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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언(檢言), 경언(經言) 유착과 언론의 종말[창간30주년 특별기획 - 언론을 말하다] 정병호/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전 원장
완도신문 | 승인 2020.09.04 15:39

완도신문 창간 30주년이다. 언론의 역할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다시 조국 전 장관 수사과정에서 보여준 언론의 행태에까지 생각이 미친다.

조국 전 장관 가족에 대한 수사에서 시민들은 우리나라 검찰은 원하기만 하면 언제든지 누구에 대해서든지 시퍼런 칼을 휘두를 수 있는 권력임을 깨닫게 했다. 국민에 의해 선출되지 않았으면서도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집단이 또 있음을 알게 됐다. 다름 아닌 언론이다. 그리고 이 두 권력이 야합한 결과가 무엇인지도 똑똑히 경험했다. ‘검언유착’이라 불리는 괴기한 구조를 통해 검찰은 언론플레이로 기획수사, 표적수사, 별건수사를 자행하고, 언론은 검찰이 흘려주는 정보로 특종을 얻고 경우에 따라서는 민원도 해결할 수도 있다. 더구나 조국사태 때는 수많은 거짓 정보가 자랑스럽게 ‘단독’보도라는 꼬리표를 달고 유통되었다. 조국 관련 기사가 온라인상으로 수백만 건이나 됐다고 하니, 극소수 언론사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언론사가 가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년 여름부터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조국수사가 실은 기획수사, 표적수사, 과잉수사였음이 재판과정을 통해 하나씩 드러나고 있다고 본다. 전형적인 권력형 경제비리라고 떠들었던 사모펀드 사기 혐의는 조국 일가와는 아무 관련이 없고, 그들이 오히려 피해자임이 이미 드러났다. 실제 혐의자인 펀드 주인이 드러났음에도 즉시 수사하지 않은 것은 이 수사가 애초에 표적수사임을 반증한다. 표창장 위조 혐의는 대학입시에 목매는 이 나라 학부모, 학생들의 예민한 감성을 자극했지만, 총장직인 파일로 어떻게 표창장을 위조할 수 있었는지 검찰은 재현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표창장 위조 혐의가 무죄판결을 받는다고 확신하진 못하겠다. 사회적 관심이 높은 사건일수록 재판을 맡은 판사의 성향에 따라 결과가 뒤집히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유난히 피고인 측 증인들에 대해서 더 자주 위증 처벌을 경고하는 재판장을 믿지 못하겠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또 총장직인 파일이 어떻게 조교가 보관하는 컴퓨터에 들어있게 되었는지는 검사가 증명해야 하는데도, 재판장은 도리어 그것을 피고인 쪽에서 밝히라고 요구한다. 그래서 그가 이미 유죄의 심증을 가지고 재판을 진행하고 있지 않은가 의심하는 눈초리도 있다. 그러나 자신의 정치적 신념이 아니라, 헌법이 정한대로 ‘법과 양심에 따라 재판한다면’ 무죄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형사재판은 민사재판과 달라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거가 제시되어야만 유죄판결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의붓아들 살해혐의에 대해 고유정이 무죄판결을 받은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보통 사람들이라면 고유정이 의붓아들도 살해했을 것이라고 믿을 만한데도 말이다. 그렇다면 조국 관련 사건과 관련하여 남는 것은 결국 5촌 조카와 동생의 혐의 정도뿐이고, 그들 입장에서는 조국과 잘못 엮여서 유탄을 맞은 셈이다.

검언유착의 또 다른 결정적 증거는 채널A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의 부적절한 관계다. 검사장은 유시민 이사장을 엮기 위해 친분 있는 기자를 이용해 핵심 피의자의 거짓 증언을 유도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러나 검사장은 기자가 무리한 취재 욕심에 자신을 팔았을 뿐이라고 반박하면서도, 정작 기자를 고소조차 하지 않고 있다. 도리어 그는 권언(權言)유착이라고 역공하고 있다. 현 정권 유력인사들에 대한 수사를 진행한 자신을 모함하기 위해 현 정권과 MBC가 짜고 함정을 파서 채널 A 기자의 취재를 유도했다는 것이다. 진흙탕 같은 정치판에서 닳고 닳아 적반하장이 다반사인 정치인의 모습이 어른거린다. 한 퇴직 검사의 폭로에 따르면 검사장 별명이 편집국장이라고 한다. 언론플레이 정도를 넘어 아예 언론보도를 기획·조정하는 기술을 부린다는 뜻일 게다. 채널A 기자는 재판에 넘겨졌지만, 그에 대한 수사는 지지부진하며 그는 여전히 검사장이라는 별을 달고 있다. 검언의 ‘유시민 엮기’ 시도는 독립언론 ‘뉴스타파’를 통해 세상에 알려진, 검찰의 한명숙 전 총리 관련 증언조작 사건과 많이 닮았다. 검찰이 조직의 이익을 위해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기획했고, 또 언론을 이용한 점에서 같다. 다른 점이 있다면, 그때는 검찰이 직접 거짓증언을 유도했지만, 이번에는 채널A를 도구로 사용하려 했다는 것이다. 이번 건이 더 지능적이고 교활하다고 생각된다.

