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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있으나 가깝게 있으나 그리워 하여

  • 신복남 기자 sbbn2000@hanmail.net
  • 입력 2022.11.10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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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빨간 열매는 마음을 따뜻하게 만든다. 백당나무, 찔레나무, 호랑나무가시, 피라칸사스, 홍시 등이 가을의 등불을 켜고 있다. 산에는 옻나무들이 붉게 물들이고 있다. 나무도 피가 흐르고 있다. 붉지는 않지만 투명한 물과 흰 물이 흐른다. 그게 가을이 되면 노랗고 붉게 한다. 삶을 사랑하고 아끼면 색깔이 더욱 선명하게 나타난다. 


죽음을 극복하려면 자식을 낳아야 한다. 생명의 연장선상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아니 당연히 그렇게 이어지고 있다. 한 나무에서 무한한 생명탄생에 축제를 여는 듯이 환희에 차 있다. 


하나하나 열매들이 멀리 갈 수 있도록 붉게 불을 켜고 있다. 개미가 땅을 개간하고 지상에선 새가 씨앗을 물어날린다. 자연은 스스로 살아가지만 내면으로 들어가면 서로 돕고 있다. 


결코 혼자 살 수 없다. 동식물들의 다양성이 이래서 중요한 것으로 생각된다. 복잡하게 엉켜있는 자연은 하나로 수렴이 될 즈음은 생명이 된다. 가을의 빨간 열매들이 열정적인 삶의 결과다. 그동안 바쁘게 살아왔다. 이젠 통찰하는 시간이다. 느린 걸음으로 사물을 자세히 본다. 이름 모를 꽃들도 찬바람에 숙연하다. 
모두가 있는 그대로 꽃으로 피어 열매를 맺었다. 관심이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산다. 조금만 기다리면 뜨거운 마음이 된다. 먼나무 꽃이 6월에 자주색으로 작다. 가을이면 초록빛의 잎사귀 사이사이로 붉은 열매가 커다란 나무를 온통 뒤집어쓰고, 겨울을 거쳐 늦봄까지 그대로 매달려 있다. 먼나무 빨간 열매는 가까이에서도 아름답지만 멀리 떨어져 보와도 더욱 아름답다. 추운 겨울을 앞두고 마음의 온도가 떨어지기 쉽다. 하지만 생명나무는 미리 빨간 크리스마스트리를 해 놓았다. 
못다 핀 6월의 열정이 이제 강렬한 열정으로 다시 핀 모양이다. 겨울이 오기 전에 따뜻한 기다림이 있다. 그 기다림은 마음과 마음이 손을 잡을 때에만 나온다. 아무리 작은 말로 속삭여도 온 세상을 밝힌다. 
그래서 사랑의 온기는 위대하다. 날마다 변해가는 풍경 속에서 먼나무 풍경만은 짙어만 간다. 6월의 앵두보다 더 생기발랄하다. 억새꽃 흔들리고 가을 풍경은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도 옷깃을 여미는 너. 산 너머 그리움보다 내가 나를 기다리게 하는 너. 스스로 삶을 사랑하고 그리워하고 기다림에 행복케 하는 너. 늦가을의 풍경이 또 다른 풍경이다. 
무수한 생명의 꽃들이 여기 다 모여 오케스트라 합주를 하고 있다. 
멀리 있으나 가깝게 있으나 그리운 사람이 되자. 내가 네가 되고 네가 내가 되는 세상은 생명 하나로 함축이 된다. 마음이 없는 세상은 죽은 사회다. 구체적이고 실재적인 것이 귀중한 생명이다. 늦가을 빨간 열매에서 아직 살아있구나 그런 느낌보다 매 순간 다시 태어나는 시간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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