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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요? 봄밤에 꽃잎이 열리는 고귀한 시간”

생일면 유지원 사회복지사

  • 김형진 기자 94332564@hanmail.net
  • 입력 2021.03.26 14:43
  • 수정 2021.03.26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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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중인 듯 보이는 할머니에게 우리 복지사님 어떤가요? 했더니,  “으응, 우리 막내 딸이야!”
사진 한 장을 찍자고 했더니, 그녀의 말 "우리 엄마랑 같이 찍어도 되죠? 엄마, 김~치"
정말 엄마와 막내딸 같은 생일면의 유지원 사회복지사.


함께 사회복지를 전공했다는 지원 씨 선배의 말, “지원 씨의 말을 듣고 있노라면 봄의 교향곡이 울려 퍼지는 청라 언덕 위에 백합이 피어나는 풍경 같아요"
"혹한의 동토를 뚫고 나오는 그 작은 생명의 부단함이 얼마나 기특하고 용기로운 것인지, 그 아름다움으로 대지가 푸르러지고 나뭇잎의 빛깔이 달라지며 여기저기서 꽃망울이 올라오는데, 세상의 소리를 듣고서 누군가의 마음의 길을 열고 들어가 그 숨은 이야기를 가장 아름답게 속삭이면서 지금 이 순간을 제대로 사랑하는 아름다운 사회복지사입니다”


지원 씨는 봄과 함께 생일면사무소에 찾아왔고 사회복지 전담 8년차라고 했다.
처음 공무원 임용장을 받고 일을 시작할 땐 설레는 마음으로 무슨 일이든 잘 할 것 같았는데 막상 현장 속에서 무작정 자신이 원하는 것만 주장하고 강압적인 민원인들을 만나 마찰이 빚어지면 업무에 대한 회의감이 든다고 했다.
지금은 무엇보다 복지정책이 크게 늘어나면서 많은 민원과 서류 처리, 전화상담, 새로운 지침을 공부해야하는 등 주어진 일들이 많다보니 민원인 한 사람, 한사람에게 많은 시간과 애정을 쏟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여서 복지 대상자들한테 오히려 미안할 따름이라고.


최근엔 코로나 사태로 재난지원금 문의가 있었는데 민원인 중에 “또 뭐준다고 하는데, 언제줘?”라고 묻는 전화가 종종 있었다고.
정작 받는 사람은 별로 고마워하지 않고 정말 필요한 사람에게 쓸 돈은 줄어든 것만 같아 마음이 씁쓸했다고. 또 복지업무는 대상자들에게 필요한 것을 드리고 만족시켜줘야 하는데, 도움을 주면 당연시 여기거나 성심껏 도와드려도 불만족스럽거나 불평하는 피드백이 되돌아 올 때면 업무를 허탈감에 맥이 빠진다고.


행복했던 순간은 며칠 전 일어난 일에 대해 다소 들뜬 음성으로 이야기를 꺼냈다.
얼마 전, 95세 이상 장수노인 생신상 차려드리기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대상자 집을 방문하였는데 연로한 할머니를 뵈니 문득, 치매를 앓고 있는 외할머니가 생각 났다고. 그런데 요즘은 자녀들과 따로 살아 형식상으로 전화나 용돈 주는 게 다인데, 그러한 생각이 드니 측은하고 안쓰러워져 정말 즐겁게 해드리고자 박윤희 맞춤형복지팀장과 공익요원이랑 함께 축하용 음악을 틀고 노래를 불러드렸단다. 그 모습에 할머니가 얼마나 좋아하던지, 우리들의 모습에 할머니는 저 깊은 영혼의 힘까지 끌어 모아 힘껏 촛불을 끄는 모습까지 너무 귀여워 참 오랫동안 기억할 것 같다고 했다.
가족들에게 영상을 보내주려고 찍어놨는데, 복지사 일이 힘들 때마다 –한 번 씩 보겠노라고 했다. 


사회복지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엔, 유지원 사회복지사는 "요즘 봄밤이잖아요! 봄밤이 참 아름다운 것 같아요! 그러니 꽃잎이 열리는 것이겠죠. 생명이 열리는 고귀한 그 시간이 사회복지 같아요" 


앞으로의 소원은  “어디까지 해줘야 하지?”라는 스스로의 의문점을 들게 하는 업무가 복지업무의 특징인 것 같아요. 사회복지 공무원으로서 내가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 등 아직도 잘 모르고 배워야 할 점이 많지만, 제가 더 자세를 낮춰 배우고 느끼며 생각한 바를 실천해 주민들이 웃고 행복하게 지낼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공무원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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