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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불편한 것도 서러운데...”

장애인 편의시설 주관해야 할 지자체조차 엉망

  • 박재범 기자 park9545@hanmail.net
  • 입력 2010.04.14 15:32
  • 수정 2015.12.04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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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다가왔다. 장애인은 일반인과 똑같이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장애인 인권헌장’에 국가와 사회는 헌법과 국제연합의 장애인 권리선언의 정신에 따라 장애인의 인권을 보호하고 완전한 사회참여와 평등을 이뤄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여건과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본지에서 3월 초부터 약 40일 동안 조사한 결과 완도지역은 장애인들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여건과 환경이 과연 제대로 조성돼 있는지 장애인 복지정책 사업을 주관하고 있는 지자체를 대상으로 장애인 편의시설에 대해 점검했다. -편집자 주-

▲군청 현관을 리모델링하는 과정에서 점형블록은 설치하지 않았다.

공공기관에서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할 장애인 편의시설이  아직도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편의시설 감독권을 가진 군에서 조차 편의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았다.

편의증진보장법 상 편의시설의 설치와 유지, 관리의 책임은 1차적으로 해당 시설주에 있으나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군수 등 시설주관기관은 편의시설의 설치, 운영에 관한 지도, 감독 및 필요한 시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감독권을 가진 행정마저 장애인 편의시설을 설치하지 않거나 설치된 시설조차도 기준에 미치지 못해 형식적인 선에 머무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다른 기관 등에 대한 점검과 감독이 소홀해질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지난 97년 12월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대한 법률’을 제정하고 98년 1월1일자로 시행에 들어간 가운데 2001년 말까지 각종 공공건물 및 시설에 대한 편의시설 설치 기한을 설정, 사회적 약자에 대한 편의시설 설치를 강조해 왔다.

이에 따라 단속 권한을 가진 지방자치단체는 실태조사를 통해 비설치 기관에 대해 시정명령 후 이행되지 않을 경우 1년마다 3천만 원 이하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단속 권한을 가진 군에는 편의시설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휠체어 통행로를 막고 있는 승용차

▲이 빠진 점형 블록 천국
완도군청과 보건소 등 주요 공공시설의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현황을 살펴본 결과 대부분의 기관이 설치기준에 미달하거나 설치 조차 되어 있지 않았다.

군청의 경우 본관으로 진입할 수 있는 휠체어 진입로가 본지에서 점검한 기간동안 대부분이 차량에 막혀 있기 일쑤다. 바로 옆 관리원 사무실이 있지만, 어느 누구 하나 휠체어 진입로를 막는 차량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는 분위기였다.
 

▲엘리베이터 입구까지 안내하는 점형블록을 찾아 볼 수 없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형 블록도 입구부터 잘못돼 있었다. 먼저 계단이 시작되는 곳의 블록은 신발에 흙을 털기 위한 깔판으로 덮여있었고, 출입문을 알리는 두 갈래의 블록 중 한쪽 블록은 문이 아닌 유리쪽으로 향하고 있어 시각장애인들의 경우 머리를 강화유리에 부딪힐 가능성을 안고 있었다.

얼마 전 군정홍보판을 만들기 위해 본관 입구를 리모델링하는 과정에서 애초에 있었던 현관문에서 약 6m 정도 떨어진 위층으로 향하는 계단까지 설치되야할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형 블록은 설치를 하지 않았다

군정 홍보에만 관심을 두고 시각장애인을 위한 최소한의 편의시설에는 배려를 하지 않은 것이다 

심지어 장애인을 위한 엘리베이터도 입구에만 점형 블록이 있을 뿐, 입구에서 엘리베이터까지 안내하는 점형 블록은 전혀 설치되지 않았다. 여기에 계단을 이용하는 시각장애인에게 층수를 알리는 점형 안내판도 리모델링하는 과정에서 없앴다.

노인들과 장애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보건의료원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애초 입구 앞에 마련된 장애인 주차장도 의료원 버스주차장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본관 입구와 한참 떨어진 일반인 주차장 한쪽 편으로 옮겼다.
 

▲층수를 알리는 점형 안내손잡이.

점형 블록도 군청의 상황과 별반 다름이 없었다. 군데군데 이가 빠져있었으며, 층수를 알리는 점형 안내판도 파손이 심각해 식별이 어려운 실정이었다. 심지어 1층에 마련된 한 대의 민원인 휠체어도 한쪽 후미진 구석으로 치웠다.
 

이 밖에 군청과 보건의료원 모두 음성안내 시설이나 도움을 요청하는 호출버튼 또한 찾아 볼 수 없었다. 이에 대해 군 담당자는 “추경에 약 1천만 원의 예산을 세워 보수하려고 계획 중이다”라는 입장을 보였다.

장애인인권헌장 4항을 보면 ‘장애인은 자유로운 이동과 시설 이용에 필요한 편의를 제공 받아야 하며, 의사표현과 정보 이용에 필요한 통신·수호통역·자막·점자 및 음성도서 등 모든 서비스를 제공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돼 있다.
 

▲의료원 본관 입구에서 한쪽으로 밀려난 장애인 주차장.

시각장애를 앓고 있는  최 아무개씨는 "선거만 다가오면 마을회관을 지어 준다는 선심성 공약은 대책없이 내놓으면서 편의 시설 얘기만 나오면 예산이 없다는 핑계를 댄다"며 "장애인 유권자를 우습게 보는 후보자는 이번 선거에서 심판을 받을 것이다"라며 울분을 토했다.

한편, 완도군이 올해 8대 역점시책 중 하나인 ‘함께하는 복지사회’ 중 △도서형 경로복지센터 건립사업은 2007년부터 2017년까지 80개소를 건립하는데 356억 원의 사업비용이 책정돼 있지만 장애인복지  증진에 책정된 금액은 총 5개 사업에 올해 17억 4천3백5십1만 6천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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