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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심도 개발논란은 성가신 존재 섬 사람들 쫒아내자" 그런 사고의 소산

[창간30주년 특별기획 - 코로나19 & 섬 정책] 강제윤 / (사)섬연구소 소장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0.09.04 16:18
  • 수정 2020.09.07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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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이냐, 보전이냐? 대자연 존경하되 균형점 찾아야

요즘 거제의 작은 섬 지심도가 개발 논란으로 뜨겁다. 거제시는 관광개발을 원하고 주민들은 개발을 반대한다. 언뜻 보면 개발이냐 보존이냐의 문제 같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지심도 개발 문제는 그동안 섬 개발이 누구를 위해 이루어져 왔는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내 주는 사례다. 일반적으로 섬 개발은 섬 주민들을 위한 것이라는 외피를 쓰고 이루어져 왔다. 그래서 보존도 좋지만 섬 주민들에게 이익이 되니 찬성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섬 주민들의 개발에 찬성 논리였다. 하지만 개발이 이루어진 많은 섬들의 실상은 어떠한가? 국비든 민자 유치 개발이든 개발의 결과는 늘 소수의 독점으로 끝났다. 슬로시티 청산도 관광개발에 그동안 수백억의 예산이 투입 됐지만 대다수 청산도 주민들은 관광 수익으로부터 배제 되고 있다. 몇몇 식당과 숙박업체 등만 소득을 올릴 뿐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소득은 선박을 운영하는 청산농협이다. 해마다 수십억원의 매출을 올리지만 청산도 주민인 조합원들에게 돌아가는 이익은 거의 없다. 신안의 증도 역시 슬로시티 관광개발 후 한해 100만 명의 관광객이 찾아가는 섬이 됐다. 하지만 증도에서 가장 큰 소득을 올리는 곳은 엘도라도 리조트 한곳이다. 숙박 매출만 한해 평균 120억 원이다. 하지만 나머지 120여개의 팬션, 민박의 전체 소득은 엘도라도 1개 업체의 10분의 1 수준인 12억 원 정도에 불과하다. 증도 또한 수백억의 국비가 투자 됐지만 가장 큰 혜택을 받는 것은 개인 업체인 엘도라도 리조트 인 것이다. 제주도, 거제도 같은 섬들 또한 개발 이익의 대부분을 일부 업체가 독점하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개발이냐 보존이냐 문제에 직면했을 때 개발은 주민들에게 이익이 되는 것으로 믿었다. 그래서 다소 환경이나 자연이 파괴 되더라도 개발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 다수였다. 자연환경 보존의 중요성을 알지만 주민들에게 이익이 되니 감내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앞 섬들의 사례에서도 보았듯이 실상은 어떤가? 주민들 대다수는 개발의 혜택을 보지 못한다. 그런데도 무작정 개발을 찬성해야만 할까? 이제는 개발이 과연 누구를 위한 개발인가를 따져봐야 할 시점이다. 진실로 주민 모두를 위한 개발인가 아니면 소수를 위한 개발인가? 여수의 섬 금오도 역시 반면교사가 될 만한 사례다. 여수시에서는 2012년 세계 해양엑스포를 유치하면서 여수 관내의 섬들을 연결하는 다리박물관 사업을 계획했다. 그래서 19개나 되는 여수의 섬들이 육지와 연결되고 있거나 연결중이다. 다리가 생긴 섬들은 육지와 교통이 편리해졌지만 대신 섬의 정체성을 잃고 말았다. 그런데 금오도 주민들은 육지가 되는 것을 거부하고 섬으로 남았다. 초창기에는 섬 주민들 대다수가 연륙교 공사에 찬성했지만 섬의 정체성을 잃고 몰락한 타 지역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끝내 섬으로 남기로 결정한 것이었다. 금오도에도 국비가 투자 되어 비렁길 조성 등의 관광개발이 이루어졌다. 섬으로 남은 덕에 섬 둘레길인 비렁길을 걷기 위해 1년에 30만 명씩 찾아들었고 주민들은 기대에 부풀었다. 하지만 요즘 금오도 주민들은 다시 연륙교 건설을 요구하고 있다. 개발의 이익이 일부에게만 돌아가는 것에 대한 불만 때문이다. 금오도 역시 가장 큰 이익은 여객선사가 가져간다. 여객선사는 1년에 30억 이상을 벌어들이지만 금오도에 기여하는 것이 없다. 금오도 주민들 중에서도 일부 식당, 팬션 업체들만 이익을 얻을 뿐 대다수는 관광소득에서 소외되어 있다. 대다수 섬 개발이 다르지 않다. 무조건 개발이 나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무조건 보존이 우선이란 얘기도 아니다. 과연 누구를 위한 개발인가를 엄밀히 따져본 뒤에 개발을 하든 말든 하자는 이야기다.

