식을 지키고자 이를 등재하여 목록을 만들고, 전 세계에 알리는 <맛의 방주>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작년에 제주 푸른콩장, 제주 흑우, 울릉 칡소, 울릉 섬말나리, 장흥 돈차, 태안 자염, 연산 오계, 진주 앉은뱅이 밀 8가지 품목을 맛의 방주에 등재했습니다. 금년에는 남양주먹골황실배, 제주꿩엿, 제주강술, 제주쉰다리 ,제주재래감, 제주댕유지, 제주재래돼지, 예산삭힌김치, 예산집장, 파주현인닭, 울릉홍감자, 울릉옥수수엿청주, 울릉손꽁치, 감홍로, 먹시감식초, 논산을문이, 어육장, 토하 등 18가지를 등재했습니다. 또 동아, 김해장군차, 담양토종배추, 울릉국화, 이천 게걸무, 흰수마자, 백조어, 제주쑤기미, 명태, 가로림만곤쟁이, 돼지감자, 마이산청실배, 어간장 등 13개 품목은 심의를 거친 후 등재될 예정입니다. 이들 품목까지 등재된다면, 우리나라는 39개 맛의 방주 등재품목을 갖게 됩니다. 특히 이번에 우리나라 먹시감식초가 슬로푸드 2000번째 맛의 방주에 등재되는 영광을 안았습니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이고, 일교차가 크기 때문에 좋은 종자와 작물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산업형 농업이 확산되고, 농민들이 크게 줄어들면서 농민들이 재배해왔던 종자와 작물들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종자와 작물이 사라지면서 그것으로 만들던 음식도 사라지고 있습니다. 우리의 종자와 음식이 더 사라지기 전에 맛의 방주에 등재하고 이를 지킬 필요가 있습니다.

완도는 우리나라에서 생물다양성이 제일 많이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앞으로 슬로푸드 완도가 지역에서 소멸위기에 직면한 종자와 작물을 지키는 데 앞장서야 할 것입니다. 예컨대 완도의 낭장망 멸치도 앞으로 맛의 방주에 등재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또 완도는 우리나라 전복의 주생산지인데, 지나친 전복양식이 가져오는 생태파괴에 대처해 지속가능한 전복양식을 위해서도 힘을 쏟아야 할 것입니다. 또 슬로시티 청산도에 슬로푸드 철학을 구현하고, 잠시 다녀가는 관광이 아니라 청산도의 슬로라이프를 체험하고, 체득하는 곳이 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슬로푸드 완도가 이러한 일을 하는데, 우리나라의 다른 지부, 국제슬로푸드 한국협회, 국제네트워크가 함께 할 것입니다. 슬로푸드 완도가 힘찬 도약을 할 수 있도록 지역민들의 관심과 지원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