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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요? 아주 작은 것들이 문득 충만함으로 올 때”

약산면 조윤지 사회복지사

  • 김형진 기자 94332564@hanmail.net
  • 입력 2021.04.03 09:36
  • 수정 2021.04.03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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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리여리하게 흔들리는 숲속의 작은 속삭임, 노루귀처럼 귀여운 외모인데, 그 음성을 들으니 찬란한 아침을 열고자 영롱하게 맺히는 새벽 이슬의 맥박 소리같다.
꽃은 피어날 때 향기를 토하고 물은 연못이 될 때 소리가 없다는데,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언제 피었는지 모르게 아름다운 숲을 만들어주고 있는 사람.


약산면사무소 맞춤형복지팀에서 근무하고 있는 조윤지 사회복지사. 올해로 사회복지공무원으로 공직에 입사한지는 10년차로, 복지외 다른 업무도 하고 있고 읍면에서 사회복지 전담으로 일한 경력은 4년 정도란다. 현장 속에서 어려운 일이 무엇이냐고 묻자, 윤지 씨는 사회복지공무원이 되기 전에는 복지에 대해 국민기초생활수급자, 장애인, 어르신 등 일부 소외된 계층에 현금, 현물 등 한정적인 지원을 할 것으로 단편적으로 생각했다고.


"하지만 책이 아닌 현장에서 직접 부딪힌 복지는 제 책상에 비치된 사회복지지침 책자 수만큼 다양하고 복잡했습니다."
"주거복지, 문화복지, 일자리복지 등 지금은 복지팀에서 보고 있지 않지만, 문체부의 ‘문화누리카드’, 현)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바우처’ 등이 대표적이었네요"
"2013년부터는 초중고교육비 신청과 당시 큰 이슈였던 무상보육 등이 시행되면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복지는 업무가 미숙한 상태인 저에게 부담이었고, 그만틈 정신적,․체력적으로도 많이 힘들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 고군분투하면서 배웠던 것들이 현재의 자신을 있게 한 큰 자양분이 아니었나 싶다고. 복지 업무를 하다 안타까웠던 순간은 요새 만 75세 이상 어르신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접종 동의서를 받으러 다니면서 한 어르신댁을 방문했는데, 어르신이 밥그릇에 3~4인분 몫의 밥을 푸고 계셨다고. 어르신께 왜 밥을 그렇게 많이 푸고 있냐 했더니, 오늘 누가 밥솥을 가져다줬는데 그 밭솥 뚜껑이 안 닫혀 밥이 식을까봐 그릇에 밥을 옮겨 담고 있었단다.
젊은 사람들은 편리한 신식 밥솥이 어르신들에겐 사용하기가 너무 어려워 홀로 전전긍긍 했을 어르신이 너무 짠하고, 안타까웠다고 했다. 현재 그 어르신은 노인맞춤돌봄 생활지원사를 통해 더 세심히 살펴달라는 부탁과 함께 이장님을 대리로 해서 장기요양등급신청까지 마친 상태라고 했다.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지역 봉사단체들과 김장봉사, 빨래봉사, 수해지원 등을 함께 성공적으로 마무리 했을 때, 한사코 목욕봉사를 거부하시던 어르신이 목욕봉사를 받고 시원하다며 언제 또 오냐고 물어봤을 때, 마을 출장을 가다보면 지나가는 어르신들이 알아보고 인사할 때 등 하루하루 크진 않지만 일상의 소소함이 쌓여 그 땐 느끼지 못했던 충만함이 어느 순간 문뜩 한순간으로 다가올 때, 그때가 내가 행복한거구나 라고 느낀다고.
복지업무를 하다보면, ‘민원인의 어려운 상황에 감정이입을 하면 안 된다.‘는 선배들의 조언을 받을 때가 많다고 했다. 자신 또한 사람인지라 민원인의 아픔에 대해 감성적으로 다가갈 때가 있는데, 그럴 때 ’감정이입‘보다는 ’공감‘을, ’안타깝게 바라만 보기‘보다는 ’실질적인 대책‘ 마련하고 안내하는 길잡이가 되고자한다고.

 


또 사람은 누구나 가야할 길이 있는데, 그 길에선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언덕과 가파른 계곡이 있다고.
그 앞에서 되돌아가는 사람을  종종 보는데, 그 길로 가면 참 좋은 전문가가 될 수 있겠다 여긴 사람들이 처한 환경과 사람간의 관계 때문에 흥미를 잃고 포기하는 것이 안타까울 때가 많다고.
그래서 이 일을 하는 동안 주어진 시련과 땀을 두려워하지 않는 조윤지가 되었으면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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