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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남용목사 칼럼 - 내 취향을 몰라줘요.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07.02.04 20:55
  • 수정 2015.11.07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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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추석을 쇠러 왔다가 다시 올라가기 위해 분주하다.

 

요즘, 임용고사를 한 달 남짓 남겨둔 터라 잠을 제대로 못자서인지 얼굴이 초췌하다. 역까지 태워다 주겠다고 하니 좋아한다. 이곳에서 기차역까지 가려면 버스로는 1시간 정도 걸리지만 내 차로 지름길로 가면 25분이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새벽기도를 갔다 올 때에도 안개가 많이 끼었더니 늦은 아침인데도 여전히 자욱했다. 10미터 앞도 잘 보이지 않았다. 저수지 옆의 길은 2,3미터도 분간하기가 어려워 자칫 교통사고가 날 수 있겠다 싶었다.

 

아닌 게 아니라 곧고 길게 뻗은 길에서 충돌 사고가 나 꽤나 많은 차들이 즐비해 있었다. 듣자니 오는 차가 불을 켜고 오지 않아 추월하는 차와 충돌했다는 것이다. 서로 간에 서행을 했기 때문에 큰 사고를 면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딸을 기차역에 내려주고 돌아오는 길에 보니 잘 해결되었는지 아무 흔적도 없었다. 이런 날이면 안개등을 켠다고 해서 잘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상대방을 위해서라도 불을 켜고 다니는 게 좋을 것 같다.

 

부부간이나 가족 간, 필요하다면 가까운 친지간에게도 평소 자신의 불을 켜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불을 켜주어야 한다.’는 것은 자신의 성격이나 취향 등을 상대방에게 알려주어야 한다는 뜻이다. 의외로 상대방의 취향을 몰라 오해가 발생하는 일이 있기 때문이다.

 

결혼 후 아내의 첫 생일이었다. 평생 여성에게 선물이라고는 해보지 않은 나로서 아내의 생일 선물을 고르기가 쉽지 않았다. 지금 같았으면 그 때 직장을 다니고 있었으므로 여직원에게 물어보았을 터이지만 당시에는 그럴 생각도, 용기도 없어 혼자 고민하다가 구내매점으로 내려갔다.

 

마침 눈에 띤 게 차 종류였다. 커피, 대추차, 쌍화차 등 대여섯 종류의 차를 샀다. 집에 당도하여 아내에게 내밀었다. 나로서는 정말 큰 맘 먹고 산 선물이므로 아내도 당연히 좋아할 줄로 믿었다.

 

그런데 아내가 그것을 받아들고 아무 말도 안 하고 살짝 웃는 것이었다. 뭔가 좀 이상하다는 생각은 했지만 좋아서 그러겠거니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내는 결혼 생활 20년이 지난 지금에야 아이들 앞에서 이렇게 말하곤 한다.너의 아빠는 결혼 후 첫 내 생일 때에 커피를 사들고 오신 분이다.”

 

무슨 음식을 좋아하는지도 모르고 자신을 엉뚱한 음식점으로 데려갔다고 남편에게 매우 서운해 하던 한 여인이 있었다.

 

“많이 섭섭하셨는가 보네요.”라고 했더니 “그럼요. 2년을 같이 살았는데 당연히 아내의 음식 취향을 알아야 하는 것 아니에요?”라고 말했다.

 

그 여인은 또 이 말도 덧붙였다. “말하지 않아도 척척 알아서 해주는 게 진짜 사랑 아닌가요?” '나는 꽃을 좋아해요. 특별히 카네이션과 장미를.’ ‘난 혼자서 조용히 음악 감상을 하는 것보다 여러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을 더 좋아해요.

 

“ 이렇게 슬쩍슬쩍 자신의 취향이나 성격을 배우자 등에게 알려주면 오해와 갈등의 반은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송 남 용  시종 중앙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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