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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기사)76세 며느리가 105세 시어머니와 지체장애 시누이를 돌봐 온 아름다운 삶

6년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시어머니 대소변 받아 낸 효부생활비를 보태기 위해 굴따기 허드렛일 마다 않았다.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07.01.16 20:27
  • 수정 2015.12.15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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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약산면 구성리마을은 완도에서 최고령 신혹순 할머니가 살고 있는 마을이다.◎ 완도신문

이곳에 완도 최고령인 신혹순(105세)할머니가 살고 있다. 호적상으로는 현재 노화 구성리에 사는 권인엽씨로 1893년 2월 8일생, 114세로 되어 있지만 실제 나이는 95세다. 그러니까 신 씨 할머니가 10살이많은 완도에서는 최고로 오래 살고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현재 신 씨 할머니는 몇년 전에 주무시다 갑자기 쓰러져 식사이외엔 전혀 거동하지 못한다. 여기에 함께 사는 정신지체 1급 장애인 막내딸 김명덕(56세)씨 역시 어머니와 함께 방안에서 하루종일 밖에 한번 나가지 못한 삶을 같이 하고 있다.

 이 겨울 우리 가슴을 더욱 시리게 한 것은 거동도 못한 이 두 모녀를 평생 돌보고 사는 80세를 눈앞에 둔 며느리 이야기다.

 약산 어두리에서 시집와서 남편을 여의고 평생 이 집안 귀신이 되어 시어머니와 정신지체 장애인 시누이를 정성스럽게 돌보며 살아가는 큰 며느리 김찬임(76)씨가 있어 주위의 귀감이 될 뿐 아니라 잔잔한 감동이다.

  
              ▲왼쪽부터 큰며느리 김찬임씨, 신혹순 , 막내딸  김명덕씨  ◎ 완도신문

  

 며느리인 김 씨와 시어머니인 신 씨 할머니, 막내 시누이, 세사람 모두 약산에서 태어나서 이곳을 단 한번도 떠나지 않은 오리지날 토박이다. 김 씨와 신 씨할머니는 약산 다른 마을에서 태어나 구성마을로 시집와 평생을 함께한 동지이기도 하다. 막내 시누이인 명덕씨만 이 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다른 사람들 사는 것과 견주기는 못할지라도 고령이지만 건강하셨던 시어머니, 시누이랑 한 때 행복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6년 전 99세 때 어느 날 주무시다가 새벽녘에 쓰러지신 이후 말수가 줄어들고 전혀 거동을 하지 못한다. 할 수 있는건 오직 식사 뿐이다. 

 

가슴이 더욱 뭉클한 것은 며느리 김 씨 나이가 76세로 80세를 바라다 보는 노인이 완도에서 최고령인 105세 시어머니를 그것도 6년 동안 거동을 못한 노인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대소변을 받아내는 일을 혼자서 감내해 오고 있다는 것이다.

 

어디 그 뿐 이랴. 2남 5녀중 늦둥이로 태어난 막내 시누이는 초등학교 졸업 후 아파서 정신지체 장애를 앓았다. 한 때 마을주변을 돌아다닐 만큼 성격도 쾌활하고 활달했다. 하지만 시어머니가 쓰러지던 그 날부터 문밖을 나오지 않고 어머니 옆에 꼭 붙어있어 76세인 노인이 거동이 불편한 두 모녀를 함께 돌봐야 하는 안타까운 처지다.

 

마을 사람들도 이 두 모녀 얼굴을 못 본지가 6년이나 지났다. 또, 김 씨 며느리도 시어머니가 병져 눕고나서 두 모녀를 돌보느라 마을에서 얼굴 보기가 힘들다고 했다. 고생은 말할것도 없고 집을 비우고 외출한번 하지 못 했을 것이라고 마을이장이 귀뜸했다. 


“이제 다 늙었는디 외출 안한들 어짠다요”  “그것보다 엄니가 좋아하는 생선이나 밑반찬을 살라고  쌈지돈 몇 만원 준비해도 요즘 물가로는 뭐 제대로 살게 없습디다”며 며느리 김씨가 한숨을 내 쉰다. 또, “무슨 복을 타고나서...”라며 눈가에 패인 주름사이에 고인 눈물에서 기구한 삶의 굴곡도 묻어난다.

 


           ▲현재 완도 최고령 신혹순 할머니는 전혀 거동을 못하고 있다. ◎ 완도신문

 

 며느리 김 씨는 매달 군에서 지원되는 생계비와 시누이 장애수당으로 근근히 살아가고 있다. 어려운 생활때문에 마을에서 하는 공동사업장에서 굴 채취와 남의 집 허드렛일을 닥치는 대로 한다. 물론, 노인이 하는 노동이라 한계가 있어 생활에 별 보탬이 되지 못 한다. 그래서 기름을 살만한 여유가 안돼 어머니 방은 전기보일러로 시누이는 전기장판으로 올 겨울을 버겁게 버텨내야 한다.

 

 “전기세때문에 어머니 방에 따뜻하게 불을 넣어드리지 못해 항상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는 김 씨 며느리의 더한 걱정거리는 방이 추운 것도, 라디오나 TV가 없는 것도, 날마다 대소변을 받아내는 것도 아니다. 추운겨울에 어머니 얼굴을 찬물로 씻겨드려야 한다는 것이 가장 가슴이 아프다.

 

며느리 김 씨 할머니도 구성마을에 새로 지은 경로당에서 노인들과 함께 어울리며 여생을 즐겁게 보내고 싶다. 하지만 시어머니와 시누이가 눈에 밟혀 마음 뿐이다. 바람이 있다면, 얼른 따뜻한 봄이 오고 병이 호전돼 어머니와 시누이가 봄나들이 하는 모습을 보고 싶을 뿐이다. 또, 여건이 조금 나아지면 어머니가 좋아하는 과일과 사탕을 많이 사드리고 싶다고 했다.


이 소식을 전해 들은 약산면사무소 측에서도 힘 닿는 데까지 돕기로 했다. 또, 약산 부녀회와 함께 신혹순씨할머니와 막내딸 김명덕씨의 건강과 위생에도 신경을 쓰겠다고 약속했다.

 

인간이 오랜 사는 것만이 결코 중요할 수 없다. 어떻게 하면 보다 더 인간답게 그리고 건강하게 오래 행복한 삶을 고민하고,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군민 의식전환에 불을 지펴야 한다는 여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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