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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든든히 먹어야 열심히 일하제, 먹는 인심 야박하면 못써~"

[차 한잔의 인터뷰] 일부두분식 큰손 강유경 씨

  • 강미경 기자 thatha74@naver.com
  • 입력 2020.10.08 10:34
  • 수정 2020.10.09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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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어디서나 쉽게 먹을 수 있는 라면이지만, 이 집의 라면 맛은 유난히 맛있다. 특별할 것도 없다. 어디서나 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라면이다.  그렇다고 특별히 비법이 숨어있지도 않다. 겨우 의자 5개 놓인 비좁은 분식집이다. 주방과 손님 테이블이 따로 분리되어있지도 않다. 

하나의 공간에  한쪽 벽면은 주방이고 반대쪽에 벽면을 바라보고 먹도록 긴 테이블과 겨우 의자 5개가 전부인 곳이다.  이 집의 라면이 맛있는 이유는 어쩌면 허기진 배를 급하게 채우기 위해 찾아오는 손님들이 대부분이라 그럴지도 모르겠다. 일부두 앞을 무심히 지나가면 모를 수도 있는 아는 사람만 찾아가는 작은 분식집이지만 새벽 바닷일을 나가는 이들에겐 없어서는 안 되는 곳이다.  

"든든히 먹어야 일도 열심히 하재. 먹는 인심 야박하면 못써~" 투박하지만 정감 있는 주인장의 진심이 느껴진다. 라면의 단짝인 김밥은 하나만 먹어도 배부를 만큼 푸짐하다. 단무지 대신 나오는 주인장이 직접 담은 김치와 깍두기는 라면의 맛을 극대화 시킨다.

라면이 맛있는 이유는 김치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완도의 많은 식당들 중 중국산 김치를 내놓는 경우가 많은데 2500원, 3000원짜리 분식을 팔면서 손수 담은 김치라니 이것만으로도 감격스럽다. 김치가 맛있다하니 방금 갓지를 담았다며 맛보라며 또 내놓는다.

손 맛 좋은 주인장이 인심도 후하다. 이 집의 인기메뉴는 쫄면이다. 새콤 달콤한 주인장만의 비법 양념장으로 버무린 쫄면은 여느 분식집의 2인분에 해당할 만큼 양이 많으니 미리 적게 달라고 주문해야 한다. 

5,000원이면 배불리 먹을 수 있는 곳. 주인장의 넉넉한 인심이 기분 좋게 하는 곳. 일부두 분식이다. 12월 계약이 끝나면 나가야 한단다. 일부두 분식은 사라져도 주인장의 인심은 나그네의 허기진 영혼 속에 오랫토록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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