다시 지심도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거제시가 지심도 관광개발을 하려는데 주민들이 반대하는 이유는 무얼까? 거제시의 계획이 주민들을 위한 개발이 아니기 때문이다. 거제시는 아주 노골적으로 지심도 주민들을 배제하는 개발을 계획 중이다. 나는 주민들의 요청을 받고 거제시로부터 주민들을 지켜주기 위해 돕고 있어서 그 속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거제시는 지심도 개발에서 주민들의 이익을 배제 하는 것을 넘어 아애 주민들을 섬에서 강제로 이주시키려 하고 있다. 섬 개발을 명분으로 섬 주민들을 추방하려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대부분의 섬 개발은 속내야 어떻든 섬 주민들을 더 잘 살게 해준다는 명분을 내걸고 이루어진다. 그런데 거제시는 철저하게 주민 배제 개발을 추진 중인 것이다. 주민들을 쫓아내고 개발을 하겠다는 거제시의 계획은 어쩌면 모든 섬 개발 업자들의 속내일 수도 있다. 자원이 뛰어난 섬들을 개발하려면 주민들은 실상 걸림돌이다. 보상도 해줘야지, 민원도 들어줘야지 이마 저만 성가신 존재가 아니다. 그래도 어떤 지자체든 정부든, 민간 업자든 섬 주민들을 강제 이주 시키겠다는 발상은 한 적이 없다. 거제시의 발상을 창의적이라 해야 할까 무모하다 해야 할까? 실상 거제시의 주민 강제 이주 개발 계획은 솔직한 편이라 해야 옳을 듯하다. “성가신 존재인 섬사람들 쫓아내고 개발하자.” 그런 사고의 소산이다. 거제시가 섬사람들을 그만큼 우습게보고 있다는 반증에 다름 아니다.

거제시는 주민들이 이주를 거부하자 단전과 행정대집행, 여객선 운행중단 등의 위협을 가했 있다. 수백 년 된 동백나무가 섬의 70%를 뒤덮고 있는 지심도는 10만여 평의 땅에서 30여명의 주민들이 살아가고 있는데 해마다 15만 명 이상이 찾아가는 경남의 대표적 관광 섬이다. 지심도는 일제 강점기인 1936년, 원주민들이 섬에서 쫓겨 난 아픈 역사가 있다. 해방 이후 다시 정착해 살기 시작했는데 지심도 주민들은 지금껏 토지 소유권 없이 자기 섬에 세 들어 살아야 했다. 국방부가 일본 육군성 소유로 되어 있던 지심도 땅을 승계해 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2017년 거제시가 국방부로부터 지심도의 토지를 매입하자 주민들은 땅을 되돌려 받을 꿈에 부풀었다. 하지만 주민들의 생존권 보장을 약속했던 거제시는 토지를 되돌려주기는 커녕 오히려 주민들을 섬에서 쫓아내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삶의 터전인 섬 전부가 국립공원이다 보니 주민들 일부는 합법적인 농어촌 민박을 하면서 생존을 위해 무허가 식당 영업도 병행해 해왔다. 주민들도 실정법을 일부 어긴 것을 인정 한다.

그런데 국방부 소유일 때는 묵인해 주던 거제시가 이제 와서 주민들을 범법자라 비난하며 단속한다. 개발을 밀어붙이기 위한 명분 쌓기에 불과하다. 주민들은 섬에 남아 합법 영업을 하며 살아가길 원한다. 거제시는 국립공원이라 양성화가 어려우니 이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거제시의 주장과는 달리 국립공원 내 식당 영업의 양성화는 가능하다. 자연공원법 시행령 14조의3 제4항이 법적 근거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되기 이전의 건축물은 증축, 개축, 재축, 이축을 보장하고 있다. 자연공원법상 지심도 주민들도 건물의 합법적인 증개축, 신축은 물론 이축까지 가능한 것이다. 지심도 주민 15가구 주민이 거주하는 건축물은 모두가 1968년 한려해상국립공원이 지정되기 전에 건축되어 등기가 있는 건축물들이기 때문이다. 불법이 문제가 된다면 일부 불법 증개축 건축물은 헐어버리고 허가를 받아 새로 지으면 된다. 하지만 거제시는 법적으로 양성화가 불가능하다고 주민들을 속여 가며 강제 이주 개발을 추진하려 했던 것이다.

