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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아! 박람회

  • 완도신문 webmaster@wandonews.com
  • 입력 2014.03.13 07:22
  • 수정 2015.11.30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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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국제해류박람회 개막이 불과 25일 앞으로 다가왔다. 완도군이 ‘설군(設郡) 이래 최대 행사’라 이름 붙이고, 갖고 있는 역량을 모두 끌어 모아 추진해온 사업이다. 그 야릇한 이름은 예상관람객이70만 명이라는 점을 근거로 갖다 붙였나보다. 행사가 코앞에 다가올수록 ‘걱정 반, 기대 반 섞인 초조감으로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간다.

아직 마무리 못한 박람회장 공사는 잘 돼 가는지. 대외 홍보는 충분한지. 손님들이 묵을 숙소와 음식점, 주차장과 관내 관광지와 명소를 연계하는 교통망은 확보돼 있는지. 외국어 통역 인력과 부문별 전문 인력, 자원봉사자는 충분한지 걱정이 끝없다. 우회도로 없는 완도읍 시가지 교통체증을 해소할 비책도 궁금하고, 박람회 기간 중 완도의 역사와 문화, 해조류와 농수산 특산물을 알리기 위한 프로그램은 완벽하게 준비됐는지 등 이것저것 묻고 싶은 게 한둘이 아니다. 둘러보면 다 걱정이다. 그래서일까. 여태 공사 중인 박람회 시설 현장 앞에서는 늘 남은 준비기간이 너무 짧아 보인다. 시시때때로 대전엑스포 이후 현장에 흉물스럽게 방치된 박람회 시설물들이 떠오르고, 해양엑스포 이후 여수시가 떠안은 빚더미와 한숨소리가 뜬금없이 상기돼 주마등처럼 지나가기 일쑤다.

해조류박람회란 꿈을 위해 군민들이 얼마나 많은 희생을 감수해야 했는가. 그동안 군민들은 마을에서, 직장에서, 활동하는 저마다의 단체에서 주머니 털어 수많은 입장권을 사들였다. 외지 지인들에게 박람회 초청장을 쓰고, 생업 대신 시간을 쪼개 출향한 친구에게 전화홍보전도 폈다. 낡은 집 담장에 뺑끼칠 하고, 시가지 건설현장에서는 공기를 연장하면서까지 장비를 멈춰 세웠다. 어선과 작업선들은 하역작업의 불편을 감수하며 이용하던 부두를 바꾸었고, 업소들은 화장실 등 편의시설 점검으로 혼줄이 빠졌다. 너나없이 박람회 성공을 기원하는 캠페인이며 다짐대회, 관련회의에 불려나간 적이 몇 번이던가. 그렇게 박람회 성공을 위해 가진 만큼씩 힘을 보태느라 정말이지 눈코 뜰 새 없었다.

군민들의 몸과 마음은 모두 편치가 못하다. 자칫 역적 취급받을까 생각조차 입밖에 내보이기가 조심스럽다. 이 같은 고충을 저들은 알기나 할까? 이를 제대로 읽어 일말의 소명의식이라도 키우기를 기도할 따름이다. 지적하고 싶은 말이 있고, 부당한 점이 보여도 행여 큰 잔치에 누가 될까 허물 앞에 눈 감고, 하고 싶은 말을 삼켜 온 심경이 스스로 생각해도 안타깝고 또 못났다.

아는가. 큰 잔치일수록 계획한 시나리오 범위 내에서 진행되지 않는다. 철저히 준비해도 작동하지 않는 장치와 프로그램은 나타나기 마련이다. 박람회 관계자들은 이미 점검하고 확인한 문제까지도 거듭 살펴야 할 것이다. 이런저런 논란을 넘어 화살은 떠났다. 별수 없다. 개막일 마지막 순간까지 준비한 것들을 갈고 다듬어 군민들의 ‘국제적인(?) 꿈’을 실현토록 힘써야만 하는 지점에 우리는 이미 다가섰다. 남은 시간 아껴 꼼꼼히 살펴 보완하는 일 말고는 달리 길이 없다.

혹자는 말한다. 군이 추경예산을 이례적으로 앞당겨 군고(郡庫) 바닥까지 긁어 담아 박람회에 쏟아 부었다고. 그렇다 해도 어쩔 것인가…그 우려조차 그만 내려놓아야 할 때이다. 장밋빛 부푼 기대도 잠시 잊어야 할 때이다. 지금은 침묵의 시간. 잔치가 끝나면 알게 될 것이다. 각자의 눈으로 확인할 것이다. 무엇을 위해 우리들이 그토록 가슴 끓였고, 그 무거운 짐을 나눠져야 했는지 큰 목소리로 실컷 떠들 날이 올 것이다.

그때는 ‘설군 이래 최대 잔치’라는 이번 박람회가 남긴 자산이 무엇인지. 누군가를 위한 치적사업으로 빚잔치가 될 것이라는 무서운 예언이 옳았는지. 완도의 미래를 위한 초석이 될 것이라는 달콤한 해석이 맞았는지. 갑론을박했던 문제적 사업의 실체가 명징한 모습으로 드러날 것이다. 우리 그때 서로에게 “잔치가 즐거웠느냐?”고 묻기로 하자. 유사 이래 최대 잔치판이 가져온 공과에 합당한 상과 벌을 또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맞장토론일랑은 그때까지 잠시잠깐 밀쳐놓고, 우리 모두 속병을 다스릴 꽃소식이나 주고받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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