현재의 권력이라도 범법 사실이 있으면 처벌받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법 앞에서는 모두 평등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검찰이 휘두르는 칼이 선택적이라는 데 있다. 과거에는 검찰이 정치권력을 수사할 때는 늘 여권과 야권을 어느 정도 균형 잡는 시늉이라도 했다. 그러나 이번 윤석열 검찰은 다르다. 유독 여권을 향한 칼날을 벼리기 바쁘다. 늘 나타나는 단체에서 현 정권실세들을 고소·고발하자마자 곧바로 사건 배당되고 수사가 진행된다. 여권이 작심하고 추진하는 검찰개혁이 그들에게 뼈아프다는 반증일까. 야당의원들이 대거 연루된 국회 패스트트랙 사건은 얼마나 복잡하고 어려운 사건이길래 아직도 기소 여부를 결정하지 않고 있을까. 조국 전 장관과 비슷하게 입시비리 혐의로 고소·고발된 전 원내대표를 향한 칼날은 무디기만 하다. 벌써 10차례 넘게 고소·고발됐는데 제대로 수사에 착수했다는 소식이 없다. 야권의 유력정치인의 딸이 1급 마약을 국내로 밀반입했는데,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그녀의 혐의는 현행법상 무기 혹은 5년 이상의 징역형을 내릴 수 있는 중범죄다. 그런데 검찰은 가장 가벼운 형인 징역 5년을 구형함으로써 법원의 집행유예 선고가 가능하도록 했다는 의심을 받는다. 코로나 사태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5천원 어치 달걀 18개를 훔친 병든 일용직 노동자에게는 아무리 누범이라지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을 적용해 징역 18개월을 구형한 검찰이다.

검찰이 편파적으로 처신하면서도 버틸 수 있는 것은 똑같이 편파적인 언론이 뒤를 받쳐주기 때문이다. 최근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검찰인사로 인해 기껏 검사 20명쯤 사표낸 것을 두고 장관이 검찰을 장악하기 위해 검찰총장 쪽 인사들을 쫒아낸 것처럼 수구언론은 보도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윤 총장의 의사가 반영된 작년 인사 때는 70명이나 옷 벗은 사실은 애써 외면하다, 장관이 반론하자 마지못해 전하는 식이다. 작년 여름부터 조국수사 관련해서 검찰이 던져주는 대로 진위파악도 하지 않은 채 단독보도랍시고 쏟아내더니, 이제는 검찰 없이도 주도적으로 가짜뉴스를 생산·유포하는 경우도 있다. 조국 딸이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 피부과에 찾아가 인턴 부탁을 했다는 것이다. 연세대 피부과 교수들의 이야기를 사실로 믿었다는 조선일보의 해명이 맞다면, 이런 가짜뉴스가 생산 배후에는 현 정부에 반감을 갖고 악의적으로 가짜정보를 생산하는 세력이 있음을 알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언론은 언론이라고 부르기조차 민망한 수준이다. 조국사태에서 잘 드러나듯이 사실 확인조차 하지 않고 보도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보도자료를 받아 그대로 실어주는 관행도 그대로다. ‘기사는 발로 쓴다’는 말이 있다. 사건 현장에 직접 가서 사실을 확인해야 한다는 뜻이다. 현장에서 발견된 사실 조각들을 평가·분석해야 함은 물론이다. 언론 선진국 기사가 그렇고, 과거 우리나라 진짜 기자들은 그랬다. 검찰 쓰레기통을 뒤져 취재거리를 찾아냈다는 일화는 이제 古事가 되었다. 종이신문을 보자면, 조중동과 경제지를 비롯한 보수언론사뿐만이 아니다. 과거 진보언론사로 평가받던 경향신문, 한겨레마저도 소장 기자들한테서도 선배들의 기자정신을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오죽했으면 한겨레 대기자 김이택이 ‘저널어택’이란 유튜브 방송을 시작했을까. 점잖키로 소문난 그조차 청춘을 바쳐 봉직한 신문을 마다하고, 언론을 저격하는 방송을 따로 하기로 작심하기에 이르렀을까. 기사의 내용과 방향에 대해 후배들과 의견차가 상당하다고 짐작된다. 한겨레신문사 후배들한테는 창간이념 따윈 중요하지 않게 됐기 때문이다. 방송도 비슷하다. 지상파 방송 가운데 MBC, 케이블 방송 가운데 YTN이 그나마 중립적으로 보인다. 공영방송이라는 KBS조차도 현 정부편이 아니다. 법조팀에서 마치 검찰을 대변하는 자세로 증인과 인터뷰할 정도다. 기자가 증인에게 한동훈 검사장을 거명하며 겁박하기까지 했다는 법정증언까지 나왔다. SBS는 총장직인파일 오보를 하고도 아직 사과조차 없다. 4개 종편 가운데 3곳은 그야말로 하는 일이 방송인지 반정부투쟁인지 모를 정도로 정부 흠집내기 바쁘다. 정부의 영향력 아래 있는 연합뉴스와 서울신문조차도 정부 때리기를 서슴지 않고 있음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언론이 망가진 원인은 무엇일까.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상업주의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종이신문, 방송,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인터넷신문들은 모두 광고로 먹고산다. 그러니 여론형성에 기여하는 언론을 통해 민주주의가 유지·발전된다는 말은 이제 통하지 않는 세상이다. 광고는 주로 대기업, 특히 재벌기업에서 나온다. 그래서 경언(經言)유착 구조가 만들어졌다. 이제 신문사, 방송사들은 언론사가 아니라 언론기업이 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언론기업들이 재벌위주의 경제정책에 대해서는 말할 나위 없고, 재벌총수 형사처벌처럼 중대한 법치 문제에 대해서도 총수 편을 드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사주가 재벌인 경우도 많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사주부터 데스크 말단 기자들까지도 자신들의 보수·월급이 어디서 나오는지 안다는 뜻일 게다. 문제는 실상은 편파적이면서도 짐짓 공정하게 여론을 전달하는 척한다는 점이다. 이재용 삼성 부회장 기소에 대해 언론기업들이 보인 태도는 민망할 정도다. 용비어천가를 부르며 그가 처벌받으면 마치 나라 나라경제가 큰 곤경에 처할 것처럼 위협한다. 그가 구속되었을 때 오히려 삼성 주가가 올랐다는 사실을 외면함은 물론이다. 언론기업들이 앞으로 재판과정에서 이재용을 구하기 위해 또 얼마나 많은 술수를 부릴 것인가. 거대 광고주는 재벌만이 아니다. 전광훈씨를 필두로 한 ‘태극기 세력’도 조중동 등 보수언론기업의 주된 수입원이다. 언론기업들의 기득권세력 편들기는 의사들의 진료거부 사태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노조들의 파업사태에 대해 그들이 보여준 태도와는 정반대다. 밥그릇 지키기 위해 환자들의 생명을 담보로 투쟁하는 의사들을 두둔하기 바쁘다.

