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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에 닿는 가장 빠른 법 , 길을 걷다

숲치유의 길은 울몰입구에서부터 석화포선착장까지 총 1.8km 경관이 빼어나고 난이도가 높지 않아 초보자도 쉽게 오를 수 있는 코스

  • 강미경 기자 thatha74@naver.com
  • 입력 2021.02.05 11:11
  • 수정 2021.02.05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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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맞이하며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이룬 건 하나도 없는데, 또 한 살을 더 먹었다. 
걷기의 인문학을 쓴 리베카 솔닛은 말했다.“세상을 두루 살피려면 걸어야 하듯, 마음을 두루 살피려고 해도 걸어야 한다.” 마음을 살피기 위해 걷기로 했다. 머리가 복잡할땐 두다리로 걷는게 최고다. 해가 바뀌여도 여전히 갑갑한 지금, 해방감을 얻기위한 가장 소박하고 유일한 방법은 어쩌면 걷기가 아닐까. 코로나시대에 완도 밖을 나가는 것도 부담스럽다. 가까운 신지 명사십리로 향했다. 

완도군이 해양치유 사업으로 야심차게 준비한 노르딕워킹코스 구간이 지난해 12월 완공됐다하여 걷기로 했다. 노르딕워킹코스 구간은 등대치유의길, 바다치유의길, 숲치유의길 이렇게 총 3코스로 나뉜다. 다 합치면 편도 6.4km 정도로 걷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하루만에도 충분히 3코스 모두  즐길 수 있다. 물론, 노르딕스틱이 없어도 걷는데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숲치유의 길은 울몰입구에서부터 석화포선착장까지 총 1.8km에 이른다. 경관이 빼어나고 난이도가 높지 않아 초보자도 쉽게 오를 수 있는 코스다.’

몇 년전에도 몇 번 온 적있었지만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아 나무데크가 깔린 곳을 제외하곤 거미줄과 잡풀들로 무성해 돌아왔던 곳이다. 이번에 새롭게 길을 단장하면서 푹신한 야자매트가 전구간에 깔려있어 한결 걷기편했다.  숲치유의 길이라는 이름을 얻는대신 명사갯길이라는 이름이 사라진 것은 조금 아니 많이 아쉽다. ‘명사갯길 노르딕워킹 코스’로 고유의 명칭을 살려줬음 어땠을까? 머리식히러 걷는다면서 또 머리를 굴리니 직업병인가 보다.


중간쯤 걷다보면 ‘멍때리기 좋은곳’이 나온다. 잠시 앉아서 눈을 감았다. 봄볕 같던 햇살이 머리위에 앉았다. 명사십리의 고운 모래에 파도소리도 잔잔히 퍼져 마음까지 편안하게 어루만져주는것만 같았다. 

‘바다치유의 길은 명사십리해변 입구에 서 울몰입구까지 약 2.6km로 모래와 바닷물이 만나게 되는 바다치유길 코스로 신체에 큰 무리 없이 해풍호흡과 해사와 해수를 이용한 맨발 노르딕워킹도 같이 경험 할 수 있는 해양힐링 최적의 노르딕워킹 코스다.’  이코스는 정말 매력적이다. 우거진 해송(海松)사이로 나무데크가 깔려있어 누구나 편하게 걸을 수 있다. 푸른 명사십리 해변을 바라보며 걷다보니 지끈거렸던 두통이 언제 그랬냐 싶게 사라졌다. 

‘등대치유의 길은 명사십리 해변 입구부터 서각봉등대 전망대까지 약 2km에 이르는 비교적 경사로가 있는 고강도 등산코스다.’ 3코스 중에 경사로가 가장 심한 곳이다. 물론,  잘 걷지 않는 초보자 입장에서 힘들다는 말이지 평소 잘 걷거나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에겐 전혀 무리가 없는 코스다. 머리를 비우니 사소한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매서운 한파에도 나무는 죽지 않고 봄 준비를 하고 있었나보다. 매마른 나뭇가지 사이로 새순이 차올랐다. 예뻤다.

50년만의 한파였다는데 잘도 버티였구나. 살아있어 다행이다. 고마워~ 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버티는게 정말 사는걸까” 라는 고민을 한 적이 있다. (물론 누구나 겪었을 질풍노도의 시기에 말이다!) 지난 1년동안 코로나19로 온 국민이 힘겹게 버티고 또 버텼다. 이제는 알 것같다. 강한자가 살아남는게 아니라 버티고 버텨서 살아남는 자가 진짜 강한자 라는 것을....

바쁘고 피곤하다는 핑계로 통 걷지를 못한 탓에 조그만 경사에도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머릿 속에 한가득 차 있었던 고민은 사라진지 오래다. 이름모를 새소리가 우렁차다. “힘내! 잘하고 있어!” 라고 응원이라도 보내주는 것같다. 잠시 숨을 고르고 다시 걷는다. 서봉각 등대 전망대에 도착하면 완도의 랜드 마크인 완도타워와 어우러진 완도 본섬의 아름다운 경관이 한 눈에 들어온다. 반짝이는 은빛 물결. 머릿속에 산재해 있던 잡생각들도 파도와 함께 쓸려나갔다. 마음 속 응어리졌던 온갖 걱정거리가 한 걸음 옮길 때 마다 구름걷히듯 사라졌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힘겨운 고행의 길을 걷고서야 마음 속 이야기가 들린다. 길을 걸으며 지난해의 아쉬움을 새기고 새해 새 출발의 다짐을 떠올려본다. 


<북극해 연안에 사는 이누이트는 분노를 현명하게 다스린다. 아니, 놓아준다. 그들은 화가 치밀어 오르면 하던 일을 멈추고 무작정 걷는다고 한다. 언제까지? 분노의 감정이 스르륵 가라앉을 때까지. 그리고 충분히 멀리왔다 싶으면 그 자리에 긴 막대기 하나를 꽂아두고 돌아온다. 미움, 원망, 서러움으로 얽히고 설킨 누군가에게 화상을 입힐지도 모르는 감정을 그곳에 묻어두고 온다. 결국 해결책은 내 안에 있다.> 내 마음에 닿는 가장 빠른 법, 2021년 걷기를 제안해 본다.  건강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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