거제시는 현재 환경부에 지심도를‘자연 학습장’으로 지정하기 위한 공원 구역 변경 절차를 밟고 있다. 거제시장이 거제 시의회에서 지심도에 대한 “민간 개발 업자의 제안이 있었다. 민간 개발이 쉽도록 환경부와 협의 하고 있다”는 답변을 한 것을 보면 민자 유치로 지심도를 개발한 뒤 운영권을 업자에게 넘기려는 속셈이다. 섬 주민들을 쫓아내고 민간업자에게 이권을 주는 개발. 실상 이런 섬 개발은 지심도 개발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부분의 민자 유치 섬 개발들의 속내도 그와 같다. 증도의 엘도라도 리조트 유치 개발이 그랬던 것처럼 개발 업자에게만 이익을 주는 개발일 뿐이다. 현재 거제시의 지심도 주민 강제이주 개발은 필자가 소장으로 있는 사단법인 섬연구소의 도움으로 전국적인 이슈가 됐다.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조사에 들어갔고 경상남도에서도 주민 강제이주 개발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더 이상 거제시의 뜻대로 주민들을 추방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국보급 돌담들이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던 완도 여서도.

완도의 섬 여서도에서도 개발 때문에 국보급 돌담들이 사라질 위기에 처한 적이 있었다. 이 또한 필자가 전남도와 완도군, 주민들 사이를 중재해서 돌담이 보존 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몇 해의 논란 끝에 여서도 선착장에는 "여그서도 돌담 저그서도 돌담 돌담천국 여서도 방문을 환영합니다" 라고 쓰인 플랑카드 걸렸었다. 여서도 돌담들은 거의 전부가 이삼백년 전에 쌓았던 원형 그대로다. 돌담 하나하나가 문화재인 것이다. 여서도 돌담은 볼 때 마다 경이롭다. 15년 전 필자는 '한국의 이스터 섬 여서도'라는 글을 써서 여서도 돌담의 가치를 세상에 알렸다. 그날 이후 늘 노심초사했었다. 개발의 바람에 돌담이 혹시 사라지지나 않을까. 다행이 육지와 너무 멀고 배편이 불편해 외부 세력에 의한 개발의 바람은 비껴갔다. 하지만 내부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도로 공사 때문에 여서도 돌담의 원형이 곧 파괴될 것 같다는 얘기를 들었다. 부랴부랴 완도군에 알아보니 도로 부지로 편입된 집 주인 한분이 중국 여행을 갔는데 그분이 동의를 안 해줘 공사가 시작되지 못하고 있다 했다. 천우신조였다. 그렇게 여서도 돌담 지키기가 아슬아슬한 상황에서 시작됐다. 완도군에서는 주민들이 원하니 도로 공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었다. 예산을 지원하는 전남도 공무원들도 생각이 비슷했다. 어쩔 수 없이 당시 이낙연 전남지사께 연락을 해서 도움을 청했다. 이낙연 지사의 지시로 공사가 중단 됐다. 그리고 주민들에 대한 설득이 시작됐다. 전남도 공무원들과 주민들이 머리를 맞대고 불편한 요소들을 없애줄 해결책을 도출해 냈다. 그리고 마침내 여서도 주민들은 마을 총회에서 도로공사를 포기하고 돌담을 보존하기로 결의했다. 그 덕에 문화재적인 돌담들은 보존이 됐고 여서도는 전라남도의 <가고 싶은 섬>으로 선정되어 50억 원의 예산을 지원 받았다. 개발보다 보존이 침체해 있던 여서도를 회생 시킬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준 것이다.

개발과 보존의 문제를 고민할 때 떠오르는 분이 있다. 프란시스코 판 더 호프 보에르스마 신부다. 멕시코의 깊은 산속 깊은 오지에서 소농들과 커피농사를 지으며 대안경제, 공정무역을 확산시키고 있다. 그는 멕시코 원주민 공동체와 커피 생산자협동조합을 만들어 지난 50년간 민중과 함께 땀 흘리며 일해 왔다. 세계 최초의 공정무역 라이선스인 ‘막스 하벨라르’를 만들어 ‘공정무역’이라는 대안 경제체제를 제시하기도 했다. 그의 글 ‘가난한 사람들의 선언’이 주는 울림이 크다. 개발과 보존에 대한 우리의 태도를 정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길지만 선언의 일부를 인용한다.