언론을 어떻게 해야 할까. 유튜브 등 1인 미디어가 대세가 되면서 신문, 방송 등 전통 언론매체들의 영향력이 예전만 못하다. 그들에 실망하여 유튜브를 찾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 유튜브 매체가 전통 매체를 견제하는 순기능도 하지만, 우리사회의 극심한 이념대립과 맞물려 가짜뉴스가 판을 치는 곳도 유튜브다. 그리고 가짜뉴스의 진원지가 전통 매체인 경우도 적지 않다.

앞으로 언론이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앞서 말한 검언(檢言), 경언(經言)유착 구조가 타파돼야 한다. 뉴스타파와 같이 광고에 의존하지 않은 독립언론이 많이 나와야 경언(經言)유착이 타파될 수 있을 텐데, 기자들의 먹고사는 문제와 직접 관련 있으니만큼 타파에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다. 장기적인 과제라는 말이다. 그러나 검언(檢言) 유착은 당장 입법을 통해 해소해야 하고, 또 할 수 있다고 본다. 가짜뉴스, 오보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조국 전 장관이 가짜뉴스를 보도한 언론사와 기자들을 상대로 민형사 책임을 묻는 소송을 제기하는 것도 이런 취지에서다. 그의 단호한 태도가 언론 정상화에 큰 기여를 했으면 좋겠다.

검찰이 흘려주는 정보를 사실 확인도 하지 않고 보도한 경우에는 징벌적 손해배상을 물려야 한다. 현재는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 제조물책임법, 특허법등에 인정하고 있는데, 언론보도에도 확대해야 한다. 징벌적 배상은 현재는 실제 손해액의 3배까지 인정하고 있는데, 특히 악의적인 언론보도의 경우에는 그것으로는 부족하다. 우리 법원이 손해배상액 인정에 인색한 점을 감안하면, 3배액 정도로는 가짜뉴스, 오보를 근절하기 힘들다. 최고 10배까지는 되어야 한다고 본다. 이번 정기국회에 반드시 입법하기를 정부·여당에 촉구한다. 정부·여당이 물렁한 태도를 보이면 검찰개혁이고 언론개혁이고 물 건너간다. 언론을 그대로 두면, 다음 대선을 계기로 반정부세력이 총궐기하는 것을 막기 힘들다. 코로나를 퍼트려 국민들에게 엄청난 고통을 주고 입원한 전광훈 씨가 퇴원하자마자 또 다시 10월에 대규모 광화문집회를 계획하고 있다지 않은가. 국법질서를 어지럽히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정치권력은 약한 모습을 보이는 순간 내리막길을 걷게 된다는 마키아벨리의 가르침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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