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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박한 동망산 "외지인 땀에 아름답게 변하다"

안영봉씨,자연사랑 산책로 정비…5년간 60여개 돌탑 세워

  • 명지훈 기자 mjh-wando@hanmail.net
  • 입력 2009.04.07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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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탑을 쌓는 돌 하나하나에 완도군민과 저를 아는 사람들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한 개인의 노력에 의해 척박했던 산이 가보고 싶고, 걷고 싶은 아름다운 산으로 바뀌고 있다. 직장이외에 아무 연고도 없는 외지인이 5년 전부터 완도읍에 위치한 동망산을 다니며 주변에 있는 돌들을 이용해 돌탑과 산책로를 정비해 오고 있어 진한 감동을 주고 있다. 

안영봉씨(56. 한일고속). 그는 제주도 출신이다. 하지만 완도인보다 완도를 더 사랑하고 아끼며 산다. 슬로우시티 정신을 몸소 실천한 진짜 완도인이라 할 수 있다. 16년 째 한일고속에 근무하며 제주,완도를 운항하는 한일카훼리 2호 배테랑 기관장이기도 하다.

그에게 동망산을 가꾸게 된 배경을 물었다. “처음 동망산을 보고 아름다운 경치에 매료되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산책로는 빗물에 무너져 불편했고, 군데군데 위험한 구간이 많아 산책로 정비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안 씨의 동망산 가꾸기는 아침 7시에 시작된다. 매일 2.1km의 거리를 오가며 산책로를 정비하고 돌탑을 쌓는다. 5년 째 60여 개의 크고 작은 돌탑이 만들어 졌다. 18개의 돌로 만든 돌탑부터 2m가량 높은 것도 있다. 비온 뒤, 길이 심하게 패인 곳에는 수많은 돌을 쌓고 배수로를 만들어 자칫 끊길 뻔했던 산책로도 되살렸다.

또 위험한 구간은 배에서 쓰던 로프를 가져와 이중으로 묶어 안전한 산행을 도왔다. 이 뿐 아니다. 무덤 근처 무너진 담을 차곡차곡 다시 쌓아 돌담을 만들어 주기도 하고, 최근에는 산 곳곳에 인삼까지 심어 '동망산 가꿈이'를 자처하고 있다.

이런 모습을 지켜본 주민들은 정비된 산책로를 지나며 돌탑을 볼 때마다 안 씨를 떠올린다. 안 씨가 보이지 않으면 마주치는 사람에게 안 씨의 안부를 물을 정도다. 돌탑을 쌓은 배경과 산책로를 정비하는 사연을 물을 때도 있다.

안 씨는 언제나 웃음으로 대답한다. 자연이 좋아 시작한 일로 사람들이 안전하게 걸으면서 즐거워하는 모습에 만족하단다. 안 씨의 이런 노력에 동망산 산책로를 찾는 사람도, 안 씨 돕기에 동참한 사람들도 늘고 있다.

안 씨보다 미리 온 주민들은 돌탑을 쌓을 장소까지 돌을 가져다 놓는다. 탑 쌓는데 동참하겠다는 의사표시다. 한사람의 아름다운 선행이 이곳을 찾는 모든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키고 산을 아름답게 가꾸고 있다.

또 돌탑에 안 씨만의 특별한 비밀까지 숨겨져 있어 신비감까지 자아내고 있다. 50대 중반을 넘어선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며 영원히 기억하고 싶은 아름다운 추억과 사랑, 그리고 자신의 잘못함을 속죄하는 내용 등을 쓴 편지를 타임캡슐에 담아 돌탑 안에 넣어뒀기 때문이다.

안 씨는 "사람들이 별것도 아닌 내용이 궁금해 자칫 정성스럽게 쌓은 돌탑을 무너트릴까 걱정된다."며 "모든 완도군민이 보다 아름다운 동망산으로 가꾸어 주었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안 씨는 108개의 돌탑을 쌓을 때까지 계속할 계획이다. 백팔번뇌를 생각하며 잡은 목표다. 불교적 관점에서 해석한 것은 아니지만 돌탑을 지나는 사람들이 소원도 빌고 지은 죄가 있다면 속죄하는 명소로 자리잡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안 씨는 마지막으로  “아직도 정비할 곳이 많아 정년퇴직할 때까지 계속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언젠가 고향인 제주도로 돌아가겠지만 훗날 자식과 함께 다시 이곳을 찾아 아빠가 이 길을 정성껏 가꾸었다고 자랑하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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