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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개발과 거제 지심도

[특별 기고] 강제윤 / 사단법인 섬연구소 소장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0.10.16 10:25
  • 수정 2020.10.18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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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시가 지심도 주민들을 강제 이주 시키겠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거제시는 지난 10월 5일 국민권익위원회에 접수된 공문을 통해 “거제시의 공원계획 수립과 관계없이 주민 이주가 불가피하다. 주민들의 지심도 내 거주가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관광 개발을 위해 지심도 주민들을 강제 이주 시키려던 거제시가 이제는 더 나아가 개발 여부와 관계없이 지심도 주민들은 무조건 섬을 떠나야 한다고 밝힌 것이다. 지심도 관광 개발을 추진하던 거제시는 주민 강제 이주 개발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자 지금껏 주민들을 강제 이주 시키려 한 적 없다고 거짓 해명을 하며 상생의 방안을 찾겠다고 밝혀 왔다. 

오히려 주민 강제 이주 의도가 없는 거제시의 뜻을 섬연구소가 왜곡하고 있다고 비난하기까지 했었다. 그런데 거제시는 이제 대놓고 지심도 주민들의 강제 이주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그동안 ‘강제 이주 계획이 없다. 주민들과 상생하겠다’던 거제시의 해명이 거짓이었음을 스스로 자백한 것이다. 명분 없는 주민 강제 이주 개발에 대해 환경부, 경남도, 행안부 등 까지 반대 입장을 밝히자 거제시가 ‘개발 여부와 관계없이 지심도 주민 거주가 불가하다’고 밝힌 것은 결국 거제시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지심도 주민들을 강제 이주 시키고 말겠다는 속내가 있었음을 만천하에 드러낸 것이다.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이는 거제 시민인 지심도 주민들에 대한 폭거인 동시에 국민들과 국가기관들을 기만한 행태다. 

그동안 거제시는 관광개발을 위해 지심도를 국립공원 자연학습장으로 만든다는 명분으로 주민들의 강제 이주를 추진해 왔다. 하지만 지심도는 이미 연평균 15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관광 명소이고 섬 전체가 국립공원이자 원시림으로 뒤덮인 자연 학습장이다. 더 이상 개발을 할 명분이 없는 섬이다. 그래서 환경부에서도 거제시의 국비지원 요청을 거부했고 민간 개발도 어렵다고 통보했다. ‘살고 싶은 섬 만들기’를 추진 중인 경남도에서도 잘 살고 있는 주민들 강제 이주 시키는 개발에 대해 꾸준히 반대 의사를 표명해 왔다. 사실상 거제시의 지심도 개발 계획은 개발의 명분도 현실성도 없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거제시는 일부 불법 증축과 무허가 식당 영업 등을 이유로 주민들을 대대적으로 단속하고 고발하는 등 지속적으로 괴롭혀 왔다.

이주동의서에 도장을 찍지 않으면 단전, 단수, 도선 운항 중단은 물론 행정 대집행으로 강제 철거까지 하겠다고 구두는 물론 문서로까지 위협했다. 거제시의 고발로 지심도 주민들은 이미 집집마다 백만 원에서 많게는 5백만 원까지 벌금을 물기도 했다. 지난 7월 29일에는 15가구 사는 지심도에 22명이나 되는 공무원들을 투입해 대대적인 단속을 벌이고 거제시장은 지심도의 불법과 전쟁을 선포하기까지 했다. 

주민들의 도움 요청을 받은 (사)섬연구소는 거제시의 부당한 행정으로부터 주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국민권익위원회에 지심도 주민 강제 이주 문제 중재를 요청하는 민원을 신청했었다. 국민권익위는 (사)섬 연구소의 민원으로 지심도 주민과 거제 시청 관계자들, 섬연구소 등이 참석 한 가운데 간담회를 갖고 지심도 주민들의 삶을 합법화 할 수 있는 상생 방안을 도출해 협의안을 만들었다. 국민권익위는 이를 바탕으로 중재안을 도출해 거제시에 권고했다. 주요 내용은 “일제와 국방부에게 부당하게 빼앗겼던 토지를 지심도 주민들에게 불하하라.”

“주민들의 불법 증축 건물과 무허가 식당 영업의 합법화를 위해 국립공원 마을 지구 신청에 협조하라.” “주거지에서 상업 활동이 불가하다면 주택은 주거용으로만 사용 하게 하고 거제 본섬으로 이전해 가면서 비어 있는 국방과학연구소 건물을 주민들에게 일정기간 임대해 상업 활동을 하게 해 달라.” 등 이었다. 하지만 거제시는 주민과 거제시가 머리 맞대고 만들었고 국민권익원회가 공식으로 권고한 중재안을 일언지하에 거부했다.

