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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을 찢어놓은 이명박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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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신문 독자
등록일
2008-08-16 16:26:59
조회수
4635
(한겨레신문 사설) 광복절을 찢어놓은 이명박 정부

8월15일은 일본 제국주의로부터 우리 겨레가 나라를 되찾은 날이다. 1945년 8월15일엔 남한도 북한도 없었고 오직 해방된 한민족만 있었다. 그 뒤에 국토가 갈리고 두 정부가 들어서 오늘에 이르렀지만, 광복절이 남과 북에서 두루 경축하는 날로 남아 있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광복절은 이데올로기를 초월해서 우리를 하나로 묶어주는 통합의 주춧돌 구실을 해 왔다.

그런데 이번엔 다르다. 통합보다는 분열의 양상이, 그것도 남북간이 아니라 우리 사회 내부에서 격해지고 있다. 정부가 주최한 광복절 행사엔 야당들이 불참했다. 거리와 광장에선 ‘광복절’을 기념하는 시민사회 단체의 행사와 ‘건국 60년’을 기념하는 우익단체들의 행사가 따로 열렸다. 행사 내용과 외치는 구호만 보면, 같은 국경일을 경축하는 행사라곤 생각할 수 없을 정도다. 통합의 상징이 어느덧 분열의 씨앗이 돼 버린 격이다.

이렇게 된 데엔 이명박 정부의 책임이 매우 크다. 이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대한민국 건국 60년’의 성과만 애써 강조했다. 경축일 명칭을 임의로 바꾼다는 부담 때문에 이름만 ‘광복 63년 및 건국 60년’ 행사라 불렀을 뿐 사실상 ‘건국절’ 행사였던 셈이다. 1948년 8월15일 이승만 정부 수립의 의의를 축소할 이유는 없다. 아쉬움이 큰 남한 단독정부 수립이었지만, 지난 60년 동안 이룬 눈부신 성장과 발전은 우리 모두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광복과 분단의 의미를 외면한 채 이승만 정부 수립을 ‘국가 탄생’으로까지 격상시켜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는 건 적절치 않다. 여기엔 대한민국을 뿌리부터 ‘보수 국가, 우익 국가’로 규정하려는 과도한 이념적 집착이 깔려 있다.

학계에선 현대사를 놓고 다양한 논쟁을 벌일 수 있다. 그러나 대통령이 직접 정부의 힘을 동원해 그 논쟁에 뛰어든다면, 사회는 극심한 분열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미국에서 조지 워싱턴이 역사상 가장 훌륭한 대통령으로 꼽히는 건, 그가 첫번째 대통령이어서가 아니라 하마터면 독립 과정에서 분열할 수 있었던 나라를 통합시켰다는 점 때문이다. 건국이냐 아니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사회와 국가의 통합이 더 중요하다. 지금 이 대통령은 쓸데없는 ‘건국절’ 논란으로 나라를 분열시키고 있다.
작성일:2008-08-16 16:26:59 121.178.234.1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