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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에 대한 공복(公僕)들의 사과, 하지 않음을 두려워해야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2.11.11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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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을 주인으로 하는 지방자치는 자신의 공복(公僕)들로서 행정과 의회, 그리고 언론 등을 거느린다. 공복은 주민의 일꾼이자 심부름꾼으로서, 이들이 어떻게 일하느냐에 따라 지방자치의 열매가 달라지는데, 행정은 위민 정책으로 100프로 주민을 만족시킬 수 없고, 의회는 그러한 행정을 100프로 견제할 수 없으며, 언론 또한 주민의 알권리를 100프로 충족시킬 수 없다. 


그러기에 공복들은 늘 주민 앞에서 미안하고 죄송스러운 존재라는 것.
10·29 참사. 누군가는 분명하게 피해를 입었고 그로 인해 아픔과 슬픔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국민의 공복인 정부 관계자들의 이상한 특징 중 하나는 좀처럼 ‘미안하다’라고 말할 줄 모른다는 것. 


서울 한복판에서 156명의 억울한 희생자가 생긴 참사 앞에서 공복들은 사과의 마음이 별로 없었으며 대신 엉뚱한 말과 행동으로 책임을 피하려고만 했다. 
한덕수 총리는 외신기자를 모아 놓고 웃으며 농담을 늘어놓는가 하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찰과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해서 해결할 문제는 아니었다”라고 변명했고,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구청이 할 일을 다 했고, 이는 축제가 아니라 현상”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은 일주일이 지나 “죄송한 마음”이라고 밝혔으나 늦은 감이 있다.
사과는 법적 차원의 문제는 아니다.
법 이상의 것. 책임을 가진 자의 정직과 겸손, 헌신과 용기가 필요한 행동이다.
지방자치에 있어 행정과 의회, 그리고 언론은 유죄일 때만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니라 공적시스템의 오류가 발견됐을 때, 나아가 보다 나은 공동체를 만들려하는 과정 모두에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 


책임의 소재란 유무죄를 다투는 법정적인 태도가 필요할 수도 있겠으나, 그 보단 상식과 도의에 바탕을 둔 정의적 감정과 신념의 정신, 타인에 대한 열린 마음이다. 
그런데 자꾸 "법! 법!"하면서 법규에 비추어 판단하려 한다면, 사람들에게서 미움을 사는 건 당연지사.


기자 또한 개인의 감정이나 이해관계가 아닌 주민이 궁금해하는 알권리를 대신해 질문하는 사람들로 특히 행정과 의회의 오류를 발견하면, 질문하는 건 당연하고, 질문하지 않는 기자는 조롱의 대상이다.

 

언론은 이러한 질문의 과정을 통해 공복들이 잘못을 인정하고 주민에게 사과할 수 있다면, 언론의 알권리 충족은 한 발 더 나아가게 된 것. 누구든 실수는 일어나게 돼 있다. 기계가 아닌 이상. 그렇기에 설령 다른 사람의 실수 때문에 피해를 보게 될지라도 그 실수만으로 평가해서도 안된다는 것. 중요한 건, 공동체를 끈끈하게 결속시키는 단초가 되는 신뢰, 결국 신뢰를 훼손하는 것은 실수 그 자체가 아닌 실수에 대해 책임지지 않으려는 태도라는 것.


지난 주, 한희석 기획예산실장의 사과는 자신의 실책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군수와 부군수를 대신해 책임을 지려는 참모, 함께하는 동료 직원을 감싸주는 자혜로운 마음, 요근래 일어났던 대한민국 공직자들의 사과 중 돋보였던 사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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