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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원, 그들의 존재이유는?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1.06.04 13:08
  • 수정 2021.06.04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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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펜데믹으로 확진자 증가세가 치솟고 있는지난 4월 완도신문 1면에 실린 '얼굴 도장 찍으러 서울 간 얼 빠진 의원들'이란 제목의 기사와 서울시장 선거전 유세장을 찾아 마스크를 쓰고 엄지 손가락을 내밀고 있는 지방의원들의 모습을 담은 한 장의 사진을 보고 헛웃음이 나왔다.


누구보다 지역의 방역을 위해 관심을 갖어야 할 지방의원들이 주민들의 건강과 안전은 헌신짝 버리듯 내팽개치고 지역을 벗어나서 서울에서 자신들이 속해있는 정당 후보를 위한 선거유세를 지원하고 있었다는데, '그들은 누구를 위해 무슨 일을 하는 사람들인가'라는 물음에 어떤 답을 내놓을지가 무척 궁금하다. 지방자치단체는 '집행부'와 '의회'라는 양쪽 수레바퀴가 균형을 이뤄야 제대로 굴러갈 수 있다.


하지만 어느 한쪽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되면 굴러가기는 커녕 중심을 잃고 넘어지고 말 것이다. 1991년에 지방자치가 도입되어 지방의회가 구성된지 30년이 지나 겉으로는 어엿한 성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자리를 잡지 못하고 내실있는 의정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어, 그들을 믿고 뽑아준 유권자들에게 실망을 안겨주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이 지난 2월에 실시한  '지방자치의 성과 및 향후 과제에 대한 대국민 여론조사' 결과 발표에 따르면, '국민들은 지방자치의 필요성에는 대체로 공감하지만, 지방의회 의원의 업무수행·의정활동에는 만족하지 못한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지방의회 의원의 의정활동에 만족하는가' 항목에서는 부정적 응답(38.5%)이 긍정적 응답(13.0%)을 압도했다. 지방의회 의원의 의정활동에 불만족한 이유에 대해서는 '전문성 부족'(35.6%), '부패 및 도덕성 부족'(29.1%), '통제장치 부족'(13.5%), '중앙정치에 예속'(13.2%) 등으로 응답했다.


생업에 바쁜 주민들은 투표를 통해 지방의원들을 선출하여 자신들을 대신해서 지방자치단체의 살림살이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살펴보도록 역할을 위임해 주었는데, 지방의원들이 집행부를 제대로 견제하고 감시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피해는 매우 크다.
우리 군에는 9명의 군의원이 선출되어 5만 명의 주민을 대표해서 군 집행부가 주민의 복리증진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일하고 있다. 군의원에게 주어진 권한과 역할은 지역 주민들의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조례 제정의 권한, 예산을 심의·확정하는 재정에 관한 권한, 집행부의 행정이 주민의 뜻에 맞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견제하고 통제할 수 있는 감시기관으로서 역할 등이다. 제8대 군의원들은 어느덧 임기가 3년이 지나고 있고, 남은 임기는 1년이다. 지난 3년 동안 군의원들은 군민들을 위해 어떤 의정활동들을 했고, 어떤 성과를 거뒀는지를 더듬어보면 특별히 기억에 남을만한 활동을 한 적이 거의 없는 것 같다.


오히려 지난해 7월에는 후반기 군의장단 선거와 관련해 군의원들 사이에 반목과 갈등이 생겨 한동안 군의회가 제대로 굴러가지 못하고 삐그덕거렸다는 개운치 않은 소식이 들려와서 군민들이 우려스러운 눈으로 지켜봐야만 했었다.


얼마 전에는 모 의원이 산지관리법을 위반 문제로 물의를 일으켰고, 몇몇 의원들은 실내 공공장소에서의 흡연문제로 말썽을 일으켰으며,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되는 불미스러운 일을 저지른 의원이 있는 등 법을 지키고 도덕적으로 솔선수범해야 할 위치에 있어야 할 군의원들이 오히려 간간히 말썽을 일으켜서 군민들에게 실망을 안겨주고 있는 실정이다.
군민들은 군의원들에게 성직자와 같은 높은 도덕성을 갖추라는 무리한 요구를 결코 하지 않는다.


단지 그들이 군의원으로서 최소한의 본분을 지키고 주어진 권한과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주기를 바랄 뿐이다. 군민들의 소박한 요구를 들어줄 능력이나 아량을 갖추지 못한 군의원은 결코 군민의 대표로서의 자격이 없다는 평가를 받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앞으로 1년 후면 제9대 군의원을 뽑는 지방선거가 실시되고,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현역 의원들 대다수가 재선을 위해 출마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권자인 군민들의 선택을 다시 받기를 원한다면 남은 1년 동안이라도 심기일전하고 분발해서 군민을 위한 충실한 대변자로서의 역할을 다해주길 기대한다.

 

이승창/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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