“인간과 자연이 함께 사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하나의 계곡을 산업화 하면 숲에서 멀리 떨어진 수백 킬로미터의 땅에 영향을 끼친다. 그런데 전면적 생태계 보호론자들은 일대의 땅을 잘 아는 삼림지대 주민들이 생물 다양성을 유지 보존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지 않는 급진주의자들이다. 땅은 그들의 것이고, 따라서 그들이 보호한다. 이런 지역에서 인구를 없애는 것은 실책이다. 야생 상태의 자연에서는 사자와 코끼리가 함께 잘 살아간다. 나는 인간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인류는 자신들이 살아가는 지역에서 좋은 관리자이며,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 인간도 동물만큼의 권리를 가지고 있다. 양쪽 다 권리를 가지고 있으며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보다 더 많은 권리를 가진 것은 아니다.

우리는 여기 멕시코 사람들이 말하듯이 우리의 대자연을 존경하되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우리는 '고결한 야만인'이라는 신화를 말하고 있는 게 아니다. 낭만적 수사를 늘어놓자는 게 아니라 평화로운 공존의 모델, 존경과 호혜의 모델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이와 함께, 오염을 줄일 방법을 알아내기 위해 깊이 숙고해야 한다. 우리 모두는 숨 쉴 권리가 있다. 상하이에서 뉴욕에 이르기까지 세계 곳곳에서 늘어나는 차량 대수와 교통 병목 현상 때문에 견딜 수 없이 숨이 막힌다. 우리는 한편으로 극지방의 만년설 보호를 외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아무런 규제 없이 거대 도시들을 오염시키고 과밀 개발해서는 안 된다. 국가는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는(지하철과 버스 같은) 대중교통 수단을 만들어 차량 증가를 억제하면서 전기 자동차 생산을 늘려야 한다. 이런 일이 이루어지려면, 기층민중이 주도하여 세계를 규제해야 한다. 이런 조직화 움직임이 약해져서는 안 된다. 생태포럼과 사회포럼에서 대중들의 의견이 더 많이 표현되고 조직되면, 정부도 더 많이 관심을 기울일 것이다. 이런 과정은 수십 년 걸릴 테지만, 유일한 해결책이다. 이런 제안들, 현실적 담론들과 더불어 정밀한 해결책들을 예시하고, 제안하며, 구체적으로 만들어나가자. 이외에 다른 해결책은 보이지 않는다.”<가난한 사람들의 선언>(마농지 출판) 중에서.

프란치스코 신부의 “우리의 대자연을 존경하되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는 말이야말로 개발과 보존에 대한 어떤 균형추가 되지 않을까 싶다. 무조건 개발만이 이익이 되던 시대는 지나갔다. 개발은 최소화하고 보존을 극대화 하는 것이 더 큰 이익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경관 좋은 섬에 민자 리조트를 유치해서 주민들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무엇일까? 잘해야 청소부로 고용되어 날품 일이나 할 뿐이다. 제주도가 이미 보여준 교훈이다. 경관 좋은 섬은 그냥 입장료만 받아도 주민들이 이익을 얻을 수 있다. 민자 개발해서 머슴으로 사는 것이 좋을까? 주인으로 남아서 입장료 수익 얻어 분배받는 것이 좋을까? 섬들은 이 땅에 남은 마지막 휴식처다.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관광객을 끌어당기는 마력이 있다. 도시 사람들이 도시에도 흔한 시설물을 보러 섬에 가겠는가. 잘 보존된 자연을 보러 가는 것이다. 그것은 자연이든 인문 환경이든 마찬가지다. 투명하고 깨끗한 바다, 천연의 갯벌, 빼어난 경관, 삶의 원형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섬마을 풍경, 싱싱한 원재료의 맛이 그대로 살아 있는 섬 음식, 이런 것들이야말로 섬이 가진 가장 큰 경쟁력이다.

최근 큰돈 안들이고, 무슨 전망대 같은 구조물 세우지도 않고 자연을 파괴하지 않고 그저 섬에 보라색만 입혔을 뿐인데 그야말로 '대박'난 섬, 퍼플섬 신안 반원도.

