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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명사십리해수욕장, 보전과 개발 사이

[독자 기고] 이승창 / 자유기고가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0.07.31 11:40
  • 수정 2020.08.05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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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 모래밭을 파도가 쓸어내리면서 내는 소리가 십리 밖까지 퍼진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남해안 최고의 해수욕장인 신지명사십리해수욕장(이하 '명사십리')이 개발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들어가고 있어 원형을 제대로 지켜갈 수 없을 수도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완도군에서는 320억 원의 혈세를 들여 명사십리에 내년 준공을 목표로 해양치유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건립장소는 명사십리 가운데의 제2주차장으로 사용되고 있는 곳이다. 문제는 건물이 들어설 예정인 곳은 명사십리 원형 보전을 위해서는 적합한 장소가 아니라는 점이다. 

명사십리도 학문적으로는 해안사구로 분류할 수 있다. 해안사구 중 대표적인 곳은 태안 신두리 해안사구로 천연기념물 제431호로 지정•보호하면서 관광자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해안사구의 여러 가지 기능 중 ’해안선 보호 기능‘은 모래의 순환체계를 통해 해안선을 유지하고 배후지역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이를 고려한다면 명사십리 모래밭은 무분별한 인공시설물의 설치로 함부로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

필자는 명사십리와는 두 번의 인연을 맺고 있다.

첫 번째는 2003년 명사십리 모래유실을 막아 원형을 지키기 위해 방품림과 모래밭 사이를 가로질러 1980년대에 설치된 길이 2.3㎞, 폭 5~6m의 콘크리트 해안도로가 방품림이 조성된 야산 모래의 명사십리 유입을 막고 있어 모래 유실을 심화시키는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판단되어, 이 도로를 철거하는 작업에 직접 관여한 바 있다. 

두 번째는 2008년 명사십리 관리소장으로 재직하면서 바람과 파도 등에 의한 끊임없는 모래의 이동으로 인한 모래밭의 변화를 현장에서 직접 관찰하면서 해안사구가 유지되고 있음을 직접 목격했다. 두 차례의 경험을 바탕으로 얻은 결론은 명사십리의 원형을 오랫동안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떤 경우에도 모래의 이동을 방해하는 인공시설물은 방풍림과 모래밭 사이에 들어서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명사십리 모래 유실의 심각성은 이미 지난해 거론됐었다. 완도군이 지난해 1월 22일에 신지면에서 개최한 '2019 군민행복 정책토크'에 참석한 면민은 명사십리 모래 유실 문제와 관련해 "해양치유산업 발전을 위해 명사십리 모래 유실 문제 해결방안이 필요하다"면서 대책을 건의했고, 이에 대해 신우철 군수는 "역학적인 문제 등 그 원인을 파악한 후 해결방안을 찾아서 관련 부서와 협의하여 추진하고자 한다"고 답했었다.

또한, 완도군은 명사십리 모래유실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기 위한 연구용역을 실시했다. 지난해 11월 13일에 열린 중간보고회에서 신우철 군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치유산업의 기점인 명사십리 해수욕장의 유지에 힘을 써야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군수의 약속과는 달리 명사십리에 모래 유실을 일으킬 것으로 크게 우려되는 인공적인 시설물의 설치를 추진하고 있어 뜻있는 군민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있다.

군수의 최고 관심 사업인 해양치유센터의 건립을 굳이 반대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제2주차장에 건물이 들어설 경우 명사십리의 원형 훼손은 불을 보듯 자명한 일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어, 군민의 한 사람으로 대대로 물려줘야 할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보호를 위해 신중한 검토를 한 후 건립할 장소를 변경하는 것이 올바른 선택이라는 것을 지적한다.

어리석은 인간들의 탐욕에 의해 파괴된 자연환경은 영원히 원래대로 되돌릴 수 없고, 다시 본래의 모습을 찾기 위해서는 오랜 세월과 많은 돈을 들여야 한다는 것을 여러 사례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경험하고 있다. 부디 명사십리 현재의 원형을 그대로 살리면서 완도군에서 추진하는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도록 군수를 비롯한 관계자들이 지혜를 모아 신중하고 현명한 판단이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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