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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부, 여객선 공영제 즉각 재추진해야

[특별 기고] 강제윤 / 섬연구소 소장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0.10.08 10:51
  • 수정 2020.10.09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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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수산부의 무대책이 참으로 한심한 지경이다. 세월호 참사 후 정부가 그토록 여객선 안전을 강조했고 TF팀까지 만들어 대책 마련에 부산을 떨었건만 오히려 여객선 사고는 세월호 참사 이전보다 더욱 늘어났다. 

해양수산부가 더불어민주당 어기구 의원에게 제출한 '여객선 해양사고 현황'에 의하면 13명 이상의 승객을 운송하는 여객선에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간 발생한 사고는 총 274 건, 연평균 54.8건이다. 이는 직전 5년(2010∼2014년)간 연평균 31.2건보다 75.6%나 증가한 것이다. 도대체 해수부는 여객선 안전을 위해 그동안 무슨 일을 했는가?

우리나라 전체 여객선사의 60% 가량이 보유 선박 2척 미만의 영세 업체다. 선령 20년 이상의 노후 여객선도 30% 남짓이나 된다. 이런 노후 여객선들의 경우 안전은 물론이고 위생이나 편의시설도 엉망이다. 게다가 여객·화물겸용 여객선의 최대 선령은 30년에서 25년으로 단축됐지만 여객 전용 여객선의 최대 선령은 여전히 30년이다. 

그래서 여객선 중에는 취항한 지 29년 넘은 정원 304명의 여객선도 운항 중이다. 해수부가 언제 침몰할지 모를 위험천만한 여객선마저 운항하도록 방치하고 있는 것이다. 여객선사들은 노후 여객선을 가라앉기 직전까지 운영해 이윤을 뽑아먹을 대로 뽑아 먹는다. 그래서 세월호 참사도 발생했던 것이다. 여객선 사고의 증가는 전적으로 해수부 잘못이다. 해수부는 벌써 세월호 참사의 기억을 잊은 것인가?

세월호 참사 후 박근혜 정부의 해수부에서 만들어진 안전대책이란 탑승 시 신분증 검사가 거의 전부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대책이 현 정부의 해수부에서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그것이 무슨 안전대책인가. 사고 시 명단 파악이나 쉽게 하려는 행정을 위한 일일뿐이다. 대책이 없으니 여객사고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여객선 운임은 다른 대중교통에 비해 터무니없이 비싸기 까지 하다. 여객선의 1㎞당 운임은 KTX보다 2.2배, 고속버스(일반)보다는 6.6배나 높다. 그런데도 여객선사들은 손님이 적을 경우 온갖 핑계를 대서 툭하면 배를 안 띄운다. 손님이 넘치는 성수기에는 위험해도 무리하게 배를 띄운다. 그래도 해수부는 속수무책이다. 

낙도보조항로의 경우 여객선사의 횡포는 더욱 극심하다. 전체 여객선의 25%가 운항중인 낙도보조항로는 해수부에서 기름 값, 인건비를 비롯한 일체의 운영비용을 지원한다. 수익이 나지 않아 운항을 꺼리는 항로에 정부지원을 해서 여객들의 불편을 덜어주려는 제도다. 그런데 이 낙도보조항로 운영에는 허점이 많다. 선사가 그 허점을 이용해 해수부를 속이고 섬 주민을 비롯한 여객선 승객들을 골탕 먹인다.

낙도 보조 항로 운영은 3년마다 입찰을 해서 운영사를 결정하는데 입찰 방식도 문제다. 낙찰된 선사에는 3년 치 운영비를 한 번에 통으로 지원한다. 배를 한번이라도 덜 띄워서 기름 값 아끼고, 수리비도 아끼고, 인건비도 아낄수록 이익이 남는 구조다. 그러니 선사는 틈만 나면 온갖 핑계로 배를 안 띄우고 이익을 남기려 하는 것이다. 

정부가 예산 낭비해서 선사 배만 불려주는 제도가 현재의 낙도 보조항로 제도다. 해수부가 준공영제라고 추진 중인 지원금 제도도 마찬가지다. 섬 주민, 여객선 이용객들의 불편을 덜어주기보다 선사 잇속만 채워주는 제도다. 낙도보조항로, 준공영제를 폐지하고 여객선 공영제를 도입해야 이 고질절인 병폐가 사라질 수 있다.

지난 대선 때 사단법인 섬연구소에서는 문재인 후보 캠프에 여객선 공영제 공약을 제안 했었다. 처음에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섬연구소에 문 후보 캠프 관계자들을 설득해서 어렵게 대통령 공약으로 채택시켰고 문후보가 인천 유세에서 발표했다. 하지만 새 정부의 국정기획위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대통령 공약이었던 여객선 공영제를 무산시키고 실효성 없는 준공영제로 대체해 버렸다. 여객선 사고 증가에는 국정기획위의 책임도 크다.

여객선은 연간 이용객이 1600만 명이 넘는다. 그중 섬 주민 이용객은 3백만 명 정도고 나머지 1300만 명이 육지 사람들이다. 여객선 문제가 섬주민만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국민들의 안전과 해상교통 편의를 위해서 여객선 공영제는 꼭 이루어져야 마땅하다. 여객선 공영제는 실현 돼야 국민들의 생명 안전이 지켜질 수 있고 더욱 편리하고 위생적인 여객선 시설도 이용할 수 있다. 개인 선사들은 여객선 운송 이익을 여객선 시설에 거의 재투자 하지 않는다. 하지만 공영제가 실현 되면 여객선 운송 이익을 여객선에 재투자 할 수 있다. 국가적으로도 이익이다.

세월호 참사 직후인 2014년 9월 2일 해수부는 여객선 공영제 실시 계획을 발표까지 했지만 결국 무산됐었다. 해수부도 여객선 공영제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도 여객선 사고가 늘어나도록 방치하고 여전히 공영제를 추진하지 않고 있는 것은 직무유기다. 해수부는 국민의 생명 안전을 위해 여객선 공영제를 즉각 재추진해야 마땅하다.

<섬 연구소의 성명서를 강제윤 소장의 칼럼으로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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