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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사람 같아요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2.11.17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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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된다는 것은 쓸쓸한 일이다.
추위에 익어가는 늦가을 낙엽 같다.
어둠이 내리고 나서야 소리는 빛에 가까워진다.나뭇가지에 끝에 찬비가 내렸다. 딸과 함께 여행을 했다.


숨가쁘게 달려 온 가을이 되고 다시 또 한 계절을 부르고 있다.벚꽃 피는 4월에 대학병원 부서 통보를 받고 신록의 계절 5월에 중환자담당 병아리 간호사가 됐다.여름휴가도 발바닥 땀나게 달려왔다나. 
열심히 산자여,떠나라.


흐린 날도 바다는 한방에 마음을 활짝 연다. 신발을 벗었다.발에 닿는 모레의 감촉이 부드럽다 순간순간 덮쳐오는 차가운 바닷물에 정신이 번쩍 든다.밀었다. 
훅, 땡기는 바다의 매력에 빨려든다. 생명의 흐름이 전신에 활기를 불어 넣어준다.
세포가 하나하나 살아난다.


치유의 바다다. 강하면서 부드럽게 가슴속 깊은 응어리가 깡그리 부숴져 나가듯 숨통이 틔였다. 깊은 두려움이 파도에 부서졌다 파도에 홀딱이다.
고통스러운 순간들이 유리구슬처럼 깨진다. 깨지고 깨져 더 이상 깨질 게 없도록 깨어내야한다. 파도가 연약한 마음을 다부지게 다진다. 바닥을 알 수 없는 깊이에서 새로운 자존감이 잉태가 되듯 꿈틀였다 무심이 좋다. 


그러면 됐다.
살 이유가 이만하면 충만하다.
바다는 영원토록 위태롭다.
위태로움이 매력이다.
흐린 날도 사랑하자. 깨지기 쉬운 유리구슬같은 물방울이 모래사장 위 매끄럽게 스민다.

 

 

모래사장 위를 맨발로 힘껏 뛰었다.
심장이 팔딱 살아난다.
엄마, 행복해?
응,행복해.
딸이 묻고 내가 답한다.


너를 믿고 바다에 들어간 거지. 
엄마, 꼭 집에 있는 감자 같아. 
엄마 보는 나도 행복해?
바다는 바라보는 것으로 안돼!
신발 벗고 들어가야 바다야. 
엄마는 역시 엄마 다워. 
텐션 높은 우리 엄마, 다음에 또 오자.
그냥 그대로 놔둬서 고마워.
실은 딸도 예민해서 조심해야 한다.


순두부 짬뽕 맛집을 향하며 집에서 여유를 사뿐사뿐 나눴다.
딸은 이성적이고 독립적이다 .
우린 때때로 슬픈 숨을 천천히 나눠 마신다.횡단보도에서 심장마비로 쓰러진 환자가 들어왔는데 함께 건너던 사람이 살렸단다.
엄마도 심폐소생술 할 줄 알아야 한다며 나를 의미심장하게  본다.


.3년차 선배가 일을 배우며 환자 앞에서 자존심 상하게 혼나고 있었는데 지켜보던 환자가 괜찬아요, 괜찮아요! 
그 위로의 말을 들었을 때 와르르 참았던 눈물이 쏟아졌다고 했다. 


딸에게도 뇌졸증으로 쓰러져 제대로 의식 없는 환자였던 어느 날 어눌한 말을 띄엄띄엄 건너오는 "좋은 사람 같아요" 그 말을 듣는 순간 감동했단다. 
의식없는 중환자실은 긴장감이 매우 높아 힘들 때 있는데 환자의 격려는 버틸 수 있는 힘이 되었다했다.


그 순간의 감동이 내게 전해졌다.
너의 심장이 뛸 때 엄마의 심장도 함께 뛰어. 너를 위해 기도할게 힘들더라도 친절함을 잃지 마 딸에게 속으로 말했다.
집으로가는 버스에 오르며 여행의 목표는 어느 하나 잃어버리지 않는 것이 목표란다.


친구들과도 여행오면 꼭 확인하는 습관이 되서 자, 놓고 온 것 없는지 확인하자 그런단다. 여행의 목표가 기존 것을 잃어버리지 않는 것이 목표라 하는 말에 나도 생각을 해봤다 나는 뭐였더라.


그거다.
현관문 열고 나올 때처럼 현관문 닫고 안전 귀가다.
결핍이 트렌드다.

 

이의숙 필수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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