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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판소리가 ‘힙합’을 만났을 때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1.04.30 12:58
  • 수정 2021.09.11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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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유튜브에서 흥겨운 노래와 함께 독특한 춤사위가 연일 화재였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장르가 서로 만나 우리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하고 오감을 자극했다. ‘이날치밴드’가 부르는 수궁가의 한 대목과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의 힙합(hiphop, 1980년대 미국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역동적인 춤과 음악)이 어우러진 ‘범 내려온다’가 그것이다. 수억대의 조회수라니!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고 그야말로 초대박이었다.


그들에게 조선의 힙스터라는 별칭이 붙은 이유가 있다. 그들의 음악이 우리네 전통 판소리에 기초를 두고 있어서다. 영조, 정조시대 전라도에서 시작해 철종과 고종이 즐겼다는 조선의 판소리가 시대와 국경을 넘어 온 세상을 홀릴 줄 누가 알았겠는가. 현시대에 사는 아이들이 조선의 예술세계를 오마주한 작품으로 세상을 뒤흔든 이면에는 수많은 실험정신이 있었다. 그들의 활약에 힘입어 우리의 전통문화에 전 세계인이 관심 갖는 것도 독특하다는 평가다.


‘이날치’는 조선 후기의 판소리 명창이다. 본명은 이경숙(李敬淑)으로 담양군 창평면 유씨 집안 종살이를 했던 사람인데, 어느 날 광대패에 끼어 떠돌다가 줄타기 명인이 되었다. 줄을 탈 때 어찌나 몸이 날랬던지 '날치'라는 별명이 붙었다. 그는 서편제의 거장이었다. 조선 말 흥선대원군 앞에서 소리를 하여 유명세를 얻었다고 한다.


그런 반면 요즘 인터넷에는 우리의 한복과 김치를 가지고 말썽이다. 중국의 네티즌이 자기들이 종주국이라며 SNS홍보에 나선 것이다. 2002년부터 본격적으로 중국이 추진하고 있는 국가적 연구사업인 동북공정을 넘어서 이제는 일상에서 즐기는 우리문화까지도 침범한다는 생각에 분개하지 않을 수 없다. 
이처럼 우리의 정신을 뺏기 위한 그들의 전쟁은 오래전부터 시작되었다. 저들이 발해의 역사를 왜곡하는 것은 고구려의 역사와 한반도의 뿌리인 고조선의 역사를 자기들 것으로 만들려는 무서운 계획이 숨어있는 것. 이것은 그동안 우리가 얼마나 우리 것에 대한 무관심한 태도를 보였는지를 잘 알려주는 대목이다.


중국생활 경험이 많은 필자로서는 이런 일을 볼때면 결코 탐탁지 않다. 내가 중국통이 아니었다면 우리문화에 이처럼 관심을 두지 않았을 것이다. 중원 곳곳을 다니고 그들의 문화를 배우는 경험을 쌓은 덕분인지 나는 우리 것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체감하게 됐다. 지피지기 백전백승이라는데, 우리는 상대의 문화에 대해 너무도 모르면서 향방 없이 덤비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완도의 섬 곳곳을 기획탐방하면서 완도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것을 하나라도 더 찾아내려고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지금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마냥 먹고 마시고 즐기는 관광정책에만 목 메일 것이 아니라는 것. 

우리의 정신문화를 재무장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우리의 것을 바로 알아가는 일의 시작일 것이다. 과거가 없는 현재, 현재가 없는 미래는 오지 않는다. 이러한 것에 대한 도전은 현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의 몫이 아니겠는가. 

지금 우리에게는 독창성 있는 우리지역의 문화를 어떻게 보존 할 것인지,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 것인지 많은 고민이 필요할 때이다. 적어도 조선의 판소리가 힙합을 만났을 때처럼 모두에게 즐거운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으려면.

 

정지승/다큐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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