최근 큰 돈 안들이고, 무슨 전망대 같은 구조물 세우지도 않고 자연을 파괴하지 않고 그저 섬에 보라색만 입혔을 뿐인데 그야말로‘대박’난 섬이 있다. 신안의 작은 섬 반월도와 박지도다. 특별히 뛰어난 경관도 없고 해수욕장 하나 없는 섬인데 행정안전부가 선정한 2020년 '올해 휴가철 찾아가고 싶은 33섬'에도 선정됐다. 반월 박지도 두 섬을 합해 봐야 100명이 살뿐인 작은 섬에 주말이면 하루 5000여명의 관광객들이 몰려든다. 침체해 있던 섬을 활성화 시킨 것은 토목 개발이 아니라 번뜩이는 아이디어 하나였다. 도라지 등 보라색 꽃이 유난히도 많은 섬을‘퍼플’섬으로 만들겠다는 아이디어를 낸 것은 박우량 신안 군수였다. 라벤더 등의 보랏빛 꽃밭을 만들고 마을의 지붕들을 보라색으로 칠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안좌도에서 연결된 인도교인 퍼플교에도 보라색을 칠했다. 페인트 값, 꽃값이 얼마나 들었겠는가? 그것이 전부다. 그런데 구름 같은 인파가 몰려들고 있다. 처음에는 군수에게 “보라색 칠이 너무 유치하고 인위적인 것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 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런데 오히려 키치적인 b급 감성이 대중들을 사로잡았다. 섬에 색칠 하나 한 것만으로 섬을 살린 것이다. 이것은 개발이 아니라 취향 저격이다. 어느덧 섬은 인스타를 비롯한 sns에서도 성지가 됐다. 비용 지불해 줘가면서 모셔오는 기자, 작가들 팸투어 같은 것도 없었다. 그런데도 온갖 언론 방송은 물론 유명 유튜버들까지 알아서 찾아와 홍보해 준다. 토목 개발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가을 쯤 ‘퍼플섬’으로 정식 개장이 되면 신안군은 관광객들에게 입장료를 받을 예정이란 사실이다. 수백억 예산 들여 타워를 만든 것도 무슨 대단한 시설을 만든 것도 아닌데 입장료를 받겠다는 것이다. 섬 자체가 입장료를 받을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입장료를 받아도 관광객들은 줄을 설 것이다. 제주의 손바닥만 한 유채 꽃밭에 입장료를 밭아도 줄을 선다. 유명 맛 집이라면 비싸도 줄을 서는 것과 같은 이치다. 사진 찍어 인증샷을 남기려는 욕망 때문이다.

반월 박지도는 과한 개발을 하지 않고도 섬이 활성화될 수 있는 사례를 만들었다. 여기서 거두어지는 입장료 수익이 어떻게 사용될지 궁금하다. 내 개인적인 생각은 관리비를 뺀 수익금은 주민들에게 기본소득 개념으로 분배해 주는 것도 좋을 듯하다. 섬에서 발생한 이익이 주민들에게 돌아가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겠는가? 그런 점에서 신안군에서 추진 중인 '신재생에너지 이익공유제'도 주목할 만 한 정책이다. 풍력, 태양광 개발 등 신재생 에너지 개발 사업이 큰 이익이 되는 시대. 개발 업자에게만 이익이 돌아가는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인근 주민들의 불만이 많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곳곳에서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런 분쟁들을 잠재울 수 있는 개발 방식이 바로 신안군의 '신재생에너지 이익공유제'다. 지난 7월 21일 국무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신안군의 '신재생에너지 이익공유제'를 재차 언급했을 정도다. 문 대통령은 앞서 지난해 12월 열린 '농정 전환 포럼'에서도 신안군 신재생 에너지 개발 이익공유제를 언급해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신안군은 2019년 10월 전국 최초로 '신재생에너지 개발 이익 공유에 관한 조례'를 만들어 신재생에너지 개발 사업에서 주민참여 보장과 개발 이익 공유를 의무화하고 있다. 신안군의 조례 덕에 자라도와 비금도 신재생에너지 개발 사업에는 섬 주민들이 협동조합을 만들어 참여하고 있다. 개발 이익이 주민들에게 돌아가게 만드는 이런 정책이야말로 진짜 섬을 위한 개발의 모범 사례다. 개발만이 능사일수도 없듯이 보존만이 능사도 아니다. 개발 할 것은 개발하고 보존할 것은 보존해야 한다. 그래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보존이 이익이 될지 개발이 이익이 될지 정밀한 판단 하에 정책이 결정돼야 한다는 점이다. 설령 개발이 되더라도 그것은 소수가 아닌 섬 주민 전체에게 이익이 될 때 개발해야 한다. 그 원칙이 전제가 된다면 개발과 보존 사이의 균형 잡힌 정책 결정이 가능할 것이다.

 

 글쓴이 강제윤 소장은 (사)섬연구소장 겸 상임이사, 행정안전부 섬의 날 개최지 선정위원, 전라남도 가고싶은섬가꾸기 자문위원, 경상남도 섬발전자문위원회 위원, 통영시 도시재생추진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신안><섬을 걷다1.2><당신에게 섬><전라도 섬맛기행><바다의 황금시대 파시><보길도에서 온 편지>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시인, 에세이스트이며 2019년 <제1회 섬의 날 기념 강제윤 섬 사진전>을 개최 하는 등 사진가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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