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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석거리는 완도의 문화자원이다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1.05.21 09:07
  • 수정 2021.10.25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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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의 잔재 오명(汚名) 내지는 생태교란 잡목 취급되어 대부분 사라진, 아까시나무 꽃향기가 코끝에 스민다. 향수에 젖는 오월, 그 하늘아래서 한 시절을 풍미했던 건전가요(?) 속 과수원 길이 연상되는 '아카시아 밀원’을 거닐었다.

완도읍 개포로 오일시장 도로변에서 뜻밖의 호사를 누렸던 것. 오월의 향기는 그동안 잊고 지냈던 아련한 기억을 되살려 옛 추억들을 소환했다.

계단을 따라 올라간 언덕에는 낡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이곳이 완도읍민의 본 주거지였겠지? 매립지가 형성되어 신도시가 생겨났을 것이고. 빙그레공원 자연절벽은 완벽한 성(城)의 형태를 지녔다. 선조들은 지형지물을 활용해 외세침략으로부터 이 터를 지켜왔을 것이다.


가상현실(Virtual Reality) 프로그램이 관광정책에 적용돼 지역의 옛 이야기가 이제 곧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세계로 우리 곁을 찾아올 것이지만, 뚜렷한 시대의 흔적이 남아있는 건물과 골목은 완도만이 가지고 있는 살아있는 문화자원으로 다가왔다.  


차분히 주변을 돌아보는 동안 이곳 이미지가 내 머릿속을 스친다. ‘산토리니 또는, 한국의 나폴리라 부르는 통영의 동피랑, 서피랑 마을, 부산의 감천문화마을 등’ 주도(珠島)를 배경으로 펼쳐진 완도는 섬과 바다가 그려낸 그림 속 풍경이다. 그동안 완도를 찾았던 여행객들이 비슷한 생각을 인터넷에 올린 것을 보니 이것은 혼자만의 생각이 아닌 것 같다.  

 

 

구도심에는 초대병원(대중병원)과 적산가옥, 무언가를 기념한 빗돌 같은 근현대사를 조명할만한 건축물이 아직 남아있다. 바로 완도만의 이야기가 살아있는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는 그 가치를 분명히 알고 있음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자원조사 했던 흔적들, 완도문화원이 붙인 안내 푯말에 이내 마음이 끌리지만 지역사람들의 관심은 여기에서 조금 먼 것 같은 느낌이다. 그것은 낙후된 지역이 환골탈태의 경험을 아직 겪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도시재생 단계적 사업으로 비석거리 조성사업이 시행됐다. 엘리베이터와 같은 주민 편의시설과 벽면 디자인을 보니 여기가 비석거리임이 잘 드러난다. 그렇다면 이제는 주민과 동떨어지지 않는 가까운 스토리를 입히는 작업이 더 필요할 터이다. 그래서 사람들 입에서 입으로 “옛날에 우리 그랬어! 그래 맞아, 그때가 좋았지!” 이런 이야기를 함께 나눌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된다면? 이것은 완도인의 마음속에 늘 고향이 존재하는 이유가 되고, 지역사회가 누릴 수 있는 지속가능한 문화적 가치자원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어느 지역에 가더라도 개발이라는 것에는 예술적 디자인 요소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고 자원을 방치하거나 무방비한 난개발을 추진한다면 그 지역이 가지고 있는 독창성은 결국 사라지고 말 것이다. 살아있는 역사의 현장을 잘 가꾸고 보존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그로인해 우리는 ‘문화의 힘’을 얻게 되고, 지역사회에 애착과 자긍심을 더 갖게 될 것이기에.

 

정지승/다큐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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