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막배를 기다리고, 가물가물 사라지는 막배에 서러운

  • 신복남 기자 sbbn2000@hanmail.net
  • 입력 2021.05.08 10:51
  • 수정 2021.05.08 11:39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완도, 완도의 오월. 그 오월은 부드러움이다. 찔레꽃 끝에서는 오는 오월의 하늘. 얼마나 부드러우면 내 가슴까지 찔레 순이 펼쳐온다.
그 가시마저 아주 연한 손으로 가시가 되지 않는다. 사람 사는 게 독을 지녀야 한다. 그 강한 가시로 하여금 세상을 이겨야 한다.


독을 품지 않고선 어떻게 자식을 낳고 기르겠는가. 한편 독을 푸는 것도 오월의 찔레꽃이다. 아무리 강한 가시를 지녔다 해도 가장 사랑하는 것들을 위해 찔레꽃 향기는 깨끗하고 온유하다.
오월의 맑은 물살 곁에서 버드나무가 되고 싶다. 언제나 눈물을 기르는 버드나무 그 곁에서 나도 눈물을 품고 있다. 혹시 눈물이 없으면 찔레꽃 향기가 대신 눈물이 되어 오월의 하늘을 만든다. 멀리 연록의 산은 짙어져 신록의 계절. 내 나이 세어 무엇 하리. 옛 시절도 그러하듯 올 오월도 이미 찾아왔으니 말이다.

 


오늘도 혼잣말로 읊조리며 누가 내 옆에 있는 듯 말을 건넨다. “사랑한다”고 하며 오월의 첫 마음을 열었다.
지금 그 연한 찔레 순 보고 가장 깨끗한 향기로 전하는 마음. 찔레꽃 향기를 기다리는 오월이 좋다. 연초록 잎사귀에 그 연한 미풍에도 설레는 마음. 하얀 찔레꽃에 젖는 하얀 옷자락 언젠가 지나갈 수 있어도 그 마음에 젖는 시절이야 함부로 오지 않는다.


오월의 하늘 한가득 찔레꽃 향기가 그윽할 때 사랑할 사람이 없으면 그보다 슬픔도 없으리. 오월은 아주 작은 들꽃이라도 사랑하는 대상으로 삼자. 우리는 여기서 아름다운 계절을 만들고 아주 뜨거운 가슴을 갖질 수 있어 사랑하는 사람이 생길 수 있다.
가끔 하얀 찔레꽃 사이에 연분홍 찔레꽃이 보인다. 때로는 여자의 마음은 이렇게 분홍색을 띠고 싶다. 나이 먹을수록 그 마음이 진해질 수 있다. 강렬한 꽃이 되고 싶다. 진한 향기가 되어 그 마음을 알아주기를 바란지도 모른다. 얼굴에 주름이 늘어가도 찔레꽃 향기가 되어 오월의 사랑이 되고 싶다. 그대 등 뒤에서 피는 꽃.


언제나 내 앞에서 피는 꽃들이 어느 날 갑자기 나의 뒷자리에서 피어 그 세월을 품는다. 반짝반짝 굽이 돌아가는 강물도 안으로 품어 안는다. 오월의 꽃 강물이 눈물로 반짝인다.
그리 멀리 서 있는 사람도 아닌데 먼 길을 떠날 채비를 하고 나그네가 된 사랑. 운명을 사랑하고 마지막 막 배를 기다리는 사랑. 가물가물 사라지는 막 배가 얼마나 서러운지.
오월의 하늘 아래 하얀 꽃. 그 향기는 얼마나 깨끗한지. 온 대지가 다시 태어난 듯이. 우리의 사랑도 깨끗하게 다듬어질 때가 있다. 아주 정제된 마음이 그 경계의 선상에서 오고 갈 수 있도록 오월의 향기는 그런 것이다.

 

저작권자 © 완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