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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지개 켜는 행정’과 ‘낮잠 자는 행정’의 차이

완도군 요란하게 시작했던 요트산업 흐지부지
단체장 의지부족 공무원들 구태의연함이 원인

  • 김정호
  • 입력 2007.02.10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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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라는 속담은 많은 양의 구슬이라도 그냥두면 아무런 쓸모가 없다는 뜻으로, 아무리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더라도 꾸준히 노력하지 않으면 아무런 쓸모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추진도 마찬가지다.

 

 최근 언론보도 등을 통해 남해안의 많은 자치단체들이 제각기 해양관광의 중심지로 발돋움하기 위하여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된다. 특히 요트 관련 산업은 많은 자치단체들이 해양레저산업을 주도할 선도사업으로 인식하여 각별한 관심을 갖고 사업을 선점하기 위해 관련 선진국을 벤치마킹하는 등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요트산업이 각광을 받는 이유는 우리나라에서는 아직은 경쟁자가 없는 블루-오션(Blue Ocean)에 해당하는 미개척분야에 속하지만, 선진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해양레저산업으로 붐을 일으키고 있고 최근에는 대중화단계에 들어서 호황을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요트산업이 발전함에 따라 부차적으로 수행되는 요트제작산업, 계류장(마리나) 임대사업, 요트수리소, 기계수리소 등 연관 산업을 함께 발전시킬 수 있는 시너지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실제로 해남군에서는 화원관광단지를 서남해안 관광레저를 선도하는 지역으로 개발하기 위해 오는 2009년까지 200척이 정박할 수 있는 마리나와 육상계류장, 요트수선소, 클럽하우스 등의 시설이 들어설 예정으로 사업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한다. 화원관광단지가 마리나 허브(Mariner Hub)항으로 자리 잡을 경우 해남지역 해안의 크고 작은 관광항구와 정박지를 만들어 그 배후효과를 노리고 있다.

 

그런데 완도군이 이 분야에 선견지명이 있었던 것 일까? 대부분의 자치단체들이 요트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던 2003년에 이미 해양관광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하여 완도와 국내 주요 항구를 연결하는 요트클럽 사업을 추진키로 하고 영암 대불산업단지 내에 있는 요트제작회사와 투자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100억원을 투자하여 대규모 요트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당시 이런 내용이 방송 ․ 신문 등 언론매체의 보도를 통해 획기적인 사업으로 세상에 알려져 지역주민들로 하여금 기대에 부풀게 했었다.

 

 완도군이 요트산업을 추진하여 비교우위자원인 다도해 일대에서 관광유람선사업과 스킨스쿠버, 바다낚시, 무인도기행 등 해양관광사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켜 활기를 찾게 될 것으로 기대했던 요트사업이 무슨 이유에서인지 모르지만 4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사업이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하고 흐지부지하고 있다

 

■ 일찍 일어나 높이 나는 새가 먹이를 차지한다.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의 해양 레저스포츠로 각광을 받게 될 요트산업을 선점하기 위한 남해안 연안의 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이 본격적인 경쟁에 뛰어 들었다.

 

최근 경남도에서는 남해안을 동북아의 관광, 물류 중심지로 키우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레저스포츠로서의 요트가 아닌 요트산업을 자치단체의 성장동력산업으로 상정하여 요트 제조와 계류시설을 설치 등을 위해 앞서가고 있는 유럽의 선진국들을 경쟁적으로 벤치마킹하고 있다.

 

 전남도에서도 ‘섬 , 해안 개발 활성화를 위한 선진지 연수’ 프로그램을 만들어 해안을 끼고 있는 자치단체의 관계자들이 외국의 요트 관련시설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해외연수를 잇따라 실시하고 있다. 또한 해양관광산업의 육성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목포시와 함평군에 요트마리나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들어 해외연수 대상지역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남부 프랑스의 랑독-루시앙 지역은 버려진 해변 황무지를 개발하여 세계적인 해안관광지로 탈바꿈시켜 관광개발에 있어 성공적인 모델로 인정받고 있으며, 자연과 생태환경을 보전하면서도 토지투기를 유발하지 않고 황폐한 자연을 회복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랑독-루시앙은 중심도시인 몽펠리에를 비롯해 7개 관광도시를 중심으로 개발이 이루어졌으며, 2만 베드 규모의 호텔과 휴가철 장기 임차가 가능한 아파트 및 9천척의 요트를 수용할 수 있는 마리나센터 등을 갖추고 있어 연중 1천 만 명 이상의 관광객들이 찾고 있다.

 

 지중해와 접하고 있는 이 지역은 좋은 날씨와 180Km에 이르는 기다란 모래해변 등 천혜의 자연조건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관광시설이 부족으로 찾아오는 관광객이 거의 없었다.

 

대신 습지대와 모기떼로 사람이 거의 살지 않고 버려져 있었던 황무지를 중앙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 민간기업이 공동으로 참여하여 대규모 투자로 레저휴양도시로 변모시킨 성공사례로 문화관광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우리나라 남해안 관광벨트사업의 모델이 되었다.

 

 랑독-루시앙 지방의 관광중심도시로 세계 최대의 요트항으로 변신에 성공한 그랑모떼(Grande Motte) 시청에는 부산시와 경남도의 많은 자치단체에서 여러 차례 방문했으며, 앞으로도 많은 자치단체들의 방문이 예정되어 있다.

 

유럽 최대의 요트항이 있는 까마르그(Port Camarague)에도 10여 곳의 자치단체 관계자 연수단이 잇따라 방문하는 바람에 현지 전문 가이드를 확보하기 위해 경쟁을 해야 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시작도 중요하지만 끝이 더 중요하다.

 

 무슨 일이든지 시작이 중요하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은 어떻게 추진했는가 하는 추진과정과 어떤 결말을 맺었는가 하는 결과가 더 중요하다. 앞에서의 사례에서 보는 바와 같이 완도군에서는 요트산업을 남보다 먼저 요란하게 시작했지만 사업 추진과정에서 단체장의 의지부족과 공무원들의 구태의연함으로 흐지부지하다 늦게 출발한 남보다 오히려 더 늦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나름대로의 이유야 있겠지만 시작한 사업이 세월이 흐른 후에 정체 또는 중단상태에 있다면 분명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서남해안의 끝자락에 자리 잡고 있는 지역특성을 살려 발전을 꾀하기를 꿈꾸고 있는 완도군으로서는 해양관광산업이 앞으로 각광을 받게 될 것이 분명하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므로 이 분야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하고, 이미 전라남도에서도 섬과 해안 개발 활성화를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정책의 우선순위를 두고 추진하고 있는데 보조를 맞추어 발전을 꾀해야 한다.

 

 이제 완도군은 요트사업과 연계된 관련 산업의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되는 사업임을 인식하고 더 늦기 전에 깊은 잠에서 깨어나 새롭게 도약해야 한다는 여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