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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그냥 나눔이 좋아요. 제 행복이 더 커지거든요”

[차 한잔의 인터뷰] 38년째 봉사 이어가고 있는 대문리 제갈광식씨

  • 강미경 기자 thatha74@naver.com
  • 입력 2020.12.23 10:23
  • 수정 2020.12.23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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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싫어하는 궂은일을 자처해 솔선수범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몸 안에 봉사 DNA를 갖고 태어난 사람들 같았다. 

그런 DNA가 군외면 제갈광식 씨(62)에게도 있었을까. 그녀는 중학교 시설 RCY활동이 첫 봉사의 시작이었다. 성인이 되서는 적십자에 들어가서 보육원 봉사며, 장애인복지관 방문 등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 갔다. 

“우리 딸 이쁘지요? 엄마 닮았다는 소리를 좋아해요. 다음에 보면 엄마 닮았다는 말 해주세요” 그녀의 집안엔 아이들과 찍은 사진들이 벽면에 가득했다. 보호시설에서 만나 인연을 맺고 돌봐온 아이들 10명이 이제는 모두 성장해 이제는 어엿한 성인이 돼 “엄마!”하고 그녀를 찾아올 때면 가슴 한 곳이 저릿하다고. 

젊어 모델과 연기를 했었다는 그녀의 배우시절 사진들은 봉사하고는 거리가 먼 영락없는 멋쟁이 모습인데, 어떻게 궂은일을 도맡아 가며 38년간 봉사를 이어올 수 있었는지 놀랍고 신기하기만 했다. 좀 더 전문적인 봉사를 위해 요양보호사 자격증에 호스피스 자격증까지 땄다는 그녀는 해마다 해오던 요양원이며 복지관 봉사활동이 코로나19로 인해 못하게 돼서 우울하다. 

그 때문인지 그녀의 봉사 DNA가 요즘엔 동물사랑에 자연스럽게 옮겨간 것 같다. 동네산책을 하며 묶여있는 강아지들을 산책시키고 비어있는 물그릇을 채우고 길냥이들 밥 챙겨주는데 하루가 바쁘다.

“밥 먹자~” 부르니 어디선가 그녀의 주위로 스무마리 정도의 고양이들이 몰려든다. 

“장날이면 갈치꼬리며 생선 부산물을 얻어 와요. 사료도 먹이지만 아이들이 생선을 좋아하거든요”

남편의 고향인 완도로 내려온 지 12년 됐다는 그녀의 동물사랑이 유난스럽다. 동네 쓰레기 봉지를 뜯는 고양이들이 안쓰러워 한 두 마리씩 밥을 주기 시작한 것이 고양이들 사이에서 맛 집으로 소문이 났는지 밥 때만 되면 그녀 집 마당으로 모여든다. 

처음엔 동네 어르신들의 반대도 있었지만, 그녀가 밥을 주기 시작하면서  쓰레기 봉지를 뜯는 일이 없어져 동네가 깨끗해지자 동네 주민들도 더 이상 그녀를 말리지 않았다고.

인터뷰 약속 전날도 또랑에 빠진 새끼 강이지를 구조했단다. 다행이 좋은 입양처를 찾아 보내줬다며 사진을 보여준다. 집 안에는 11살 노견(老犬)의 말티즈와 올해 초 완도읍 장터 근처에서 구조했다는 고양이도 함께 키우고 있다. 

“모든 생명은 사랑받고 행복하기 위해 태어났다고 생각해요. 마땅히 그래야 하고요. 저는 그냥 나눔이 좋아요. 나눌수록 제 행복이 더 커지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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