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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혀 있는 돌담의 아름다움

  • 애독자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4.09.03 23:45
  • 수정 2015.11.29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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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시골마을의 집 울타리는 돌로 쌓아올린 돌담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새마을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1970년대 이후에는 마을 안길을 넓히면서 담장을 허물어 담장을 다시 쌓을 때 돌담이 아닌 블록으로 쌓아올린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의 지혜와 애환이 깃든 돌담들이 많이 사라져 지금은 시골마을에 가도 제대로 된 돌담을 구경하기가 힘들게 되고 말았다.

사라져가는 우리들의 아름다운 근대문화유산을 체계적으로 보존하고 관리하기 위해 생긴 것이 ‘등록문화재’ 제도다. 이는 문화재청장이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지정문화재가 아닌 문화재 중에서 보존과 활용을 위한 조치가 특별히 필요한 것을 등록문화재로 등록하여 원형을 그대로 보존하기 위한 것이다. 2001년 문화재보호법 개정 당시 제도를 도입한 이래 현재까지 439건의 문화재가 등록되어 있다.

등록문화재는 지정문화재와 달리 신고를 위주로 하며 지도·조언·권고 등 완화된 보호조치를 통하여, 소유자의 자발적인 보호노력을 이끌어 낸다. 또한 외관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 한도 내에서 내부 수리를 허용하고 적극적인 활용을 촉진하고 있으며, 이를 위하여 건축기준을 완화하고 세제와 수리에 대한 보조금 지원 등의 혜택을 주고 있다.

우리 지역에도 ‘청산도 상서마을 옛 담장’이 지난 2006년 12월에 제279호로 등록되어 보존 관리되고 있다. 상서마을 옛담장의 지정 이유는 ‘바람이 많은 도서지방의 환경에 맞게 강담구조로 견고하고 높게 축조되어 있고 굽어진 마을 안길과 함께 가옥형태와도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 강담 : 흙을 사용하지 않고 돌로만 쌓은 담으로, 바람이 많은 도서 지방의 환경에 적합한 형식

그런데 상서마을 돌담이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일에 관여한 분들이 전하는 말에 따르면,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 이웃한 동촌마을도 상서마을에 버금가는 돌담이 보존되어 있는데, 문화재로 지정되면 사유재산권이 침해되고 생활이 불편해질 것이라는 피해의식에서 주민들이 지정되는 것을 반대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원래는 여서도의 담장을 먼저 지정하려고 했으나 피치 못할 사정으로 상서마을 담장만 등록문화재로 지정되었다고 알려지고 있다.

필자는 바다낚시를 즐기는 지인들과 함께 매년 여서도에 갈 기회가 있는데, 그때마다 나는 낚시보다는 여서도 마을의 돌담에 매료되어 마을 골목을 따라 동네 한 바퀴를 돌아보고 온다. 여서도에 함께 갔었던 지인은 절벽 위에 세워져 있는 프랑스의 가장 아름다운 마을 중 하나로 알려진 프랑스 남부지방에 있는 ‘고르드(Gordes) 마을’을 다녀온 적이 있는데, 두 마을의 돌담을 비교 평가하면서 여서도의 돌담이 훨씬 더 정교하고 아름답다고 주장하면서 주민들의 무관심으로 무너지고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문화재 지정이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외래문명의 급속한 유입과 편리함을 우선 추구하는 현대인들의 무관심과 외면 때문에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의 아름다운 문화유산이 하나 둘 자취를 감추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새로운 문명의 도입도 좋지만 지켜야 할만한 가치가 있는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은 조금의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지켜서 후손에게 물려줘야 할 책임이 우리들 세대에 있다.

우리 지역에 묻혀 있는 훌륭한 문화유산의 발굴 및 체계적 보전과 관리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하루 빨리 등록문화재 지정을 서두르고 더 나아가 UNESCO 세계유산으로 등록하여 우리들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널리 알리고 문화관광자원으로 활용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