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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의 '추억' 없는 졸업식

"졸업앨범 가지려면 학생당 몇 십만원은 기본"

  • 강병호 기자 kbh2897@hanmail.net
  • 입력 2009.02.09 19:24
  • 수정 2015.11.23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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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완도중학교 졸업식에서 학생들이 앨범을 보며 선생님과 친구들의 얼굴을 보고 있다.

졸업을 앞 둔 관내 소규모 학교 졸업생들이 학창시절 추억이 담긴 앨범을 소유하지 못한 채 졸업하게 됐다. 폐교되어 영원히 모습을 감추게 될 모교의 전경도, 친구들의 모습도, 먼 훗날 다시 보기 힘들게 됐다.

대부분 졸업앨범은 대량이나 소량을 제작해도 전체 드는 비용은 비슷하다. 많이 제작하면 학생들의 부담이 줄고, 적게 제작하면 그만큼 학생들의 앨범 값 부담이 커진다. 학생들의 비용부담이 너무 커 엄두를 내지 못해 앨범제작을 포기하는 학교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학교명 밝히기를 꺼려하는 학교 관계자에 따르면 "몇 개 안된 앨범 제작비용이 너무 비싸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일반 앨범에 담아 나눠 주는 것을 졸업앨범으로 대신하고 있다.  제작업체와 사진관역시 이윤이 없다는 이유로 앨범 제작을 기피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했다.

졸업생이 7명 뿐인 모 초등학교 6학년 교사는 "학생 수가 적어 앨범 제작은 하지 않기로 했다. 올해 학부모들과 면담을 거쳐 제작여부를 결정했다. 하지만 앨범 제작비가  1인당 20만 원대를 부담해야 한다는 사실에 모두 포기했다.”고 말했다.

또한 "앨범을 만들기 위해 디지털카메라에 담은 개인사진과 소풍, 운동회 장면들을 프린터로 인쇄, 사진첩 형태로 앨범을 대신한다"고 했다. 자체 제작으로 비용은 절감되지만 많은 시간을 투자해 앨범만드는 데에만 몰두해야 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또다른 학교 관계자는 “농어촌 지역의 소규모 학교들은 대부분 졸업앨범 제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렇다고 학교가 제작비를 전적으로 부담할 수도 없다. 소규모 학교일수록 예산 자체가 소액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마음에 상처를 받지 않도록 교과부나 시도교육청이 예산지원을 통해 문제가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졸업앨범 제작 전문업체에 따르면 “졸업앨범이 10여권밖에 안 되면 직원 월급도 나오지 않아 소규모 학교 앨범제작은 손을 뗀지 오래됐다. 완도는 매년 학생 수가 감소되어 졸업앨범을 제작하는 학교가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내 소규모 학교 졸업생 학부모들은 “학생들이 어리고 신세대들이라서 그런지 자체적으로 만든 졸업앨범도 좋아한다. 하지만 오랫동안 보관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교육환경도 열악한데 대도시학교 학생들이 가지는 졸업앨범도 가질 수 없다는 생각에 부모로써 죄책감과 함께 정말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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