더 나아가 권익위 앞에서 주민들의 강제이주를 부인하던 거제시가 강제이주 추진 의사를 밝힌 것은 물론 관광 개발을 하지 않더라도 지심도 주민들은 지심도를 떠나야 한다며 무조건 주민들을 쫓아내겠다고 공표했다. 주민들의 생존권과 권익위원회의 권위를 대놓고 무시한 것이다. 

거제시가 제시한 토지 불하 불가 이유나 상생 방안은 어느 하나도 합당하지 않다. 토지 불하 불가 이유는 “거제시가 공유지 매각 불가 입장”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환경부의 승인과 거제시의회의 의결을 거치면 국립공원내 공유지인 지심도의 토지 매각은 가능하다. 환경부는 거제시가 동의하면 허가 하겠다는 입장이다. 거제 시의회에는 안건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그러니 거제시의 토지 불하 불가 이유는 온당하지 못하다. 거제시는 입장만 바꾸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불하 불가 사유가 아니다. 거제시가 그냥 불하해줄 의사가 없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거제시는 현행법상 불가하다는 억지 주장을 펴며 “거제시의 공원계획 수립과 관계없이 주민 이주가 불가피”하다고 적시했다. 거제시가 제시한 상생 방안이란 것도 “지심도 주민들의 강제 이주 후 국방과학연구소의 상업시설 일정기간 임대가 거제 시민여론, 거제 시 입장, 시의회, 기타 등등을 통해 결정 될 것으로 판단된다.”는 것이다. 일단 “주민들이 먼저 이주 하면 여론과 거제시 의견, 시의회 의견 등등을 취합해서 고려해보겠다”는 뜻이다. 일단 무조건 나가라는 것이다. 
이것이 상생 방안인가? 참으로 기가 찰 일이다.거제시가 관광 개발 명분도 없고, 지심도 주민들이 합법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토록 지심도 주민들을 강제추방하지 못해 안달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거제시가 국민권익위원회의 권고안도 거부하고 경남도나 환경부, 행안부 등 국가 기관들의 반대 입장에도 불구하고 현실성 없는 지심도 주민 강제 이주 개발을 추진하겠다는 고집을 꺽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 게다가 지심도 개발 계획이 물 건너갈 기미가 보이자 이제는 개발 여부와 관계없이 지심도 주민들을 강제 이주 시키겠다고 까지 공표하고 있다.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나가라는 것이다. 이것이 행정인가? 거제시가 과연 행정 기관인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거제시는 제발 이성을 찾기 바란다. 

지심도 주민들은 거제시에 크게 바라는 것이 없다. 지원이 없어도 좋다. 그냥 가만히 놔두기만을 바랄뿐이다. 지심도 주민들은 수십 년 동안 스스로의 힘만으로 무명의 섬을 전국적인 관광 생태 섬으로 만들었다. 주민들 스스로의 비용으로 도로 포장도 하고, 한해 리플랫 20만장씩 만들어 뿌려가며 홍보하고, 몇 번의 화재를 진압해 숲을 지키고, 발전소 업자들이 전봇대 세우려 할 때 반대해 가며 경관을 지켜냈다. 지심도 주민들은 그동안 거제시가 아무 간섭 안한 덕분에 명품 섬을 가꿔올 수 있었다. 일제에 빼앗겼던 토지를 대한민국 국방부에 또 빼앗기고 50년 동안 임대료를 내며 세입자로 살았던 주민들이다.

시대의 희생양이었지만 주민들은 꿋꿋이 섬을 지키고 가꾸며 오늘의 지심도 만들어 냈다. 국가에서 상을 주어도 모자랄 판에 이제 와서 거제시는 주민들에게 무조건 섬을 나가라고 한다. 지심도 주민들은 억울함에 밤잠을 설치고 억장이 무너진다. 
거제시는 도대체 대한민국 행정기관이 맞기나 한가? 지원도 필요 없고, 개발도 필요 없다. 제발 지심도를, 지심도 주민들을 그냥 좀 내버려 두기만 바랄 뿐이다.                         


                             <10월 12일 섬 연구소의 성명서를 강제윤 소장의 칼럼으로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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