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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제목

향우여러분 건안하시죠??

닉네임
김용수
등록일
2011-10-27 09:09:58
조회수
12076
*농어도

김용수(신지도)


친구야,
느그 집 이참 여름휴가 때 가본께,
혼자 사시는 팔순의 느그 엄매는 모실 가셨는지 안뵈고
개 짖는 소리 요란해 허청을 들여다본께
누렁이가 새끼 품고 있다가 지 새끼 어쩔까해 그란지
날 물어뜯을 양 대들어서 혼이 났다야
평생 정붙이고 살던 영감 파도에 묻고 얼마 안돼
너마저 느그 아부지 찾아가 불자
독기어린 느그 엄매 너 땅에 묻던 날 울부짖던 그 울음소리,
꼭 소리 같아서 누렁이한테
‘잘살아라’는 말 한 마디도 못하고 나왔다야

근디 말이여,
허청에는 느그 아부지 생전에 지고 다니시던 지게랑 *조락이
아직도 덩그라니 걸렸드라
어릴 적 우리, 느그 아부지 따라 농어도에 한 번 가본 적 있었제?
농어 한 마리면 쌀 한 되빡이였던 그 시절,
동네 사람들 농어 잡는다고 보릿가실 서둘러 끝내놓고
다들 까맣게 배 띄우던 농어도 말이시!

딴 사람들은 농어가 입질 잘하는 곳을 요리저리 오가며
대물을 척척 올렸다고 여기저기 외치는 소리 들려와도
기척도 없는 농어를 잡겠다고 한 곳만을 고집하던 느그 아부지 고집, 참말로 황소 고집이셨잖여!
‘아부지, 우리도 저 바깥으로 옮겨 큰 놈 한 번 잡읍시다’ 하고 우리가 보채면
‘지그들 얼매나 많이 낚았는지는 저녁노을이 들어 조락 지고 선창에 내려 봐야 아는 벱이여’ 하시며
끔쩍 않고 풍년초만 뻐끈뻐끈 태우시던 느그 아부지!
그 때 그 조락 말이여 아직 허청에 동그마니 걸렸더랑께!

나도 지천명 고개에 서서 세상을 둘러본께,
그래도 느그 아부지는 세상살이에 믿는 그 뭣이 있었던가뵈
서두른다고 인생사 모두 잘사는 것 아니드라
큰 욕심 버리고 남 못할 짓 안하고 살면 세상 소용 다한 날,
내 주검에 사람들 욕이야 던지겄냐? 조의금도 사절했는듸

근디. 나 이참에 너한테 욕 한 마디 할란다
무심한 놈아! 서둘기는 뭘로 서둘렀어! 개 뿔났다고 서둘렀어, 하늘보다 개똥밭이 낫다고들 해 나는
팔려나온 트럭 속의 개똥참외 마냥 굴러다며 사는듸
뭐가 그리 바쁘다고 하늘로 가 너는
소식 두절이냐? 이 뒈진 놈아!

보고 싶다, 친구야!
근디, 자네 있는 하늘나라에도 농어도 같은 섬 어디 없냐?
나도 이 담에 그리 가면 허벅지만한 농어 한 마리 잡아다
회쳐놓고 자네와 소주나 몇 종지기 비우게 말이여!
행여, 몇 마리 더 잡어다 쌀말이나 팔면 쌩큐고
작성일:2011-10-27 09:09:58 211.114.61.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